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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과 예술이 만나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 코르디움


어떤 사람에게는 시원한 파도 소리로, 어떤 사람에게는 맛있는 고등어의 생산지로, 또 어떤 사람에게는 어릴 적 물장구치며 놀던 추억으로 기억되는 바다. 바다를 오감으로 체험하고 머리로 배우고 가슴으로 느끼는 해양과학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24일 개관한 한국해양연구원의 ‘코르디움(KORDIUM)’이 그 주인공이다.

터치스크린에서 ‘쓰나미’라는 단추를 클릭했다. 눈앞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지구본에 갑자기 빨간 점이 나타난다. 태평양 서남쪽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부근이다. 잠시 후 이 붉은색은 태평양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빨간색부터 짙은 파란색까지 지구 곳곳의 색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강진과 그로 인한 파도의 변화를 36시간 동안 관측한 결과다.



허공을 휘저으며 바다 100% 체험하기

마치 SF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이곳이 바로 한국해양연구원의 ‘코르디움’이다. 코르디움의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돔이 세워져 있다. 새하얀 돔 내부는 전체가 스크린이다. 중앙에는 지구본 모양의 입체 스크린과 터치스크린이 놓여 있는데, 원하는 정보를 선택하면 돔 내벽과 지구본 스크린에 영상이 나타난다. 특히 지구본 모양의 스크린을 이용하면 지구 전체의 바닷물이 어느 정도로 산성화되고 있는지, 남극과 북극의 해빙 분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장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허공 터치스크린’도 다른 곳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이색 전시물이다. 스크린에는 한국해양연구원의 연구 활동, 각종 해양 상식, 관련 뉴스 같은 동영상 100여 개가 작은 화면으로 둥둥 떠 있다. 화면을 선택하려고 스크린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손이 채 닿기도 전에 화면이 커지면서 영상이 재생된다.

‘우리 땅, 독도 열어보기’라는 디지털 북도 관람객의 ‘손길’을 끈다.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드래그하면서 독도의 자연환경과 생태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독도가 생성되는 순간의 해저 바닥 모습은 그래픽으로 재현해 학습효과를 높였다.

한편 전시장 한쪽에서는 바닷소리를 들을 수 있다. ‘딱딱’ 딱총새우 소리와 ‘웅웅’ 하는 대왕고래 소리에 잠수정, 해녀, 거북이 소리까지. 음원이 그려진 블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애니메이션과 함께 실제 바다에서 녹취한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여러 개를 동시에 올리면 각각의 소리가 섞이면서 실제로 바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심해에서 건져 올린 새우와 망간단괴 만난다

코르디움만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심해 수천m에서 건져 올린 심해 생물과 심해 광물 자원이다. 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들이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대양을 누비며 수집한 것들 중에는 심해 1600m에서 채취한 새우와 게의 중간 형태인 ‘심해 허리 꺾인 새우류(Shinkaia crosnieri)’도 있고, 하와이 동남쪽 2000km의 수심 4747~5110m 열수분출구 근처에서 찾은 ‘심해 불가사리(Stelleroidea)’도 있다. 심해 불가사리는 다른 불가사리에 비해 방사형 팔이 유난히 긴데, 극피동물 중 가장 원시적인 형태라고 한다. 이 밖에도 심해 조개와 심해 해삼처럼 다른 종보다 조금 느리게 진화한 희귀한 심해 생물 표본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표본만으로 아쉬운 사람을 위해 전시장 오른쪽에는 심해의 열수분출구와 그 주변에서 서식하는 심해 생물을 모형으로 재현해 놨다. 머리 위 돌기에서 나오는 빛으로 먹이를 유인해 잡아먹는 초롱아귀, 실처럼 가느다랗고 긴 다리로 부드러운 심해 바닥을 살금살금 걸어 다니는 세다리물고기, 자기 몸 크기만 한 먹이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거대한 풍선장어가 어두운 심해를 배경으로 실감나게 헤엄치고 있다.

해양 생물들 옆에는 표면이 울퉁불퉁한 검은 돌이 보인다. 겉보기엔 평범한 돌인데, 사실은 수심 4000m에서 건져 올린 망간단괴다. 망간단괴는 망간, 니켈, 구리, 코발트처럼 산업에 필수적인 금속들을 함유하고 있어 ‘바다의 검은 황금’이라고도 불린다. 주먹 크기의 단괴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00만 년. 학자들은 지진이나 대륙 이동 같은 지구 환경 변화의 비밀을 풀 열쇠로 망간단괴를 주목하고 있다.

전시관을 나서는 길. 발에 뭔가 닿는 느낌이 들어 바닥을 내려다보니 발밑에는 화려한 그래픽 아트가 펼쳐지고 있다.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구멍에서 두더지가 쏙쏙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바닥에 깔린 조개들이 흩어졌다 모이기도 하는 ‘센시티브 플로어’가 발길을 붙잡는다.

문 쪽 벽면은 아예 커다란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해양을 주제로 하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코르디움 갤러리다. 오늘 전시된 작품은 해양생물인 해마와 육지동물인 말이 주인공인 아크릴 설치물. 앞에서 보면 2차원 그림이지만 옆에서 보면 해양생물이 그림에서 튀어나오는 게 재밌다. 바다에 대해 다양하게 알고, 그 감성에 흠뻑 젖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와볼 만한 곳이다.

관람 예약은 한국해양연구원 홈페이지(www.kordi.re.kr)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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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안산=이영혜 기자, 사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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