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수만 년 전 약도 병원도 없던 시절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질병을 이겨 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학자들은 우리와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대형 유인원을 연구하고 있다. 침팬지와 보노보침팬지, 고릴라 등은 ‘자가치료’ 행동을 통해 몸을 스스로 고치기 때문이다. 이를 연구하면 인류의 조상들이 민간요법을 어떻게 만들고 전수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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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엉뚱한 말을 하면 우리는 종종 이렇게 답한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네!” 개가 풀을 뜯어 먹는 건 무척 드문 일이기 때문인데, 이런 엉뚱한 개의 행동을 동물행동학자들은 조금 다르게 본다. 이런 식이다. “저 개는 배탈이 났거나 기생충이 생겼을 거야.” “독한 풀을 먹었으니 곧 토하거나 똥을 누겠군.” “그리곤 증상이 좋아지겠지.” “저런 행동이 바로 동물들이 스스로 몸을 고치는 대표적인 ‘자가치료’ 행동이지.”
물론 동물의 자가치료 행동은, 경험과 학습에서 비롯된 중국의 ‘본초강목’이나 우리나라의 ‘동의보감’ 속 민간요법과는 차이가 크다. 중요한 것은 개들도 나름의 자가치료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와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 역시 마찬가지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607/S201608N043_2.jpg)
이 학문을 체계화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연구자는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마이클 호프만 박사다. 그는 삶의 대부분을 아프리카 밀림에서 야생 침팬지가 섭취한 식물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하는 데 보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식물이 약초인지, 어떤 행동이 자가치료 행동에 해당하는지 밝혔다.
그가 연구 초기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식물은 몹시 쓴 맛이 나는 ‘베로니아 아믹달리나’다. 침팬지들은 종종 무리를 벗어나 평소에 잘 다니지 않던 길을 따라 이동해 이 식물을 찾아냈고, 수 분에 걸쳐 아주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겨낸 뒤 안쪽의 부드러운 부분을 씹어 먹었다. 호프만 박사가 이 식물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세스퀴테르펜, 스테로이드 글루코사이드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 성분은 주혈흡충, 말라리아원충, 리슈마니아(편모충의 일종) 같은 기생충을 박멸하는 데 효과적이며, 항생제와 항암제 역할도 한다. 즉 침팬지는 몸 속에 기생충이 생겼다고 느낄 때 먼 길을 걸어 천연 치료제를 찾아 먹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침팬지는 아프리카의 서로 다른 25개 지역에서 약 40여 종의 식물을 사용해 자가치료를 한다. 이들 식물 대부분에는 베로니아 아믹달리나와 같이 기생충 예방, 항바이러스, 항박테리아 기능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고온다습한 열대우림의 환경에서 주로 기생충과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침팬지들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모든 영장류가 다 같은 약초를 쓰는 건 아니다. 사는 지역과 무리에 따라 약초의 종류와 사용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보노보침팬지는 보통 기생충 예방에 탁월한 ‘만니오피톤 풀붐’이라는 식물을 이용하는데, 이를 씹지 않고 동그란 공처럼 말아서 통째로 삼킨다. 이 식물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과 염증이 생기는데, 보노보침팬지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아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의 대형 유인원 중 유일한 채식주의자인 고릴라는 ‘밀림의 한의사’다. 가장 많은 종류(59개과 118종)의 약초를 쓸 줄 안다. 이 약초들 상당수는 인근의 원시부족들이 실제로 약으로 쓰는 것들이며, 심지어 어떤 약초는 ‘고릴라풀’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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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엉뚱한 말을 하면 우리는 종종 이렇게 답한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하네!” 개가 풀을 뜯어 먹는 건 무척 드문 일이기 때문인데, 이런 엉뚱한 개의 행동을 동물행동학자들은 조금 다르게 본다. 이런 식이다. “저 개는 배탈이 났거나 기생충이 생겼을 거야.” “독한 풀을 먹었으니 곧 토하거나 똥을 누겠군.” “그리곤 증상이 좋아지겠지.” “저런 행동이 바로 동물들이 스스로 몸을 고치는 대표적인 ‘자가치료’ 행동이지.”
물론 동물의 자가치료 행동은, 경험과 학습에서 비롯된 중국의 ‘본초강목’이나 우리나라의 ‘동의보감’ 속 민간요법과는 차이가 크다. 중요한 것은 개들도 나름의 자가치료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와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 역시 마찬가지다.
