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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은 도처에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동반자로 보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다. 양으로 따지면 우리가 미생물의 세계에 기생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생물은 대부분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나, 일부는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소수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신종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나오면서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발견된 슈퍼박테리아는 강력한 최신 항생제에도 죽지 않고 확산 속도가 빨라 의학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러 종의 항생제에 듣지 않는 신종 다제내성균(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슈퍼박테리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4명에게서 ‘카바페넴’이라는 강력한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장내세균을 분리했다고 발표했다. 세균을 분리했다는 말은 환자로부터 채집한 시료에서 균의 정체를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들은 모두 같은 병원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로 밝혀졌다. 작년 12월 9일에 감염이 확인된 환자 한 명은 간질성 폐질환을 오래 앓고 있는 50대 남성으로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70대 여자는 당뇨와 화농성 척추염을 앓아 장기간 입원 중이었고 13일에 확인된 70대 남성은 척수골수염으로, 또 다른 60대 남성은 만성 간질환자로 3개월 이상 장기간 입원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에 발견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은 주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거나 면역체계가 약해진 중증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킨다”며 “감염이 되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항생제(키게사이클린, 콜리스틴)가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감염되거나 전파될 가능성이 희박한 일반인은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CRE 외에 다른 종류의 슈퍼박테리아 감염 의심사례도 계속 들어오고 있어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발견된 슈퍼박테리아는 NDM-1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효소를 가지고 있으며 전파 속도가 무척 빨라 전 세계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용동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일반 카바페넴 내성 세균은 5~6년 새 퍼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NDM-1형 세균은 1년 새 급속히 확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첫 발견 이후 1년 만에 감염 건수가 6배 이상 크게 늘었다. 용 교수는 2009년 12월 NDM-1 효소를 세계최초로 발견해 저널 ‘항균물질-화학요법’에 발표했다.


1년 새 14개국 퍼진 슈퍼 세균

NDM-1 생성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은 지난 2008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처음 발견됐다. NDM-1 효소의 정식명칭은 발견된 지명의 이름을 따 ‘뉴델리 메탈로-베타락타마아제(New Delhi Metallo-beta lactamase)’다. 지금까지 영국, 미국, 캐나다, 벨기에, 중국, 일본 등 최소 14개국에서 감염환자가 발견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170명, 영국이 70명이 넘는다. 지난해 8월에는 벨기에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 효소는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를 무력화시킨다. 베타락탐 계열에는 카바페넴 외에도 페니실린, 세파로스포린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항생제가 많이 속해 있다.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베타락탐 고리’라는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세균은 세포벽을 합성할 때 PBP라는 효소를 사용한다. 그런데 베타락탐 고리가 아미노산보다 먼저 PBP와 결합해버려 세균이 세포벽을 합성하지 못하게 만든다. 세포벽을 만들지 못한 세균은 삼투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죽는다. 사람의 세포에는 세포벽이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세균에만 작용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세균도 질세라 대응책을 마련한다. 베타락탐 고리를 끊어낼 변종의 효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효소를 베타라마네제라고 부르는데, NDM-1이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이 NDM-1이 장내세균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세균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용 교수는 “NDM-1이 장내세균뿐 아니라 아시네토박터라는 세균에서도 발견됐다”며 “어떤 세균에 먼저 존재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쨌든 NDM-1 효소가 여러 세균에 퍼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효소가 다른 세균으로 퍼지기 쉬운 이유는 이 효소의 유전자가 존재하는 곳이 염색체가 아니라 플라스미드이기 때문이다.

플라스미드는 유전물질을 담은 작은 고리 모양의 DNA 조각으로, 독자적으로 증식하면서 세균들 사이를 쉽게 옮겨 다닌다. 마치 포스트잇이 책상 위에도 붙었다, 노트 위에도 붙는 것처럼 플라스미드는 이 세균, 저 세균을 옮겨다니며 유전자를 옮긴다. 실제로 스웨덴에 거주하던 59세 인도인 남성은 2007년 12월에 인도에서 입원한 뒤 이듬해 1월에 스웨덴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이 유전자가 소변의 클레브시엘라 폐렴간균과 대변의 대장균에서 모두 발견됐다. 이런 특성을 감안한다면 이 효소가 살모넬라나 콜레라, 장티푸스처럼 일반인도 쉽게 접하는 세균으로 확대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동건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상황은 정말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동은 교수는 “식중독 균처럼 다른 균으로 전이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에 사전 관리를 위해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과학동아 1월호

‘비상! 슈퍼박테리아 한국 상륙’ 중

 


미생물 세계의 구성원들

미생물의 다양성 때문에 미생물을 분류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전자현미경의 등장에 따른 미생물 구조에 대한 지식의 증가, 미생물의 생화학적 생리적 특성의 파악, 여러 가지 생물의 핵산과 단백질 서열 분석은 생물을 진정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게 했다. 미생물 또한 이 기준을 바탕으로 분류한다.

