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교수님,학생들 가르치랴 연구하랴 바쁘실 텐데 창의연구단협의회장까지 맡으셨으니 더 바쁘시겠네요?
현택환 교수 : 아무래도 챙겨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으니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2002년 연구단에 선정된 덕분에 그동안 좋은 연구결과를 많이 낼 수 있었으니까 1년 임기 동안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 협의회에 소속된 47개 창의연구단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창의연구단에 선정되면 과학자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어떤 지원을 받게 되나요?
김빛내리 교수 : 전 2007년 사업단에 선정됐는데 사실 재수 끝에 된 거죠(웃음). 2004년 지원했다가 떨어졌습니다. 연구아이디어는 많은데 연구비는 없고…. 연구비를 따려고 여기저기 제안서를 내다 보니 한때는 7가지 과제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매 과제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시간을 많이 뺏겼죠. 연구단에 선정된 뒤 이런 일이 많이 줄어 연구에 좀 더 전념하게 됐습니다.
김 교수님은 지난해 생명과학저널 ‘셀’에 * 마이크로RNA 관련 논문을 3편이나 내시며 기염을 토하셨는데, 연구단에 선정된 게 큰 역할을 한 셈이네요.
김 : 그렇습니다. 저희 실험실의 학생들도 학비를 지원받을 뿐 아니라 약간의 생활비도 받을 수 있어서 아르바이트(과외)를 하느라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됐죠. 앞으로도 6년 정도 더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장기적인 연구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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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일한 나노입자 = 현택환’이라는 ‘공식’이 나노분야에서 알려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 교수님도 연구단에 뽑힌 게 연구자로의 삶에서 전환점이 됐나요?
현 : 처음 들어보는 공식인데요(웃음). 물론입니다. 크기가 일정한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발표한 논문은 2004년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실려 지금까지 500회가 넘게 인용됐습니다. 창의연구단의 연구비로 7억 원짜리 투과전자현미경을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연구팀보다 먼저 성공했죠. 나노입자를 만들고 바로바로 현미경에서 상태를 확인하며 최적의 반응조건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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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창의연구사업으로 소수의 과학자에게만 연구비가 몰리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 : 연구비를 무한정 대줄 수 없는 현실에서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위 NSC로 불리는 ‘네이처’, ‘사이언스’, ‘셀’ 같은 일급 저널에 발표된 국내 연구자의 논문을 보면 3분의 1 이상이 창의연구단 소속입니다. 또 연구단에 선정됐다고 무조건 9년간 지원받는 건 아닙니다. 3년마다 중간평가를 해서 성과가 없으면 중도 탈락합니다.
김 :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도 유망한 연구자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사실 이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스케일이 작은 편이죠. 그러면서도 규제는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창의연구단을 지원하려면 선정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이상 진행되는 다른 과제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에 끝나는 연구과제를 하고 있다면 2010년에는 창의연구단을 지원할 수 없지요. 선정된다는 보장이 없는 창의연구단에 지원하려면 다른 중장기연구과제 신청을 포기해야 하니 고민하는 연구자들을 많이 봅니다.
현 : 그러다 보니 최근 창의연구단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연구비 상한제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연구과제의 연구비가 3억 원일 경우 창의연구단에서 이 금액을 제외한 4억 원만 지원하는 거죠.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에 이런 대안을 적극 제안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비의 대부분을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도 국민들에게 자신이 내는 세금이 어떻게 과학발전에 기여하는지를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 물론입니다. 2004년부터 격년제로 열고 있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 성과전시회(이하 성과전시회)’는 일반인을 위한 자리입니다. 4월 2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4회 성과전시회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국의 과학고 학생 350명을 과학강연에 초청했습니다. 물론 관심 있는 일반인도 참석할 수 있습니다.
김 : 고교과정에서는 마이크로RNA를 배우지도 않는데, 상당한 지식을 갖고 질문하는 학생들을 만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연구결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저희 연구결과를 한눈에 이해하기 쉽게 만든 동영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RNA에 문제가 생긴 돌연변이 초파리를 현미경으로 직접 보고 알아맞히는 퀴즈 같은 이벤트도 열 계획입니다.
요즘은 연구 분야가 너무 세분돼 있고 낯선 전문용어가 많아 자기 분야가 아니면 과학자나 일반인이나 이해하지 못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현 : 사실 성과전시회는 일반인뿐 아니라 저희들에게도 큰 기회입니다. 다들 그 분야에서 최고 실력자들이 모인 자리이니 여기서 공동연구의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김 교수님이 만든 마이크로RNA를 제가 개발한 나노입자에 붙여 암세포 같은 표적부위에만 작용하는 약물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 : 그런 방법이 있나요? 사실 세포 안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전령RNA를 파괴하는 마이크로RNA를 설계할 수 있지만 표적세포까지 마이크로RNA를 운반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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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수님은 내년에 연구단이 끝나시는데, 지금 얘기한 주제로 다시 신청하시면 어떨까요?
현 : 좋은 생각입니다(웃음). 아무튼 창의연구사업은 우리나라 과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1997년 선정된 포스텍 김기문 교수는 2008년부터 화학저널인 ‘앙게반테 케미’의 편집위원이고 김빛내리 교수도 올해 ‘셀’의 편집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현 교수도 2005년부터 재료과학저널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과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이번 성과전시회에 오셔서 국내 최고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