밀림의 한의사 고릴라
1960년대 초, 일본의 인류학자 도시나다 니시다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침팬지가 ‘아스펠라’라는 식물의 잎을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아스펠라 잎에는 영양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많은 영장류학자들이 침팬지가 아주 쓴 식물을 억지로 씹거나 심지어 잎우아영을 씹지도 않고 돌돌 말아 삼키는 특이 행동을 관찰했다. 훗날 연구 결과, 이는 동물들이 스스로 병을 치료하려는 행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물들의 이 같은 자가치료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을 일컬어 ‘동물(zoo)’, ‘약(pharma-)’, ‘지식(gnosis-)’ 세 단어를 합성해 ‘zoopharmacognosy’라고 부른다.
1960년대 초, 일본의 인류학자 도시나다 니시다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침팬지가 ‘아스펠라’라는 식물의 잎을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아스펠라 잎에는 영양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많은 영장류학자들이 침팬지가 아주 쓴 식물을 억지로 씹거나 심지어 잎우아영을 씹지도 않고 돌돌 말아 삼키는 특이 행동을 관찰했다. 훗날 연구 결과, 이는 동물들이 스스로 병을 치료하려는 행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물들의 이 같은 자가치료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을 일컬어 ‘동물(zoo)’, ‘약(pharma-)’, ‘지식(gnosis-)’ 세 단어를 합성해 ‘zoopharmacognosy’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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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문을 체계화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연구자는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의 마이클 호프만 박사다. 그는 삶의 대부분을 아프리카 밀림에서 야생 침팬지가 섭취한 식물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하는 데 보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식물이 약초인지, 어떤 행동이 자가치료 행동에 해당하는지 밝혔다.
그가 연구 초기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식물은 몹시 쓴 맛이 나는 ‘베로니아 아믹달리나’다. 침팬지들은 종종 무리를 벗어나 평소에 잘 다니지 않던 길을 따라 이동해 이 식물을 찾아냈고, 수 분에 걸쳐 아주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겨낸 뒤 안쪽의 부드러운 부분을 씹어 먹었다. 호프만 박사가 이 식물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세스퀴테르펜, 스테로이드 글루코사이드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 성분은 주혈흡충, 말라리아원충, 리슈마니아(편모충의 일종) 같은 기생충을 박멸하는 데 효과적이며, 항생제와 항암제 역할도 한다. 즉 침팬지는 몸 속에 기생충이 생겼다고 느낄 때 먼 길을 걸어 천연 치료제를 찾아 먹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침팬지는 아프리카의 서로 다른 25개 지역에서 약 40여 종의 식물을 사용해 자가치료를 한다. 이들 식물 대부분에는 베로니아 아믹달리나와 같이 기생충 예방, 항바이러스, 항박테리아 기능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고온다습한 열대우림의 환경에서 주로 기생충과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침팬지들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모든 영장류가 다 같은 약초를 쓰는 건 아니다. 사는 지역과 무리에 따라 약초의 종류와 사용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보노보침팬지는 보통 기생충 예방에 탁월한 ‘만니오피톤 풀붐’이라는 식물을 이용하는데, 이를 씹지 않고 동그란 공처럼 말아서 통째로 삼킨다. 이 식물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과 염증이 생기는데, 보노보침팬지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아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의 대형 유인원 중 유일한 채식주의자인 고릴라는 ‘밀림의 한의사’다. 가장 많은 종류(59개과 118종)의 약초를 쓸 줄 안다. 이 약초들 상당수는 인근의 원시부족들이 실제로 약으로 쓰는 것들이며, 심지어 어떤 약초는 ‘고릴라풀’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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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曰 “엄마가 그 풀 먹지 말랬어!”
약초에 대한 정보를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도 영장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침팬지는 쓴맛이 나는, 즉 독성이 함유된 약초를 평소 어린 침팬지들이 갖고 놀거나 먹지 못하게 통제한다. 대신 성인 침팬지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약초 사용법을 볼 수 있게 한다. 즉 자연스럽게 시범을 보인다. 반면 고릴라는 부모 세대가 아닌 또래 집단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이유는 이렇다. 잡식성인 침팬지는 초식을 하는 고릴라보다 활용하는 식물 수가 훨씬 적다. 따라서 어린 침팬지가 일일이 식물을 먹어보는 방식으로 약초를 학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약은 곧 독이므로 많이 먹으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결국 침팬지는 부모 세대로부터 전해진 안전한 지식에 의존한다. 반면 고릴라는 웬만한 양의 독성 물질에 버틸 수 있을 만큼 덩치가 큰데다, 원래 초식을 하는 종이기 때문에 식물 독성에 대한 저항성이 높다.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식물을 직접 먹어보며 어떤 게 약초인지 터득할 수 있다.
