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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사시’ 사냥꾼

2010 세계 생물다양성의 해 기념 연재

눈알 굴리기만큼 몸 색깔도 현란한 카멜레온

뭉툭하고 못생긴 눈을 가진 카멜레온은 두꺼운 눈꺼풀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세상을 본다. 카멜레온의 눈동자는 양쪽이 따로따로 움직인다. 한 쪽 눈의 시선이 나머지 한쪽 눈의 시선과 서로 다른 사시처럼 말이다. 양 눈을 움직여 볼 수 있는 시야를 합하면 그 각이 360°가 된다. 머리를 돌리지 않고도 자기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다 감시하는 셈이다.

카멜레온에게는 사냥을 하기 위한 특수무기인 혀가 있다. 끝부분이 끈끈한 덕에 한 번 닿은 먹이는 놓치지 않는다. 자기 몸길이보다 3배 이상 늘어나는 이 혀는 목 안의 설골(혀뿌리에 붙은 뼈)과 탄력 있는 주변 근육의 힘으로 순식간에 튀어나온다. 우스꽝스런 방법으로 먹이를 잡는 ‘사시’ 카멜레온은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연한 연두색부터 노란색, 풀색, 녹색, 형광녹색까지 다양한 패션을 자랑한다. 게다가 주변 환경이나 기분에 따라 몸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빛의 세기가 강해지면 노란색을, 주변 온도가 낮아지면 검은색을 띤다. 번식기가 시작된 카멜레온 수컷은 여러 색소세포를 이용해 화려한 몸 색깔을 만들어 암컷을 유혹한다.

어떻게 몸 색깔을 다양하게 바꾸는 걸까. 카멜레온의 가장 바깥 피부는 투명하지만 그 안쪽에는 무수히 많은 색소세포(멜라노포리스)가 있다. 색소세포 층의 가장 바깥에는 빨간색과 노란색을 띠는 세포가 있고 안쪽 층에는 파란색과 흰색을 띠는 세포가 있다. 카멜레온은 색소세포를 팽창시키거나 수축해 색을 바꾼다. 이 변화무쌍한 몸 색깔 역시 사냥하기에 유리하다.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카멜레온은 나뭇잎과 비슷한 몸 색깔을 만들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잎을 흉내 낸다. 각각 따로 노는 눈으로 포착한 먹잇감이 카멜레온을 나뭇잎으로 오해하는 순간, 카멜레온은 재빨리 혀를 쏴 먹이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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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만 잘 굴리는 느려터진 사냥꾼, 해마

암컷대신 수컷이 새끼를 낳는 동물이 있을까. 수컷이 임신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는 해마에 대한 통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알을 품고 있는 것은 해마 수컷이지만, 수컷의 배 안에 알을 낳는 것은 암컷이기 때문이다.머리가 말 머리와 닮아 이름도 ‘바다의 말’인 이 동물은 산란기가 되면 암컷이 수컷 배에 있는 육아낭에 알을 낳는다. 수컷이 자신의 정자로 알을 수정시키면, 알에서 새끼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알을 품고 있는 3주 동안 수컷의 배는 점점 부풀어 오른다.

해마는 왜 바닷속에서 우아하게 꼿꼿이 떠다니는 걸까. 해마는 소화계가 아주 단순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관처럼 생긴 입으로 작은 동물을 빨아들여도 먹이 대부분은 그대로 빠져 나가버린다. 그래서 해마는 에너지를 덜 소모해 살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둥글게 말린 꼬리로 조류를 붙잡고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게 버티거나, 여기저기 헤엄을 치는 대신 물살이 약한 조류의 엽상체 사이에서 몸을 까닥거리며 지낸다. 해마의 목에는 부레가 들어 있어 물속에서도 똑바로 선다. 부레 안에 들어 있는 공기의 양을 조절해 뜨거나 가라앉는다.지느러미가 있지만 몸집에 비해 아주 작아 헤엄치는 속도가 엄청 느리다. 등 아랫부분에 뿔처럼 달려 있는 것이 등지느러미, 머리 양옆에 귀처럼 붙어 있는 것이 가슴지느러미다.

아무리 게으르고 느려터진 해마라도 눈알 굴리는 일은 물고기 중에서 최고다. 해마의 눈은 머리 양옆에 박혀 있는데, 카멜레온처럼 눈알이 각각 따로 움직인다. 작은 새우 같은 먹이를 발견하면, 해마는 주둥이를 갑자기 홱 돌리면서 물과 함께 빨아들인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 까닥거릴 뿐이지만 먹이를 잡는 순간은 수백 분의 1초가 걸릴 만큼 빠르다. 해마는 몸이 거의 뼈로 이뤄져 있고 근육이 거의 없어 포식 동물에게 잡아먹힐 위험도 많지 않다.

201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자료 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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