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부터 20일까지 아랍 에미리트에서 열린 세계 클럽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블라니’를 경험했다. 가볍고 탄력이 좋아 아직까지 공을 컨트롤하기가 익숙지 않지만 공에 대한 선수들의 기대는 크다. 자블라니는 힘을 살짝만 줘도 기대 이상의 속도가 나고, 목표지점까지 정확하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골이 많이 터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물 만나도 무게 증가율 0%
최초의 공인구 ‘텔스타’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까지는 정육각형 20개와 정오각형 12개인 패널 32개를 이어 붙여 공을 만들었다. 그런데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사용된 ‘팀가이스트’부터는 좀 더 완벽한 구에 가까워졌고 패널 수도 14개로 줄었다.
이미 둥근 공을 어떻게 더 둥글게 만든다는 걸까. 알고 보면 축구공은 완벽한 구형이 아니다. 대개 32개 패널을 이어 붙인 ‘구형에 아주 가까운 다각형’이다. 전문가들은 16개 위치에서 자블라니의 지름을 측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축구공의 지름이 가장 크게 측정된 값과 가장 작게 측정된 값의 차이는 1.5% 이하여야 한다. 아디다스는 “자블라니는 최대와 최소 지름의 차가 1.0%로 역대 공인구 중 구형에 가장 가깝다”고 설명했다.
자블라니는 패널 수가 8개로 훨씬 적고 패널 모양도 평면이 아니라 곡면이다(입체 패널). 그래서 공을 찰 때 에너지가 골고루 분산된다. 또 패널 수가 적어지면서 패널 하나의 면적이 넓어 공을 차기도 쉬워졌다. 공은 둥근 형태가 완벽할수록 날아가는 동안에도 균형을 유지해 목표지점까지 정확하게 도달한다.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예측할 수 있어 선수가 공을 컨트롤하기 편해지고 슈팅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자블라니의 표면에는 길쭉하게 휘어진 홈이 있다. 공기와의 마찰을 줄여 공이 목표지점으로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날아가도록 돕는다. 또 표면에 우툴두툴한 미세돌기들이 돋아나 있는데, 이 돌기들은 유로2008 공인구였던 ‘유로패스’에서부터 등장했다. 골키퍼가 공을 놓치지 않고 잘 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뿐 아니라 자블라니는 물에도 강하다. 아디다스는 “공이 수축하거나 수분을 빨아들이는 변화를 최소화해 어떤 날씨나 환경에서도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팀가이스트는 물을 흡수했을 때 무게 증가율이 4.5%였는데, 자블라니는 물을 만나도 전혀 변화가 없다(무게 증가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