결국 침팬지는 약용식물에 대한 정보를 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정확하게 전달해야 구성원의 생존
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무리 내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면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이 후세
로 이어질 수 없으며, 지식이 끊어진 무리의 생존 확률은 지식이 잘 전달된 집단에 비해 낮다. 침팬지가 복잡한 사회 구조를 지니게 된 비결 중 하나도 이런 약용식물일 것이다.
영장류와 인간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자가치료 행동은 오래 전 우리 인류와 아프리카 대형 영장류 조상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대의 인류학자 카
렌 하디 박사팀이 스페인 북부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치아를 2012년에 분석한 결과, 영양분이 거의 없는 쓴 식물을 섭취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마 다른 고인류들도 비슷하게 약용 식물을 활용했을 것
이다. 또, 고인류 역시 자가치료 행동을 전하는 과정에서 침팬지처럼 복잡한 사회 구조와 교육 시스템을 갖추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든 영장류든, 자가치료법에 관련한 지식이 이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똑똑한 한 개체가 나타나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유용한 식물을 집단 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려준다
고 해도 시스템이 없으면 불과 몇 세대 만에 그 정보는 사라지고, 구성원들이 질병을 견디고 생존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영장류가 약초를 이용할 줄 안다는 놀라운 사실 뒤에는, 민간요법을 자식 세대에 전수한다는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던 셈이다.
약초에 대한 정보를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도 영장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침팬지는 쓴맛이 나는, 즉 독성이 함유된 약초를 평소 어린 침팬지들이 갖고 놀거나 먹지 못하게 통제한다. 대신 성인 침팬지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약초 사용법을 볼 수 있게 한다. 즉 자연스럽게 시범을 보인다. 반면 고릴라는 부모 세대가 아닌 또래 집단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이유는 이렇다. 잡식성인 침팬지는 초식을 하는 고릴라보다 활용하는 식물 수가 훨씬 적다. 따라서 어린 침팬지가 일일이 식물을 먹어보는 방식으로 약초를 학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약은 곧 독이므로 많이 먹으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결국 침팬지는 부모 세대로부터 전해진 안전한 지식에 의존한다. 반면 고릴라는 웬만한 양의 독성 물질에 버틸 수 있을 만큼 덩치가 큰데다, 원래 초식을 하는 종이기 때문에 식물 독성에 대한 저항성이 높다.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식물을 직접 먹어보며 어떤 게 약초인지 터득할 수 있다.
결국 침팬지는 약용식물에 대한 정보를 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정확하게 전달해야 구성원의 생존
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무리 내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면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이 후세
로 이어질 수 없으며, 지식이 끊어진 무리의 생존 확률은 지식이 잘 전달된 집단에 비해 낮다. 침팬지가 복잡한 사회 구조를 지니게 된 비결 중 하나도 이런 약용식물일 것이다.
영장류와 인간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자가치료 행동은 오래 전 우리 인류와 아프리카 대형 영장류 조상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대의 인류학자 카
렌 하디 박사팀이 스페인 북부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치아를 2012년에 분석한 결과, 영양분이 거의 없는 쓴 식물을 섭취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마 다른 고인류들도 비슷하게 약용 식물을 활용했을 것
이다. 또, 고인류 역시 자가치료 행동을 전하는 과정에서 침팬지처럼 복잡한 사회 구조와 교육 시스템을 갖추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든 영장류든, 자가치료법에 관련한 지식이 이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똑똑한 한 개체가 나타나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유용한 식물을 집단 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려준다
고 해도 시스템이 없으면 불과 몇 세대 만에 그 정보는 사라지고, 구성원들이 질병을 견디고 생존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영장류가 약초를 이용할 줄 안다는 놀라운 사실 뒤에는, 민간요법을 자식 세대에 전수한다는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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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서부에 사는 고릴라는 현대인이 즐겨 먹는 음료인 콜라의 원료 식물(C. pachycarpa )의 과일이나 씨를 즐겨 먹는다. 현지의 장거리 트럭 운전사들이 각성제로 활용하는 식물이다. 아프리카 가봉에 사는 고릴라는 환각 물질이 함유된 ‘이보가’라는 식물을 많이 먹는데, 현재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하는 신약의 성분이다. 콩고민주공화국 비룽가 산맥에 사는 산악고릴라는 해발 4100m까지 올라 도라지과의 ‘로벨리아’라는 식물을 먹는다. 원주민들 사이에서 코감기와 폐질환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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