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에 전문가들은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오지 못한다고 예상했다. 강한 편서풍에 밀려 방사성 물질이 날아오지 못한다는 대기 모델을 바탕으로 예측한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 세슘이 발견되고 있다.
이런 방사성 물질이 어떤 경로로 한국에 날아왔을까.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김영준 교수는 방사성 물질과 같은 오염물질의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알려면 끊임없이 대기를 관측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는 지상에 있는 측정소에서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지만, 어떤 경로로 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기 확산 모델을 통해 경로를 예측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적 계산일 뿐이고 실제 그렇게 움직였는지는 알 수 없죠. 오염물질이 모델에서 예상한 대로 이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대기의 움직임을 관측해야 합니다.”
한반도 대기환경 입체로 본다
김 교수가 이끄는 대기질모니터링 연구실에서는 대기 오염과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에어로졸의 광학·물리적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대기를 관측한다. 주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에어로졸은 대기를 떠도는 작은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인데, 각종 오염물질이 에어로졸의 형태로 사시사철 한국으로 날아온다.
“황사는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피합니다. 하지만 정작 인체에 더 해로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에어로졸입니다. 봄에 집중되는 황사와 달리 에어로졸은 평소에도 계속 날아오고 있습니다.”
[2009년 일본 도쿄대와 함께 서해상의 에어로졸을 측정했던 비행기. 지금은 한서대와 협력해 서해상의 대기를 관측하고 있다.]
황사와 에어로졸은 주로 지상 2~6km 위에서 부는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중국의 공장과 자동차가 뿜은 황과 이산화질소는 대기 중에서 반응해 에어로졸의 형태를 띤 황산염과 질산염이 된다. 이들은 한국으로 날아와 피부·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산성비가 돼 내린다. 중국 곳곳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검댕도 에어로졸이다. 검댕은 대기 오염뿐 아니라 햇빛을 흡수해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연구실에서는 인공위성, 항공기, 라이다(LiDAR), 차량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기의 에어로졸을 3차원으로 관측한다. 먼저 인공위성이 관측한 자료를 통해 한반도 주변의 에어로졸 분포를 파악한다.
“현재는 우리나라 상공을 간간히 지나가는 외국 인공위성에서 제공한 자료를 분석합니다. 앞으로 한반도 상공에 늘 떠 있는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천리안의 자료로 더 정확하게 에어로졸 분포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공위성으로는 고도에 따른 에어로졸의 움직임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연구실에서는 항공기를 이용한 대기 관측도 하고 있다. 2009년에 일본 도쿄대와 함께 항공기로 서해상의 에어로졸을 측정해 예측 모델로만 추정했던 서해상의 공기오염을 확인했다.
라이다 역시 고도에 따른 에어로졸의 분포를 관측하는 데 쓰인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쏜 뒤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반사파를 측정하는 장비다. 대기 중으로 쏜 레이저는 에어로졸 입자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산란의 형태가 변한다. 레이저가 산란 혹은 소멸되는 정도를 고도별로 측정하면 에어로졸의 종류와 분포를 알 수 있다.
관측차량으로는 지표면에 있는 에어로졸의 양을 측정한다. 도심 지역과 서해안 해안도로를 다니며 각종 에어로졸을 포집해 대기 오염 정도를 관측한다.
“인공위성으로 에어로졸 분포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얻는다면 항공기로 에어로졸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라이다는 한 지점에서 고도별 에어로졸의 분포를 알 수 있죠. 그리고 차량은 지표면의 에어로졸을 측정합니다. 연구실에서는 이 모든 자료를 통합 분석해 한반도의 대기 환경을 3차원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➊ 연구원이 라이다를 이용해 에어로졸을 측정하고 있다. 라이다가 쏜 레이저의 산란과 소멸 정도를 측정해 고도별 에어로졸의 종류와 분포를 알 수 있다.]
[➋ 차량을 이용해 지표면의 에어로졸 양을 측정한다. 무공해 차량을 사용하므로 차량 자체 매연이 없어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오염물질 관측 국제 협력이 절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한반도 주변을 관측해도 완벽하지 않다. 대부분의 오염 물질이 중국에서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염원이 발생하는 중국에서 관측해야 정확한 오염물질의 이동경로를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한·중·일이 협력해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 오염물질은 국경에 상관없이 움직입니다. 따라서 주변 국가와 협력해야 합니다. 중국, 일본과 협력해 중국, 서해안, 한반도 내륙, 동해, 일본에서 대기를 관측한다면 더욱 정확하게 동아시아의 대기 환경을 이해할 수 있고,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대기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실에서는 이미 국제적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9년 일본과 함께 서해상의 대기를 관측했을 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광저우 지역의 에어로졸의 화학 조성과 특성을 연구했다. 김 교수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황사에 묻어 올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대기 관측 연구는 대기·물리·화학뿐만 아니라 생물을 전공한 학생도 필요로 한다”며 “탄탄한 기초 과학 실력을 갖춘 학생이라면 전공에 상관없이 도전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