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앤드미(23andMe), 놈(Knome), 내비제닉스(Navigenics), 디코드미(deCODEme).
수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개인게놈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우리 돈으로 수십만~100여만 원을 내면 개인의 SNP(‘스닙’이라고 발음한다) 수십만 곳을 분석해 수십 가지 질병에 대해 병에 걸릴 가능성을 예측해주거나 수천만 원을 내면 게놈 전체를 해독해주기도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런 서비스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연구목적으로는 SNP 해독이 이뤄지고 있다. 기자는 국내 한 연구소에 기자의 SNP 해독을 부탁했다. 90만 곳의 SNP 데이터가 담긴 파일을 얻은 기자는 관련 논문과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며 기자의 게놈을 스스로 분석해봤다. ‘DIY 개인게놈 서비스’를 체험해 본 셈이다.
신체 특징, 대체로 유전자 타입 반영
‘역시 그랬군…!’
네 유전자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HMGA1 유전자의 경우 기자는 AA형이었다. SNP 자리에 부모 모두로부터 아데닌(A)이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연구결과 AA형은 부모 모두로부터 구아닌(G)이 있는 유전자를 받은 GG형보다 키가 평균 2.1cm 작은 걸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기여하는 ZBTB38(AA형의 키가 GG형보다 평균 1.5cm 더 큼)나 EFEMP1(GG형의 키가 AA형보다 평균 0.6cm 더 큼)은 부모로부터 서로 다른 염기를 받아(헤테로) 각각 AG형이었다. 끝으로 PLAG1은 AA형으로 나타났는데, 이 형은 GG형보다 키가 평균 0.3cm 크다. 결국 네 유전자의 영향력은 기자의 키가 평균보다 작은 데 어느 정도 기여했을 것이다.
비만의 척도가 되는 ,b>;* 체질량지수에 기여한다고 밝혀진 FTO 유전자의 경우 기자는 TT형(T는 티민)이다. 이 형의 BMI는 AA형보다 평균 0.4 더 낮다(키가 168cm일 경우 체중이 1.1kg 덜 나감). 기자는 몸무게 54kg으로 마른 체형이다. 그러나 복부비만에 관여하는 C12orf51 유전자의 경우 CC형(C는 시토신)이었는데, CC형은 TT형보다 허리/엉덩이둘레 비가 평균 1.2% 더 높다.
* 체질량지수(BMI)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2)으로 나눈 값이다. 20 미만이면 저체중, 20~25는 정상, 25~30은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다.
기자가 여자였다면 피부색 관련 유전자에도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올해 3월 ‘PLoS 제네틱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동아시아인들의 경우 OCA2 유전자의 한 SNP가 피부의 멜라닌색소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AA형은 피부의 멜라닌색소량이 GG형보다 평균 7.5% 더 많아 피부색이 짙다. 피부색이 밝은 편인 기자는 GG형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런 몇 가지 예를 갖고 ‘유전자가 신체 특성을 결정짓는구나!’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실제로 키나 몸무게 등에는 수십 가지 유전자가 관여한다고 추측되고 있고 영양상태나 운동여부 등 환경의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개인게놈 서비스 아직 초보 단계
2형당뇨병이나 유방암, 전립선암과 관련이 있는 TCF7L2 유전자의 SNP의 경우 기자는 위험도가 낮은 GG형이다. 설명을 보니 GT형일 경우 발병 가능성이 좀 늘어나고 TT형에서는 더 위험해진다. 인종별 유전형 분포 정보도 있는데, 중국인과 일본인은 대부분이 GG형이다. 우리나라 사람 다수도 아마 GG형일 것이다. 반면 유럽인은 절반 정도만 GG형이고 TT형이 10%나 된다.
COMT라는 유전자의 SNP는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 유전자는 뇌의 전전두엽 도파민 수치를 낮추는 효소를 만드는데, A형이 활성이 낮고 G형이 높다. 전전두엽은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내릴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고 도파민은 뇌 뉴런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작년 8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AA형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고 GG형은 하던 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외식을 할 때 아내는 새로 문을 연 식당에 가보자고 말하고 남편은 늘 가던 데서 먹자고 한다면 이 유전자의 형이 다를 확률이 높다. 기자는 그 중간인 AG형으로 나타났다.
논문이나 문헌에 나와 있는 SNP 정보가 ‘내 얘기’라는 생각에 처음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구’했는데, 반나절을 컴퓨터에 매달려 있다 보니 한계에 다다랐다. 역시 생명정보학을 통해 SNP 데이터와 방대한 관련 자료를 종합한 뒤 일목요연한 보고서를 제공해주는 23앤드미 같은 서비스 회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23앤드미의 경우 499달러(약 55만원)에 SNP 데이터와 함께 질병과 특성 관련한 150여 항목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이런저런 유전자들의 SNP 유형을 분석한 결과 당신은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이 평균의 3배다”라는 식으로 알려주고 그에 따른 권고사항도 첨가한다.
이런 친절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과연 개인게놈 서비스가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검사에 쓰이는 SNP 칩은 수십만 개의 SNP만을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SNP 1000만 곳 가운데 10%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유전자 삽입이나 결실, 복제 수 변이 같은 원인으로 인한 질병은 SNP 칩으로는 분석으로 예측할 수 없고 전체 게놈을 분석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알아낸 정보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기자 역시 스니피디아의 인기 SNP 항목 가운데 대머리에 영향을 주는 SNP나 알코올 탐닉성, 니코틴 중독성, 유당분해효소결핍증(우유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증세)에 관여하는 SNP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기자의 게놈을 분석한 칩에는 해당 SNP의 탐침이 들어 있지 않아 데이터가 없었다.
개인게놈 서비스의 신뢰성에 대한 회의도 만만치 않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유전학과 제임스 에반스 교수는 동일한 DNA시료를 23앤드미와 디코드미에 보내 서비스를 받았더니 항목의 3분의 1이 서로 반대가 되는 예측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회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어떤 혁신적인 기술도 초기에는 비슷한 길을 밟았다며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DNA해독 비용이 더 떨어져 100만 원 정도에 개인의 전체 게놈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유전자와 질병, 약물의 관계가 좀 더 명확하게 밝혀지는 수년 뒤에는 개인게놈 정보가 건강관리의 필수적인 항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이끈 미국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은 최근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SNP 칩은 유전성이 있는 질병의 일부만을 확인할 수 있지만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해 소비자에게 직접 유전적 위험성을 예측해주는 서비스는 얼리어답터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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