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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계절 '봄’이 왔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사랑의 내음도 물씬 난다. 화사하게 꽃단장하고 소개팅에 나가 운명의 짝을 만나봐야겠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의 운명의 짝인지 어떻게 알까.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할까.



어떤 데이트 코스를 짜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첫 번째 기사 ‘소개팅에서 성공하는 사랑방정식’은 첫 만남에서 최고의 짝을 얻을 확률과 방법을 소개한다. 두 번째 기사 ‘과학이 맺어준 커플’(144쪽)은 환상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트 코스를 소개한다. 화려한 봄의 연인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소개팅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상대방이 내 마음에 들어야 하고, 상대방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 소개팅에서 가장 좋은 짝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야 한결같겠지만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됐다면 기자가 밸런타인데이를 쓸쓸하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화이트데이에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가장 좋은 짝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처음 만난, 낯선 사람과 좋은 짝을 이루는 ‘과학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소개팅에 적어도 3번은 나가야

기자의 친구는 상당히 오랜 기간 ‘솔로’였다. 수많은 소개팅 끝에 여자친구를 사귀긴 했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그는 자신과 맞지 않은 상대였다고 되뇌며 가장 좋은 상대가 나올 확률을 계산했다. 서울대 물리교육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다운 해법이었다.



최적의 짝을 찾기 위해 몇 번의 탐색과정을 거쳐야 할까. 몇 번째 소개팅에서 선택해야 할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그는 몇 개의 가정을 세웠다. 먼저 평생 소개팅할 기회가 100번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상대와 이전 상대 중 누가 더 나은지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지나간 상대에게 다시 연락할 수 없다. 사실 소개팅을 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당신이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고 연락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한 번 지나간 버스는 다시 오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가정을 토대로 조합과 확률을 이용해 계산했다. 첫 만남이 최고일 확률은 100분 1, 1% 밖에 되지 않는다. 1명을 보고 그냥 지나보낸 뒤 2번째 만남이 최고일 확률은 5%로 올라간다. 2명을 본 뒤 그 둘과 비교해 세 번째가 최고일 확률은 8%로 올라간다. 그렇다고 마냥 많은 사람을 본 다음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지는 다. 99명을 본 뒤 남은 사람이 최고일 확률은 다시 1%다.


 

[100번의 소개팅을 할 때 최고의 짝을 찾는 확률 그래프. 37번째에서 37.1%로 가장 높고 그 다음부터 완만히 떨어진다.]
 

[조합과 확률을 이용해 최고의 짝을 찾는확률을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한 블로그. QRooQroo와 같은 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를 읽으면 된다.]



그렇다면 몇 명을 만나본 뒤에 선택해야 최적의 상대를 얻을 수 있을까. 최댓값은 37번째로 37.1%가 나왔다. 즉 당신의 인생에 소개팅 기회가 100번쯤 있다면 당신은 36명을 만나 본 뒤 37번째부터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36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사람과 비교해 나은 사람을 결정하면 가장 좋은 선택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실제론 소개팅을 100번은커녕 10번 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10번의 소개팅을 하는 경우도 계산했다. 최댓값은 3번째로 39.9%였다. 적어도 2명은 만난 이후 판단을 한다면 가장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이 문제풀이는 지원자가 너무 많을 때 회사가 가장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확률을 최대화하는 방법에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대 수리논술 문제로 나오기도 했다.



이 계산은 결국 너무 성급히 결정하거나, 너무 재지 말라는 얘기다. 물론 확률은 확률일 뿐이니 순서와 상관없이 운명이라고 느낀다면 바로 잡는 게 좋지 않을까.


 


 
 
‘가치 있는 신호’를 보내야

드디어 운명의 상대를 찾았다. 그런데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뭐하는가. 상대방이 날 좋아해야 할 것 아닌

가. 내가 상대의 운명의 사람이란 것을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학 이야기를 해 보자.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스펜서는 신호이론을 제안한 공로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신호이론은 직원을 뽑고, 직장을 구하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입사지원자는 자신을 잘 알지만 회사는 한정된 정보만 갖고 있다. 그렇기에 지원자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자신의 능력을 회사에 보여야 한다. 소위 ‘스펙’이라 말하는 학력, 어학연수경험, 학점, 영어 점수 등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호다.



