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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에 터널을 뚫어 사과를 집어넣으면?

남북극을 왕복하는 사과 용수철

1904년 영국의 조지 그리피스가 발표한 공상과학소설‘극에서 극으로’(From pole to pole)에서는 세 명의 탐험가가 남극에서 북극으로 관통하는 터널 속으로 캡슐여행을 한다.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지구 속 물체와 지구 사이의 중력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흔히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을 고려할 때는 일정한 거리를 가정하는데 이 경우엔 지구 속에 캡슐이라는 물체가 존재하니 말이다. 캡슐이 지구 속으로 들어갈 때 캡슐에 작용하는 중력은 어떻게 될까?

자연계에 작용하는 힘은 장력, 마찰력, 전기력, 수직항력, 중력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작용하는 힘들을 살펴보면 종류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줄을 잡아당길 때 줄에 작용하는 장력을 원자 수준에서 살펴보자. 줄을 구성하는 원자가일정하게 배열돼 있고, 원자핵들과 그 주위의 전자들에 전기적인 힘이 작용해서 줄을 만든다. 이 원자에 작용하는 전기적인 힘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원자들 사이에 용수철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힘이 작용한다. 따라서 줄을 잡아당기면 줄어들려고 한다. 이것이 장력이다. 그러므로 장력의 근원은 전기적인 힘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힘은 자연계에 네 가지가 있다. 먼 거리에서도 작용하는 중력과 전자기적인 힘, 그리고 원자핵 내부에서 작용하는 약한 상호작용(약력)과 강한 상호작용(강력)이다. 여기서는 먼 거리에서 작용하는 힘 중 중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질량이 있는 물체 사이에는 항상 중력이 작용한다. 뉴턴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돌게 만드는 힘이 사과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힘과 같다는 것을 보였다. 뉴턴의 중력법칙에서 모든 입자는 중력으로 다른 입자를 끌어당기며, 질량m1, m2인 입자가 거리 r만큼 떨어져 있을 때, 그 크기는

$F = G\frac{{m}_{1}{m}_{2}}{{r}^{2}} (G=6.67×{10}^{-11}N·{m}^{2}/{kg}^{2})$

로 표현된다. 여기서 G는 중력상수다. 그리고 힘의 방향은 서로 잡아당기는 방향이다. 여기서 작용하는 중력은 크기를 무시할 수 있는 작은 물체끼리 잡아당길 때의 힘이다. 그런데 뉴턴은 지구 위의 사과와 지구 사이의 중력을 구하면서 고민했다. 지구는 큰 물체이기 때문에 크기를 무시할 수 없다.

이때 뉴턴이 착안한 것이‘중첩의 원리’다. 중첩의 원리란 여러 물체가 있을 때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다른 물체를 무시하고 한 물체 사이의 중력만을 구한 뒤 모든 힘을 합해 여러 물체에 의한 중력을 구하는 것이다. 즉 입자1에 작용하는 힘은 입자 2, 3…N개의 입자에 의해 작용하는 중력을 모두 더하면 된다. 물론 방향이 다르므로 방향까지 생각해서 더해야한다($\overrightarrow{{F}_{1}}$=$\overrightarrow{{F}_{12}}$+$\overrightarrow{{F}_{13}}$+$\overrightarrow{{F}_{14}}$+…+$\overrightarrow{{F}_{1N}}$). 그렇다면 큰 물체는 어떻게 할까. 지구를 와플의 표면처럼 잘게 나눠보자. 이 덩어리를 작은 물체로 볼 수 있다. 이것과 멀리 떨어진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을 각각 구한 뒤 이 힘들을 중첩의 원리를 이용해 모두 더하면 된다.

미분과 적분 탄생의 배경

그런데 생각은 좋았지만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고민하던 뉴턴은 계산하는 방법을 만들기로 했다. 그 방법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미분과 적분이다. 미분은 지구를 잘게 나누기 위해, 적분은 잘게 나눈 부분에 작용하는 중력을 더하기 위해 개발했다.

뉴턴이 미분과 적분을 적용해서 얻은 결과를 살펴보면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렇게나 생긴 물체에 의한 중력은 계산할 수는 있지만 매우 복잡하다. 뉴턴은 우선공모양의 물체가 작용하는 중력을 계산하려고 했다. 태양이나 지구처럼 우주에 있는 많은 물체들이 공 모양이기 때문이다. 더 간단히 하기 위해서우선 밀도가 일정한 공 모양의 물체를 생각했다. 공을 잘게 나누기는 어려우므로 공을 중심에서 거리가 같은 속이 빈 공 모양의 껍질들로 잘게 나누었다. 마치 양파처럼 공을 잘게 나눈 것이다. 그리고 각 껍질이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을 계산했다.
 

(그림1)사과가 공 모양의 껍질 밖에 있을때^질량을 갖는 껍질이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은 껍질의 모든 질량이 껍질의 중심에 모여있는 것처럼 작용한다.


