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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에 담은 기후변화의 모든 것

[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

4월 2일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독특한 관점을 지닌 에너지학자의 주장을 소개했다. 풍력이나 해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가 지구에 기후변화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생지화학연구부 악셀 클라이돈 박사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무궁무진하지만, 여기에는 지구의 정상적인 기상 현상을 일으키는 데 쓰이는 에너지가 포함돼 있다”며 “이 에너지를 인류가 가져다 쓰면 강수량이 바뀌고 일조량이 변하는 등 기후변화에 맞먹는 영향이 온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클라이돈 박사가 올해 1월 ‘지구계동역학(Earth System Dynamics)’에 낸 논문에 따르면 인류가 풍력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18~69TW(테라와트. 1TW는 1조 와트)다. 현재 인류가 쓰는 에너지의 총량(47TW)과 비슷한 수준이다. 무궁무진하다는 기존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이 바람을 모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구팀은 이 에너지를 모두 인류가 쓰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2배로 높아지는 수준의 기후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물론 논란이 많은 연구 결과다.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학자들은 풍력이나 해양 등 재생에너지가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다고 본다. 그래서 매장량에 한계가 있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화석연료의 실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기후변화에 대해 상반되거나 논란이 되는 연구 결과가 많은 것은 기후변화가 단 기간에 파악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전지구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는 불가능한 걸까.

이런 상황에 큰 도움이 될 만한 환경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직접 한반도의 기후변화 양상과 그 영향을 기록하고 연구한 책이다. 환경과 생물 전반을 두루 다루고 있다는 뜻에서 ‘기후변화 교과서’라는 제목을 붙였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에 관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 한 권 안에서 만날 수 있다.

한반도의 기후변화 양상과 생물다양성, 생태계 변화 등은 익숙한 주제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생물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전중환 경희대 교수), 기후변화에 대처해서 야생동물 보전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이항 서울대 교수), 산림생태계의 변화는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 것인지(이우균 고려대 교수, 김순아 고려대 연구원) 등 기후와 환경, 생물, 그리고 사람에 대해 더욱 깊숙한 지식을 얻고자 할 때 유용한 글이 많다.

이 책을 기획하고 엮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서문에서 “공동집필자들이 글을 쓰고 그 글이 책으로 편집되는 사이에도 상황이 변해 여러 차례 내용을 수정해야 했다”며 “기후변화 분야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말은 그만큼 연구자들이 이 책에 가장 최신 자료와 연구 결과를 담으려 노력했다는 뜻도 된다. 이 책이 지식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한 책에 그치지 않고, 현상에 대한 가장 정확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단, ‘교과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쉽고 자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소파에 앉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600쪽이 넘는 두께와 논문 형식의 글은 통독하기엔 부담이다. 하지만 옆에 두고 두고 두고두고 볼 만하다.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이 책은 가장 친절한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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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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