소개팅에도 신호 이론을 대입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내가 능력이 있고,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을 보여야 한다.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상대방은 모르지 않는가.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을 쏟아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진실이 보장되지 않은 채 쏟아내는 말을 ‘값싼 말(cheap talk)’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신호(costly signal)’를 보내야한다. 이런 가치 있는 신호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진화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는 자연계에 만연한 가치 있는 신호를 ‘핸디캡 이론’으로 설명했다. 그 이론에 따르면 신호를 생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수록 가치 있는 신호다. 자원과 능력이 없는 사람은 결코 신호를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자하비는 수컷 공작을 예로 들었다. 수컷 공작은 거추장스럽고 사치스러운 꼬리를 달고 다닌다. 바로 암컷에게 ‘아름다운 깃털을 만들어낼 만큼 건강하고 능력 있다’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사람도 공작과 같은 행동을 한다고 지적했었다. 바로 ‘과시적 소비’다. 사람들은, 특히 남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많은 과시적 소비를 한다. 최정규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기서 과시적 소비는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선호, 자신의 능력에 따라 과시적 소비는 육체적 매력을 자랑하는 것일 수도 있고, 상대방의 말에 잘 귀 기울여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자신이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비싼 명품 가방을 선물하고, 목숨을 걸고 강물에 뛰어들기도 한다.
 


 
 
상대방이 선호하는 조건 파악해야

진화심리학자인 제임스 밀러 뉴멕시코대 교수는 가치 있는 신호를 ‘과시적 낭비’, ‘과시적 정확성’, ‘과시적 평판’으로 구분했다. 과시적 낭비는 자원을 눈에 띄게 많이 지출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에게 아무런 물질적 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자신이 상대방에게 기꺼이 낭비할 능력과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과시적 정확성은 노력과 집중, 근면함을 통해 만들어낸 복잡함을 통해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함을 드러낸다. 이를 이용하면 물질, 에너지, 시간, 위험을 지나치게 낭비하는 부담을 피할 수 있다.



 
 
 
 
[➊ SBS TV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현빈(김주원 역)이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뜬 트레이닝복을 입는 것은 ‘과시적 낭비’의 한 예다. 상대방에게 기꺼이 낭비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린다.

➋ 성시경과 같은 노래 실력이라면 ‘과시적 정확성’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뛰어난 노래 실력을 만들려면 꾸준한 노래 연습과 감정 표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➌ 유재석과 같은 평판을 가진 사람이라면 소개팅에서도 문제없다. ‘과시적 평판’이야말로 사람을 보증하는 가장 효율적인 신호이기때문이다.

➍ 이스라엘의 진화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는 공작의 수컷이 화려한 꼬리를 통해 ‘가치 있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설명했다.]



인간을 포함한 사회화된 동물은 과시적 평판도 사용한다. 평판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따라서 평판이 좋다면 상대방에게 드는 노력에 비해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소개팅에서는 이런 가치 있는 신호들이 비율을 달리해 적용된다. 상대방에게 값비싼 선물과 식사를 제공하며 과시적 낭비를 할 수 있으며, 공들여 준비한 유머로 과시적 정확성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주위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것을 알려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밀러 교수는 이들이 우열이 있기보단 받아들이는 사람의 선호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이런 ‘가치 있는 신호’를 어떻게 판단할까. 진화심리학자인 노먼 리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필수적인 것을 먼저 챙기고, 그 뒤 다른 요소를 본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여자는 지능, 경제적 자원, 성격, 유머 감각 등 남자를 판단하는 필수요소가 각기 다르다. 이에 반해 남자는 필수요소가 아주 단순하다. 바로 ‘신체적 매력’이다. 신호를 판단하는 이는 이런 필수요소를 먼저 챙긴 후 다른 괜찮은 요소가 있는지 살펴본다. 상대방이 창의적이거나 좋은 취미를 가졌는지, 유쾌한 인성을 갖췄는지 보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을 고를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필수요소만을 보고 선택한다. 선택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음 기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요소까지 보고 선택한다고 노먼 리는 말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신호’를 보내라. 그리고 상대방이 생각하는 연인의 조건에서 가장 필수요소를 찾아 그것을 공략할 전략을 세워라. 상대가 매력적이라면 필수요소 외에 다른 요소도 최대한 갖춰야 한다.



주의할 점은 사랑이 이런 조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는 “사랑에 빠지는 요소는 생물학적, 환경적 요소가 각자의 맥락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했다. 결국 사랑은 각자 처한 상황과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서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소개팅에서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어지는 기사에서 과학적 ‘데이트’ 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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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이미지 출처│istockphoto,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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