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반 하이스트는 네덜란드 출신의 비행기 조종사이자 사진작가다. 어렸을 적 하늘 위에서 본경치에 매료돼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키웠다. 14세에 글라이더 비행 자격증을, 16세에는 개인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뒤 마침내 ‘하늘의 여왕’이라 불리는 보잉 747에 올라 10년째 전 세계의 하늘을 누비며 비행기 조종석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을 렌즈에 담고 있다.
“2살 무렵 처음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미국 워싱턴 DC까지 비행기(보잉 747-200)를 탔는데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늘을 나는 것과 하늘 위에서 경치를 내려다 보는 것에 완전히 푹 빠진 나는 자동차 면허보다 개인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먼저 땄다.”
“11시간의 훈련 후 혼자서 한 첫 비행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하늘에서는 지상에서 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경이로운 경치를 만끽할 수있었다. 그린란드 상공에서 창문으로 본 구름의 모습, 공중에 뜬 느낌, 날개 밑에서 나는 엔진 소리에 완전히 중독됐다.”
2011년 콩고 킨샤사 비행 당시 촬영한 보잉 747-200의 조종석(1). 석양의 빛을 이용해 찍은 보잉 747-8 화물기의 제트엔진 팬 블레이드(2). 보잉 737 랜딩기어 내부에서본 모습(3). 비행운을 만들며 ‘하늘의 섬’ 달을 통과하는 보잉 747(4).
“비행을 하던 중 북극해의 빙하에 반사되는 북극광 쇼를 7시간 30분 동안본 적이 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순간이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알래스카 북쪽을 넘어 중국 정저우까지 비행한 기억도 잊을 수 없다. 15시간 동안 약 1만 1300km를 이동했는데, 내가 운행한 가장 긴 거리였다.”
●인터뷰 "비행의 기억을 사진으로"
_크리스티안 반 하이스트
“첫 직장에선 비행기 닦기, 격납고 청소, 커피 타기 등 잡일을 했다. 1년 뒤다른 항공사에서 파일럿으로 기회를 얻었다. 이때 나는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고, 특권적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늘 위비행기 조종석에서 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뇌우 근처를 비행할 때 조종석 창에 정전기가 발생한 모습
2015년 러시아 상공에서 구름을 뒤덮은 석양 위로 보잉 747이 남긴 비행운(2). 2019년 터키에서 구름 위로 해가 뜨는 가운데, 초승달과 금성이 밝게 빛나는 순간을 촬영한 사진(3).
Q 보잉 747 조종사로 자부심이 남다르다.
보잉 747은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비행기다. 조종할수 있어 영광이다. 오랜 시간 노력해야 조종할 수 있어서 특별 하지만, 비행기 자체로 아름답다. 다만 편서풍이 불 때 착륙 하려면 다른 비행기와 달리 주의할 점이 있다. 대개 비행기는 착륙해서 교차 구간을 지날 때 날개 한 개는 낮게, 다른 하나는 높이 만들어 비행기를 기울이는데, 이러면 보잉 747은 선외기 엔진이 지면에 닿아 이 방법을 쓰면 안 된다. 이런 어려운 착륙 조건에서 747이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과 인지력, 능숙한 비행 기술이 필요하다. 늘 쉽지 않지만, 오랜 훈련과 경험으로 두렵진 않다.
Q 비행 중 특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현재 9000시간 가까이 비행했고, 그중 5500시간은 747기에서 머물렀다.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어느 한순간만을 꼽기 힘들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협곡을 매우 낮은 비행으로 지났는데, 탈레반에 의해 1500년 된 불상이 파괴돼 사라진 슬픈 현장을 목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행복한 기억도 있다. 지난해 에는 알래스카 북쪽 북극해 상공에서 북극광을 봤고, 폭풍우가 몰아친 대서양 상공의 아름다운 일출을 두 차례 봤다. 달빛과 북극광은 우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우주에 살고 있는지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높은 대기권에서 (내가 좋아하는) 특정 위치를 비행할 때면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수많은 사진을 찍었고, 모두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사진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내 최고의 사진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항상 개선과 성장의 여지를 남겨 둔다.
Q 비행 중에 사진을 찍었다. 조종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운전대는 항상 누군가 확인하고 있다.
실제로 비행 중 조종사 한 명은 무조건 자리에 있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조종석 전체를 찍은 사진도 순항 모드로 비행 중 광각렌즈를 이용해 찍은 사진이다. 나는 좌석 끝에 간신히 앉아있었다.
이처럼 주로 오토파일럿이 작동될 때 조종석 사진을 찍는 데, 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거나 비행 계획을 확인하는 데걸리는 시간만큼 매우 짧은 시간이 소요되니 안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오토파일럿이 작동할 때도 조종사로서 전체 비행을 확인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야 하지 만, 항상 조종간을 물리적으로 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샌드위 치를 먹거나 사진을 찍을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Q 조종사, 사진작가, 소설가.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그저 하늘을 날고, 사진을 찍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네덜란드인이다. 그래도 궁극적인 꿈은 있다. 달을 방문하는 게 목표다.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모험이었다. 그들이 찍은 사진조차도 기념비적이다.
적막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달의 사진을 보고 수많은 사람이 꿈을 키웠다. 파일럿, 사진작가, 모험가, 스토리텔러로서내 능력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누가 알겠는가. 가까운 미래에 스페이스X를 비롯한 기업에서 우주 비행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일을 계획하고 있고 나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Q 한국 독자에게 한마디.
보잉 747 화물기 조종사로 일하면서 인천과 서울에 몇 번다녀왔지만, 충분히 경험하진 못했다. 언젠가 한국의 아름 다운 삶을 기록해 전 세계가 나의 사진과 글로 한국을 느낄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우연히 ‘4개의 엔진이 달린 금속 새’ 를 보면 손을 흔들어 주길 바란다. 한반도 위를 지나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일 수도 있다. 더 많은 사진은 홈페이지 (jpcvanheijst.com) 또는 인스타그램(위 QR코드)에서 볼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