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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무성한 초록 잎을 흔들며 싱그러움을 안겨주는 나무들의 인사가 한창이다. 비라도 내린 다음에는 물을 듬뿍 머금어 한층 더 싱싱한 모습으로 초록빛을 내뿜는다. 나무의 높이는 작게는 1m부터 시작해서 80m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나무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이언트 메타세쿼이아는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로 그 높이가 84m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게 키 큰 나무라도 꼭대기에 매달린 잎사귀가 파릇파릇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키가 커도 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전달되는 방법은 일반 나무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어떠한 원리로 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잎 하나하나에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물을 끌어올리는 증산작용


대기 중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물기둥의 최대 높이는 대기압과 수압이 평형을 이루는 10m 정도다. 하지만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물이 공급되려면 물기둥이 끊이지 않고 나의 높이만큼 형성돼야 한다. 이 물기둥을 만들어주는 원동력은 증산작용이다. 식물은 증산작용을 통해 엄청난 양의 물을 내보낸다. 날씨가 좋은 날, 하루 동안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증산작용을 통해 내보내는 물의 양은 2L 페트병 500개의 양에 해당한다고 한다.

나무는 왜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물이 잎으로 빠져나감으로써 잎과 줄기의 수분 함유율의 차이가 생기고, 잎의 부족한 수분을 채우기 위해 자연적으로 확산현상이 일어나 물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수치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수분포텐셜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수분포텐셜이란 토양이나 식물체가 포함하고 있는 물의 양을 에너지 개념으로 나타낸 것으로서, 용질의 농도에 따른 값(삼투압)과 식물체의 팽압(식물세포를 물에 담그면 세포의 내용물인 원형질이 물을 흡수해 팽창하고 세포벽을 넓히려는 힘)에 의한 효과를 포함하고 있다.

수분포텐셜로 식물체 내에서의 물의 이동을 설명해보자. 식물은 무기양분을 능동 수송해서 물관 내에 보유하고 있으므로 식물체의 수분포텐셜은 항상 땅보다 낮다. 따라서 물은 수분포텐셜이 높은 땅에서 뿌리 쪽으로 이동한다. 물의 이동으로 뿌리의 팽압이 커지면 식물체의 수분포텐셜이 높아져서 수분포텐셜 값이 땅과 같아지게 되고, 그 시점에서 뿌리로의 물의 이동은 중단된다. 한편 뿌리에 물이 흡수됐으므로 뿌리에 비해 줄기의 수분포텐셜은 낮은 상태다. 따라서 뿌리의 물이 줄기 쪽으로 이동한다. 이로 인해 줄기의 수분포텐셜이 높아지면 다시 줄기의 물은 수분포텐셜이 낮은 잎으로 이동한다.

기공은 식물의 코!

증산작용은 잎의 기공에서 일어난다. 기공은 2개의 특이한 세포로 이뤄진 공기 구멍이다. 기공은 공변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공변세포는 주변의 다른 세포와는 달리 엽록체를 갖고 있어서 초록색으로 보이며 광합성이 일어난다. 한낮에 광합성이 활발해지면 공변세포에 유기 양분(포도당)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공변세포의 수분포텐셜이 낮아진다. 그러면 수분포텐셜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변 세포의 물이 공변세포로 이동된다. 공변세포는 기공을 이루는 쪽의 세포벽이 두껍고 바깥쪽은 세포벽이 얇기 때문에, 물이 유입되며 안쪽보다 바깥쪽이 더 많이 부풀어 올라 가운데 기공이 열리는 메커니즘이 일어난다. 이렇게 기공이 열리면 기체가 출입하고 증산작용도 일어난다. 이때 기공을 통해 CO2 흡수와 함께 수증기 증발도 일어나기 때문에, 잎은 수증기의 과다유출을 막기 위해 잎의 윗면보다는 아랫면에 기공을 많이 분포시키고 있다.

