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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걱? “중이온가속기 美 베꼈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설계를 담당했던 연구진들이 5월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기자실에서 표절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취재 결과 과학벨트의 핵심 실험시설인 46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중이온가속기(KoRIA)의 기초설계가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최신 중이온가속기 ‘에프립(FRIB)’을 거의 베낀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KoRIA 연구팀 관계자 상당수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감춰온 것으로 드러났다. KoRIA 연구팀은 그동안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가속기를 개발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건국 이래 최대 과학프로젝트’로 불리는 5조2000억 원 규모의 과학벨트 사업은 시작부터 지역갈등에다 도덕성 시비에까지 휩싸이게 됐다. FRIB은 2004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최종설계가 완료됐으며 KoRIA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올해 1월 말에 기초설계가 완료됐다.

동아사이언스가 18일 KoRIA의 개념설계 최종 보고서 원안(原案)을 입수해 FRIB 개념설계 최종 보고서와 비교 분석한 결과 KoRIA의 선형가속기에 쓰이는 가속관 4종류 가운데 3종류가 FRIB의 가속관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사업에 정통한 국내 전문가는 “KoRIA의 선형가속기가 미국의 FRIB을 거의 베꼈다”며 “그중에서도 핵심장비인 ‘가속관’ 설계는 사실상 똑같다”고 말했다. 개념설계에 참여한 한 연구자는 “2월 개념설계 완료를 앞두고 1월 연구자들이 수십 명 모인 자리에서 가속관 표절 사실이 드러나 매우 시끄러웠다”며 “가속관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여기저기서 차용한 것이어서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해당 연구자가 수정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실 보고서를 제출받은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관리 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사건에 대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런 일이 생기면 공무원들이 보통 ‘디펜스(방어적 대응)’만 하는데,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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