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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달리는 로봇 휴보2 전격해부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이하 휴보센터)에서 개발한 휴보2는 시속 3.6km의 속도로 달린다. 100m를 달리는 데 1분 40초나 걸리지만 국내 최초의 달리는 로봇이다. 휴보2는 이전 모델인 휴보1에 비해 걷는 모습도 훨씬 자연스럽다. 무릎을 굽힌 채 걷던 휴보1과는 달리, 휴보2는 ‘사람처럼’ 무릎을 쭉 펴고 시속 1.8km의 속도로 걷는다. 손이나 팔 동작도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더 세련돼졌다. 휴보센터 연구팀은 지난 1월 12일 휴보2의 내부 부품을 과학동아에 최초로 공개했다. 2004년 개발됐던 휴보1에서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 또 발전한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달리는 로봇 휴보2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눈부신 ‘속살’을 꼼꼼히 살펴봤다.

비밀1 몸무게 다이어트

휴보센터에서 개발한 휴보2는 모두 3대다. 이 중 1대는 달리기 연구에, 1대는 시스템 안정화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나머지 1대는 미국국립과학재단(NSF)에 연구용으로 빌려줬다. 연구팀은 현재 달리기 연구용 휴보를 분해해 달리는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실험대(?)에 오른 휴보2도 달리기 연구용이었다.

케이스를 벗긴 휴보2는 온몸 곳곳이 밝게 빛났다. 골격(프레임)을 알루미늄합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휴보1도 마찬가지로 알루미늄합금을 썼지만 휴보2는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제거해 무게를 줄였다. 가볍다는 말은 기계공학계에선 그 어떤 수식어보다 아름답다. 가벼워지면 같은 모터로 더 큰 힘을 낼 수 있고, 똑같은 배터리로 더 오랫동안 움직일 수 있다. 즉 같은 로봇이라도 가벼우면 더 빨리, 더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셈이다.

휴보센터 센터장인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휴보2 개발과정을 ‘1g의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휴보센터는 휴보2의 설계가 한창이던 2006년 개발의 최대목표를 ‘경량화’로 삼았다. 다 만든 로봇을 ‘생각보다 무겁다’는 이유로 분해한 뒤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적도 있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배터리를 제외한 휴보2의 무게는 불과 37kg밖에 되지 않는다. 휴보1보다 18kg이나 가벼워졌다.

<;비밀2 튼실한 ‘허벅지 근육’

휴보2의 ‘심장’은 몸통 안쪽에 들어 있는 배전기다. 배전기 바로 위에는 48V, 8A 용량의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들어 있는데, 이는 휴보2를 2시간 동안 작동시킬 수 있는 용량이다. 배전기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힘을 온몸에 골고루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힘을 달리기 실력으로 바꿔주는 것은 튼실한 ‘허벅지 근육’이다. 휴보2의 허벅지 속에는 200W 출력의 ‘BLDC 모터’가 들어 있어 배전기로부터 받은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준다. BLDC 모터는 조금 특별한 전기모터다. 일반 직류모터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모터가 회전할 때 관성이 작아서 고속으로 회전하며 큰 힘을 낼 수 있다. BLDC 모터는 민첩한 달리기 동작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튼실한 근육인 셈이다.

물론 비밀은 이뿐만이 아니다. 발에는 달릴 때 바닥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숨어 있다. 발목에는 충격흡수장치가 들어 있고 발바닥에는 패드를 붙였다. 휴보2가 넘어지지 않고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는 이유다.

비밀3 손가락 속에 숨은 ‘힘줄’

휴보2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업그레이드된 손동작이다. 휴보1도 5개의 손가락을 쥐었다 펼 수 있었지만 물건을 집거나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손가락 속에 들어간 동력벨트가 넓어 손가락이 굵고 투박했기 때문이다. 휴보1은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가위바위보를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휴보2는 이런 점을 개량했다. 연구팀은 휴보2의 손가락에 가느다란 와이어를 힘줄처럼 집어넣었다. 이 덕분에 손가락이 눈에 띄게 가늘어져서 야구공 같은 작은 물건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직 사람처럼 손가락을 옆으로 벌리지는 못한다.

손목의 움직임도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3개의 모터를 달아 사람처럼 손목을 빙빙 돌릴 수 있다. 휴보1에는 2개의 모터가 들어 있었다. 휴보1의 특기는 태극권 시범이었지만, 휴보2는 태극권은 물론 손에 칼을 들고 ‘태극검’ 시연도 펼칠 수 있다.

비밀4 온몸에 퍼져 있는 신경망

휴보2가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이유는 허리에 사람의 전정기관 역할을 하는 관성 센서가 있기 때문이다. 관성과 가속도를 측정하고 있다가 달릴 때마다 전해져 오는 충격에 맞춰 로봇이 중심을 잡도록 해준다.

이런 센서는 신경망처럼 휴보2의 온몸 곳곳에 숨어 있다. 발목에는 경사도와 속도를 측정하는 가속도 센서가 들어 있다. 손목에도 와이어에서 전해지는 힘을 측정하는 센서가 들어 있다. 덕분에 휴보2는 물건이 부서지지 않게 적당한 힘으로 쥘 수 있다. 휴보2에는 40개의 관절이 있고, 각각에 전기모터가 연결돼 있다. 이런 부품들을 모두 통제해 원하는 동작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진짜 비결인 셈이다.

휴보2의 몸체를 만든 김민수 연구원은 “인간형 로봇은 독립적인 운동을 하는 수많은 부품들의 집합체”라며 “손목 하나, 발목 하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쉽지만 그런 부품들을 모두 모아 사람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휴보2가 달리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벌써부터 업그레이드 연구를 시작하고 있는 휴보센터 관계자들을 보면 ‘휴보3’는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일본에서 개발한 ‘아시모’보다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뛸 수 있을까. 어쩌면 휴보3는 바퀴를 달고 오토바이처럼 달릴지도 모르겠다. 휴보센터에서는 이미 바퀴 달린 로봇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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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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