진정세균은 단세포로 구성된 원핵세포 생물이다. 세포벽에 펩티도글리칸이라는 구조 분자를 포함하고 있다. 물, 공기, 흙과 같은 우리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피부, 입, 창자 등 우리 몸 속에도 서식하고 있다. 진정세균의 일부는 질병을 유발하지만 대다수는 생태계 물질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세균 역시 원핵세포 생물이다. 진정세균 rRNA 서열이 차이가 있고, 세포벽에는 펩티도글리칸이 없으며 지질도 다르다, 메탄생성균과 같은 특별한 물질 대사를 하는 세균도 있다. 많은 고세균은 극단적인 환경(고온, 고농도 염분)에서 발견된다. 병원성 고세균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진핵생물은 원생생물이나 진균류로 분류된 미생물을 포함하고 있다. 원생생물 중 식물성 플랑크톤은 시아노박테리아와 함께 지구 산소의 75%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또한 물속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원생동물은 원생생물 중 운동성을 갖고 있는 생물로 단세포이다. 소수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유발한다. 점균류는 원생생물로 시기별로 원생동물과 곰팡이의 특성을 갖는다. 진균류는 균류라고도 하며 효모와 같은 단세포로부터 곰팡이와 버섯 같은 다세포까지 다양하다. 곰팡이와 버섯은 균사라 불리는 실과 같은 가느다란 구조를 만든다. 서식지로부터 탄소와 영양물질을 흡수해 사용한다. 다양한 물질대사를 하며 그 결과 빵을 부풀게 하는 데 사용되거나 항생물질 생산, 죽은 생물체의 분해 등 유익한 역할을 한다. 이중 일부는 식물에 병을 옮기거나 동물에게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비세포성 존재인 바이러스도 미생물의 범주에 포함된다. 바이러스는 단백질과 핵산(DNA, RNA), 일부 효소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감기, 천연두, 광견병, 인플루엔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일부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로이드와 비루소이드 같은 핵산(RNA)만으로 구성된 존재도 미생물의 범주에 들어간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

원핵세포와 진핵세포는 화학적인 측면에서 구성물질의 화학조성, 합성분해, 에너지 생산과 이용 등의 물질대사에서 같은 생화학적 방식을 이용하는 유사성을 갖는다. 반면 세포막과 세포벽의 다른 구조와 세포내 소기관의 유무와 같은 차이를 갖는다.

 

 

 

 

 

 

 

 

생물속생설과 자연발생설

미생물의 존재는 관찰 이전부터 예견돼 왔다.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와 의사인 프라카 스토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질병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관찰 결과가 발표된 후 미생물과 발생 원인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미생물 발생 원인에 대해 자연발생설과 생물속생설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있었다. 자연발생설은 생명체가 비생명체로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된다는 주장으로 그리스 시대부터 르네상스까지 계속돼 왔다. 이 이론은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시인인 프란체스코 레디의 실험에 의해 도전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디의 실험은 동물의 자연발생설을 결정적으로 부정한 것이지 미생물의 자연발생설을 부정한 직접적인 실험은 아니었다. 자연발생설을 뒷받침하는 실험결과도 등장했다. 영국의 목사 니덤은 양고기 스프를 몇 개의 플라스크에 넣어 끓인 다음, 마개로 단단히 막아뒀다. 시간이 지나자 여러 개의 플라스크가 뿌옇게 변해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시켜줬다. 이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니덤은 유기물질은 생기를 포함하고 있어 이 생기가 생명이 없는 물질에 생명체의 특 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년 후 이탈리아의 스팔란차니는 니덤의 실험을 개선했다. 양고기 스프를 충분히 끓여서 플라스크에 용접, 밀폐해두면 장기간 미생물이 생겨나지 않고, 작은 금을 내어 공기를 통하게 하면 미생물이 발생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기에 의해 미생물이 운반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팔란차니 실험 후 생물속생설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니덤의 실험에서 플라스크에 미생물이 발생한 것은 가열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죽지 않고 증식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연발생설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실험결과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완전밀봉한 채로 열을 가하면 생명유지에 필요한 능력이 파괴되며, 특히 공기는 미생물의 자연발생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실험결과 미생물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다. 라부아지에가 산소를 발견하고, 산소가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밝혀지며 다시 논쟁은 뜨거워졌다. 스펠란차니의 실험은 생물의 자연발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를 공기로부터 배제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미생물의 성장 및 발효 또는 부패에 요구되는 산소를 배제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후 생물속생설을 지지하는 결과가 나타나는 실험은 계속됐으며 이러한 생물속생설과 자연발생성의 대결은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의 연구가 발표되면서 일단락됐다. 파스퇴르는 영양액을 플라스크에 넣고 플라스크의 목 부분을 가열해 길게 늘인 뒤 구부렸다. 이때 플라스크의 끝은 항상 열려있어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했다. 이 플라스크 용액은 공기에 노출돼 있었지만 미생물이 성장하지 못했다. 파스퇴르는 먼지와 미생물이 구부러진 플라스크의 벽에 걸려 용액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플라스크의 목 부분을 깨뜨리자 곧바로 미생물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의 로버트 코흐, 영국의 존 틴달 등의 추가연구를 통해 생물이 무생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자연발생설은 영원히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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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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