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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대표작인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과 같은 공포 소설로 널리 알려진 미국 작가다. 괴기스러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가 1841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 ‘큰 소용돌이 속에서’는 특히 생생하고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파도가 가장 격렬하게 미쳐 날뛰는 곳은 모스쾨 섬과 해안 사이였다. 거기서는 넓은 곳에 가득찬 물이 갈라져서 수많은 수로가 되어 서로 부딪쳤으며, 급격하게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켰고-솟아오르고, 역류하고, 소리를 내며-거대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소용돌이가 되어 선회하고, 낙하하는 폭포와 같은 속도로 모든 것이 동쪽을 향해 소용돌이치며 돌진해가고 있었다. …(중략)… 갑자기 그것이 뚜렷한 형태를 갖추더니 직경 1마일(약 1.6km) 이상이나 되는 원이 되었다.

그 소용돌이의 가장자리는 폭이 넓은 띠 형태의 반짝이는 포말이 되었는데 그 포말은 단 한 방울도 그 무시무시한 깔때기의 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깔때기의 내부는 전부 매끈매끈하게 빛나는 검은 구슬과 같은 물의 벽을 이루고 있었는데, 수평선을 기준으로 약 45도 각도로 기울어져서 흔들리고 몸부림치면서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며, 나이아가라 폭포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하늘을 향해 올리는 소리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비명과 성난 포효가 뒤섞인 엄청난 소리를 바람에 실어 보냈다.

- 에드거 앨런 포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중

‘큰 소용돌이 속에서’의 주인공인 ‘나’는 노르웨이 로포텐 섬의 어부 삼형제 중 둘째다. 어부 삼형제는 매일 목숨을 걸고 거대한 소용돌이인 마엘스트롬(maelstrom)이 발생하는 해역을 건너서 물고기가 잘 잡히는 곳으로 간다. 어느 날 폭풍우가 발생해 삼형제 중 막내는 바람에 날려 바다로 떨어지고 살아남은 두 형이 탄 배는 폭풍우에 떠밀려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심연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는 배 안에서 공포에 질려 있던 ‘나’는 마엘스트롬의 흐름 속에 떠 있는 물체들 중에서 크기가 크고 불규칙한 형태의 물체일수록 소용돌이 속으로 빨리 하강하는 반면, 크기가 작고 원통형인 물체는 소용돌이 속에서 유독 천천히 이동해 거의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르웨이의 거대 소용돌이 ‘마엘스트롬’

제목에 나오는 ‘큰 소용돌이’는 노르웨이 북서해안의 로포텐 섬 주변에 발생하는 거대한 소용돌이인 마엘스트롬을 의미한다. 포의 소설과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언급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마엘스트롬은 좁은 해저의 복잡한 암초 지형 위를 지나는 바닷물이 암초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것으로 하루에 네 번 밀물이나 썰물과 교차하는 시간에 나타난다. 포는 소설에서 마엘스트롬이 윗부분은 넓고 아래쪽은 좁은 깔때기 모양이며, 배가 한 번 빨려 들어가면 빠르게 회전하는 바닷물의 힘에 끌려 다니며 몇 시간 동안 빙글빙글 회전할 정도로 거대하다고 묘사했다. 고래나 곰처럼 큰 생물도 한 번 휩쓸려 들어가면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소용돌이란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너무도 생생해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로포텐 섬 주위에 직경 1.5km가 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로포텐 섬 주위에 강한 조류와 소용돌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마엘스트롬의 지름이 약 20m 정도인 것을 고려할 때 소설에 언급된 묘사는 과장된 측면이 많다. 그러나 마엘스트롬과 로포텐 섬 부근 살트 협만에서 발생하는 살트스트라우멘은 오래 전부터 노르웨이 인근 해역을 항해하는 뱃사람들 사이에서 위험한 소용돌이로 여겨져 왔다. 항해술이 발달하고 배의 규모가 커진 오늘날에도 ‘노르웨이 북서쪽 및 북쪽 연안 항해 지침’에서는 소용돌이가 이는 동안에는 어떤 선박도 그 곳을 지나
가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소용돌이는 노르웨이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밀물과 썰물 때 바닷물(조류)의 이동 속도가 빠르고 암초가 많은 해협에서 볼 수 있다. 대체로 소용돌이는 바닷물이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수심이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이동할 때 나타난다.

조류와 암초의 상호작용으로 발생

시칠리아 섬과 이탈리아 반도 사이의 메시나 해협에 나타나는 소용돌이는 ‘카리프디스’라고 불리는데, 그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저주를 받아 메시나 해협의 바다 속에 던져진 뒤 하루에 세 번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켜서 뱃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괴물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카리프디스’는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도 빨려 들어갔다가 겨우 목숨을 건진 소용돌이로 묘사된다.

이 밖에도 스코틀랜드 북서해안의 헤브리디스 섬과 오크니 섬 주변의 소용돌이와, 일본의 좁은 내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나루토 해협의 소용돌이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런 해협들은 기이한 자연현상을 직접 구경하고픈 이들을 대상으로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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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최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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