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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매달려 흔들흔들 초점 맞추는 홀쭉이로리스

스리랑카의 깜깜한 밤에 축축하게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면 나무에서 그네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불빛을 볼 수 있다.

유리구슬이 박힌 듯 커다란 눈을 빛내며 밤을 지키는 홀쭉이로리스(이하 로리스)는 보통 원숭이와 다르다. 영장류이지만, 사람이 속한 진원류에 비해 지능이 낮고 몸이 왜소한 원원류(원시원숭이류)에 속한다. 까만 안경처럼 보이는 눈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안경원숭이와 여우원숭이의 사촌뻘이다. 로리스는 나무에 매달리면 몸을 앞뒤로 흔들기 때문에 네덜란드어로 ‘광대(loris)’란 이름이 붙었다.

원숭이는 대개 긴 팔로 매달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니지만, 로리스는 나뭇가지 위로 기어 다니거나 뒷발로 가지를 잡고 거꾸로 매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엄지가 크고 튼튼한 덕분이다. 하지만 팔다리가 연필처럼 가는 데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고, 몸의 균형을 잡는 꼬리가 없어 나무에 오를 때 몇 번씩 쉬어야 한다.

로리스들은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사랑을 나눈다. 로리스가 살고 있는 작은 공간(동물원) 안에 적합한 나무가 없다면 더 이상 번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로리스의 큰 눈은 두개골 안에서 뇌만큼이나 공간을 많이 차지해 빛을 많이 흡수한다. 그래서 어둡고 희미한 곳에서도 앞이 잘 보인다. 다른 야행성 동물과 마찬가지로 로리스의 눈의 망막 뒤에 반사층이 있기 때문이다. 빛은 망막세포에 흡수된 뒤 반사층에 도달했다가 다시 반사돼 망막으로 튀어나온다. 빛이 망막을 두 번이나 지나가기 때문에 적은 빛으로도 뚜렷이 물체를 볼 수 있고 어둠 속에서도 눈이 번쩍번쩍 빛난다.

하지만 로리스의 시력은 영 ‘꽝’이다. 물체를 자세히 보기 위해 로리스는 동작을 멈추고 몸을 앞뒤로 계속 움직인다. 결국 광대처럼 거꾸로 매달린 채 몸을 흔들어 매우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로리스의 특이한 취미는 하나 더 있다. 바로 귀 파기다. 대부분의 발톱은 사람의 손톱이나 발톱처럼 짧고 납작하지만, 뒷발 둘째발가락에 있는 발톱은 유난히 길고 둥글게 말려 있다(갈고리발톱). 로리스는 이 갈고리발톱으로 털을 고르거나 귀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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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으로 쇠똥구리 꼬이는 조류계 엄친아, 굴파기올빼미

홀쭉이로리스와 마찬가지로 눈에 반사층이 있어 어둠 속에서도 눈이 번쩍번쩍 빛나는 올빼미는 시력이 매우 좋은 덕분에 조류 중에서 최고의 야간사냥꾼으로 군림했다. 그중에서도 굴파기올빼미는 잔꾀를 부려 낮에도 먹이를 잡는 타고난 사냥꾼이다.

상대의 마음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큰 눈과 날카로운 부리, 단단하고 뾰족한 발톱은 여느 올빼미와 똑같지만 몸의 크기는 토끼와 비슷하다. 그래서 주로 작은 포유류나 개구리, 곤충을 잡아먹는다. 굴파기올빼미는 하늘도 잘 날지만 다리가 길고 튼튼해서 땅 위에서도 잘 달리고 굴도 잘 판다. 봄이 되면 굴파기올빼미는 새 굴을 파거나 다른 동물이 파 놓은 굴을 찾아 집으로 삼는다. 그리고 소똥과 말똥을 모아 보금자리를 한껏 꾸미고 그 앞을 지킨다.

힘들게 마련한 굴 앞을 더러운 똥으로 어지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플로리다대 동물학과 레베이 더글라스 교수팀은 굴파기올빼미 굴 주변에 똥을 치웠을 때와 치우지 않았을 때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그 전까지 동물학자들은 굴파기올빼미가 제 냄새를 없애 오소리 같은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지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먹이를 잡아먹고 소화되지 않는 뼈와 털을 둥글게 뭉쳐 뱉어내는 펠릿을 조사한 결과, 굴 앞에 똥을 수집하는 행동이 먹이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글라스 교수팀은 ‘네이처’ 인터넷판 2004년 9일 1일자에 굴파기올빼미가 섭취한 먹이의 3분의 2가 쇠똥구리(Phanaeus igneus)였으며, 굴 앞에 똥이 있었을 경우, 없었을 경우보다 쇠똥구리를 10배나 더 많이 먹었다고 발표했다. 굴 앞에 깔려 있던 똥은 쇠똥구리를 유인하는 떡밥이었던 셈이다.

굴파기올빼미는 먹이를 잡기에 뛰어난 신체적 조건도 갖췄다. 다른 올빼미와 달리 색을 구별할 수 있고, 척추 뼈가 사람보다 2배나 많아 목을 270°로 돌릴 수 있다. 또 날개를 왼쪽과 오른쪽으로 따로 따로 움직일 수 있어서 비행 기술이 아주 뛰어나다. 대개 올빼미는 ‘외로운 왕’처럼 혼자서 살아가지만 굴파기올빼미는 여러 마리가 한 굴에 방을 여러 개 파서 더불어 살만큼 사회성도 좋다. 게다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함과 멋들어진 깃털까지 가졌으니, 조류들 사이에서 굴파기올빼미는 ‘엄친아’가 아닐까.


 
편집자주
을파소에서 출간한 '생생 클로즈업! 동물체험관'에 실린 동물들을 매달 2종씩 소개한다.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이 책의 원서(Animals Up Close)를 출간한 DK와 저자 이고르 시바노비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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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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