그럼 선인장과 같이 사막지대에 사는 식물은 어떻게 수분의 증발을 막을까. 선인장은 증산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형된 잎, 즉 가시를 갖고 있다. 또 낮에는 아예 기공을 열지 않다가 밤에 기공을 열어 CO2를 말산(덜 익은 과실에 들어 있는 유기산의 하나)의 형태로 액포에 저장해 뒀다가, 낮에 기공을 닫고 나면 말산으로부터 CO2를 방출해 광합성을 한다. 선인장은 이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수분의 손실을 최소화한다.

물 상승을 돕는 여러 가지 힘


다시 물 상승의 힘으로 돌아가보자. 증산작용은 물 상승의 가장 큰 원동력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보조해주는 힘으로 뿌리에서 물을 흡수할 때 생기는 뿌리압, 물 분자 사이의 응집력, 물 분자와 세포벽 사이의 부착력, 줄기의 모세관 현상 등이 있다. 식물의 뿌리압은 뿌리에서 흡수한 물에 의해 생기는 압력을 말한다. 식물의 밑동을 자르면 자른 면에서 물이 스며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뿌리압에 의한 현상이다. 기침약으로 많이 마시는 수세미 수액을 채취할 때에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뿌리압은 식물의 높은 곳까지 물을 올리는 결정적인 힘은 되지 못하지만 적어도 증산작용이 일어나기 전, 봄에 잎이 나오기 전까지 그 위력을 발휘하며 그 크기는 대략 3~5기압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메이플 시럽으로 쓰이는 사탕단풍나무의 줄기 수액이나 고로쇠나무 수액도 뿌리압에 의해 채취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고로쇠나무는 밤낮의 온도차가 대략 15˚C일 때 줄기와 가지의 물관과 체관 세포의 수축과 팽창이 심해진다. 이러한 수축과 팽창의 압력차를 이용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

물 분자 사이의 응집력은 물 분자끼리 잡아당기는 힘이며, 부착력은 물 분자와 다른 분자 간에 작용하는 힘이다. 이 힘은 물 분자가 중력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모세관 현상은 얇은 관에서 물이 상승하는 현상으로서, 관이 얇을수록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줄기의 물관은 지름이 약 75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로 매우 가늘기 때문에 물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물은 다시 모세관 현상에 의해 더 가는 잎맥으로 퍼진다.

나무에 대한 몇 가지 상식

나무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해보자. 나무에 물 주는 시간은 언제가 좋을까. 답은 ‘아침이 좋다’이다. 아침에 공급된 물은 해가 뜨고 광합성이 시작되면 그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증산작용이 활발해지는 정오 무렵 물을 주면 어떨까. 그때 준 물은 오히려 식물에게 해가 될 수 있다. 토양에 공급된 물은 토양의 공극(입자 사이의 틈)을 막아버려서 뿌리의 호흡을 막는다. 뿌리에서의 호흡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광합성에도 막대한 지장을 미친다. 따라서 정오 무렵 식물에게 준 물은 역효과를 준다. 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물에 떨어진 물방울이 볼록렌즈의 역할을 해서 햇빛을 모아 식물을 죽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무는 어떻게 운반하는 게 좋을까. 길에서 종종 큰 나무들이 트럭에 실려 가는 걸 볼 수 있다. 이때 차가 달리면서 나무에 바람이 많이 가해지게 된다. 그러면 증산작용을 활발히 일으켜 나무가 함유하고 있는 물 대부분이 증발되고 나무의 세포가 말라서 다시 옮겨 심는다 해도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나무를 차로 이동해 옮겨 심을 때에는 나뭇잎을 적당히 떼어 내거나 나무를 비닐로 포장한 뒤에 이동하는 것이 좋다.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나뭇가지 치기도 증산작용이 줄어드는 오후 3시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나무를 옮겨 심을 경우 옮겨 심자마자 비료를 듬뿍 주는데, 이는 나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반대로 나무가 살 수 없게 만드는 일이다.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려 무기염류를 물관에 저장하기도 전에 비료를 주면 땅의 수분포텐셜이 낮아진다. 그러면 나무의 뿌리를 통해 수분이 빠져나가서 죽어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나무를 옮겨 심은 뒤에는 뿌리를 내릴 때까지 1~2달 충분히 지난 뒤 비료를 주도록 한다. 1

201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허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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