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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라온호, 남극 대륙이 눈앞에 보인다”

한국 첫 쇄빙선 아라온호 김현율 선장 위성 인터뷰

한국의 첫 쇄빙선 아라온호가 1월 18일 남극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2월 18일 인천항을 떠난 지 꼭 32일째 되는 날이다. 아라온호는 새해 벽두 새벽을 태평양에서 맞았다. 김현율 선장(52·사진)을 비롯해 아라온호의 선원과 극지연구소 소속 연구원 28명은 이른 아침 떡국을 나눠 먹으며 임무 성공을 기원했다. 지난 1월 8일 아라온호는 남극으로 가는 관문 4곳 가운데 하나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항구에 입항해 현지 주민으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아라온호가 남극으로 향하는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크라이스트처치 항을 나선 지 사흘 만에 집채만 한 파도를 만나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50노트의 강풍이 불고 높이가 10m가 넘는 파도가 치는 악명 높은 극저기압을 간신히 피하기도 했다.

과학동아는 지난 1월 18일 남극 대륙기지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케이프벅스로 들어가는 입구로 향하는 아라온호의 김현율 선장을 ‘인말새트 위성전화’로 인터뷰했다. 남위 62° 20′, 서경 160°. 남극 대륙으로 들어가는 관문까지 불과 이틀만을 남기고 있었다. 김 선장은 1982년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STX 팬 오션(옛 범양상선)에서 27년간 근무하며 크고 작은 배를 몰았다.


●현재 날씨나 항해 조건은 어떤가.

“날씨가 몹시 나쁘다. 크라이스트처치를 나서고 며칠 동안 25노트의 매서운 바람과 높이가 4m가 넘는 집채만 한 파도가 넘실거렸다. 지금은 바람이 10노트 정도로 잦아들었지만 살을 에는 것처럼 춥고 안개도 많이 껴 있다. 애초 함께 만나서 남극에 가기로 한 러시아 쇄빙선 아카데믹 페도로프호의 도착이 2, 3일 지연되면서 만나기로 한 일정이 늦춰졌다.”

●장기간 항해 생활이 어렵지 않나.

“남극에 가까워질수록 밤이 짧아지고 있다. 보통 오후 11시에 해가 지고 오전 3시에 다시 뜬다. 현재 아라온호에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승선한 과학자와 엔지니어, 러시아의 쇄빙전문가, 뉴질랜드 출신 헬리콥터 조종사를 포함해 83명이 생활하고 있다. 처음 배를 탄 사람들은 2, 3일 정도 배멀미를 했지만 지금은 모두 괜찮아졌다. 음식 재료가 풍족하지는 않지만 조리장의 음식 솜씨가 훌륭해 모두들 만족해하고 있다. 떡볶이 같은 특식도 나온다. 다만 국가적 관심사인 이번 항해를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울 뿐이다.”

●남극 대륙에는 어떻게 진입하나.

“케이프벅스까지는 긴 얼음벨트가 형성돼 있다. 그중에서 균열이 난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남극 대륙으로 이어진 입구다. 얼음벨트 입구에서 대륙까지 가는 과정에서 아마도 첫 쇄빙 항해를 경험할 것 같다. 대륙까지 가는 데는 두께 2m 미만의 얼음층을 400km나 뚫고 가야 한다. 시속 5km 속도로 이동하면 3일 정도 걸린다. 남극 대륙의 첫 번째 목적지인 케이프벅스 앞바다에는 다행히 얼음이 없다.”


●처음으로 쇄빙 항해를 하게 되는데 어려움은 없나.

“안전한 항해를 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팀마다 분야별 전문가 회의가 열린다. 지금 아라온호에는 러시아 쇄빙전문가들이 타고 있다. 쇄빙선에는 ‘아이스내비게이터’라는 전문가가 승선하는데, 이들의 역할은 남극 위에 머물고 있는 인공위성이 보내온 실시간 얼음 정보를 분석해 바른 뱃길을 찾는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이 분야의 전문가가 없어 이번 항해를 통해 러시아 전문가에게 전문 지식을 전수받을 예정이다. 또 아라온호에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크고 작은 유빙 위치를 탐지하는 첨단 아이스레이더가 실려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행히 최근 닷새간 분석 결과 얼음층이 녹고 있어 앞으로의 항해는 순조로울 것 같다.”

●그래도 만에 하나 배가 얼음에 가로막혀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런 위기 상황을 대비해 아라온호에는 특별한 기술이 적용됐다. 아라온호에는 뱃머리를 들었다가 내리는 방식으로 얼음을 깨는 방식 외에도 마치 몸을 흔들어 털 듯 선체를 좌우로 움직여 주변의 얼음을 깨는 ‘아이스실링’이라는 특수 장치가 준비돼 있다. 또 배를 제자리에서 180°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도 배가 옴짝달싹 못하게 될 경우 함께 항해하는 더 큰 쇄빙선에게 도움을 구하면 된다.”

●제2 남극기지의 후보지로 꼽히는 케이프벅스와 테라노바베이에서는 어떤 활동을 벌이게 되나.

“우선 대륙기지 후보지의 지질과 입지 조건을 조사할 탐사대원을 보급품과 함께 헬리콥터로 남극에 내려줄 예정이다. 그 뒤부터는 본격적인 쇄빙 능력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라온호는 두께 1m가 넘는 단단한 얼음층을 시속 5km 속도로 깨부수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설계됐다. 물론 그보다 약한 얼음층은 2m 두께도 깰 수 있다. 하지만 아라온호가 정확히 어느 정도 두께의 얼음층을 무리 없이 깨고 앞으로 갈 수 있는지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

●남극 세종기지는 언제쯤 가게 되나.

“아라온호는 두 번째 남극기지 후보지인 테라노바베이의 조사를 마친 뒤 뉴질랜드를 거쳐 3월 19일쯤 인천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5, 6월쯤에는 최근 새로 열리고 있는 북극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출항할 예정이다. 남극 세종기지에는 12월쯤 월동대원을 위한 보급품을 싣고 갈 예정이다.”

201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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