사과에서 공 모양 껍질 중심까지 거리가 R이라고 할 때 사과에서 r만큼 떨어져 있는 물체들을 모아보면 띠모양으로 나타난다(그림 1). 이 띠는 참외를 둥근 모양으로 자를 때 가운데 씨가 있고 주위에 동그랗게 생기는 참외 조각과 같다. 띠와 바깥에 있는 사과와 거리가 같으므로 이 띠의 각 부분들이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방향은 다르다.

하지만 대칭성을 이용하면 물체와 껍질 중심을 향하는 힘의 성분만 살아남고, 수직인 방향은 서로 상쇄돼 없어진다. 복잡한 계산 방법은 제쳐두고 결론만 말하면 이 껍질이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은 신기하게도 껍질의모든 질량이 껍질의 중심에 모여 있는 것처럼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심이 같은 여러 껍질들을 모을 때 껍질들은 모두 중심에 모여 있는 것처럼 중력이 작용한다! 따라서 지구 위의 사과는 지구의 모든 질량이 지구 중심에 있는 것처럼 중력이 작용해 지구 중심방향으로 잡아당겨진다. 이 결과를 이용하면 사과와 지구 사이의 중력, 지구와 태양 사이의 중력도 모두 물체들의 질량이각 물체의 질량중심에 모여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계산할 수 있다.

뉴턴의 유레카! 껍질 정리!
 

(그림2)사과가 공 모양의 껍질 안에 있을때^사과가 껍질 안(P)에 있을때 껍질이 작용하는 중력은 0이 된다.


그렇다면 껍질 안에 있는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은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이때는 모든 껍질들이 작용하는 힘을 더하면 서로 상쇄돼 0이 된다! 브라보!

껍질 안에 임의의점 P를 생각해보자(그림 2). P를 꼭지점으로 하는 매우 좁은 원뿔을 그려보자. 양쪽원뿔의 끝이 이루는 각도는 같다. 이 원뿔과 껍질이 만나는 부분은 아래위로 동그란 부분이 될 것이다. P에서 먼 동그란 부분의 넓이는P에서 가까운 동그란 부분의 넓이보다 클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점 P에서의 거리의 제곱에 비례할 것이다. 따라서 동그란 부분의 질량도 거리의 제곱에 비례한다. 하지만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동그란 두 부분이 작용하는 중력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므로 서로 상쇄된다.

공 껍질은 점P를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작은 원뿔과 만나는 부분으로 모두 만들 수 있다. 그때마다 대응되는 두 부분의 중력이 서로 상쇄되므로 결국 모두 더하면 사과가 껍질 안에 있을 때는 껍질이 작용하는 중력은 0이 된다.

요약하면 사과가 껍질 밖에 있으면 껍질의 중심에 물체가 모두 모여 있는 것처럼 중력이 작용하고, 사과가 껍질 안에 있으면 껍질에 의한 중력의 효과는 서로 상쇄돼 없어진다. 이 결론을‘껍질 정리’(shell theorem)라고 부른다. 천신만고 끝에 이 결과를 얻은 뉴턴은 얼마나 기뻤을까.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은 지표면에서 최대가 되고 바깥으로 멀어질수록 감소한다. 반면에 지구 내부에 수직으로 굴을 뚫어놓은 곳으로 사과를 집어넣을 경우에 작용하는 중력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지구 중심에 가까이 왔으므로 중력이 증가할 것이고, 둘째로는 사과가 있는 곳 바깥쪽에 있는 껍질에 의한 알짜힘은 0이므로 중력이 감소할 것이다. 지구의 질량이 균일하게 분포한다면 둘째 영향이 더 커서 사과가 지구 중심에 접근할수록 중력이 감소한다.

이 경우 사과가 지구 중심에서r만큼 떨어져 있을 때 반지름 r인 공 바깥부분이 사과에 작용하는 알짜힘은 0이다. 반지름r인 공 내부의 질량을 Mins, 지구의밀도를 ρ라고 하면

${M}_{ins} = ρ\frac{4π{r}^{3}}{3}$

이다. 따라서 사과(m)가 받는 힘은

$F = -\frac{4πGmρ}{3}r$

이 된다 (-)부호는 힘의 방향이 항상 중심을 향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용수철을 잡아당겼을 때의 힘 F=-kx과 같은 형태이므로 용수철에 매달린 물체와 같이 운동을 한다는 말이다. 즉 사과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영원히 왕복운동을 하게 될 것이다.

중력으로 블랙홀을 추적한다

이 사진은 우리 은하 중심 가까이 있는 별들의 적외선 사진이다. 가운데 화살표로 표시한 은하의 중심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중심에서 8시 방향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S2로 알려진 별이 있다. 우리 은하의 대부분 별들은 매우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일생 동안 관측하더라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S2의 움직임은 관측할 수 있다. S2가 은하 중심 주위를 15.2년을 주기로 빠르게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근거로 이 별에 작용하는 중력을 고려해보면 은하 중심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질량이 매우 큰 물체가 반드시 있어야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태양 질량보다 300만~400만 배 정도의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은하 중심에서는 강력한 감마선이 방출되는데, 이것은 블랙홀 주위로 물체가 빨려들면서 나온다고 짐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성능 망원경을 실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블랙홀의 위치를 정확히 관측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0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최준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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