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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토목기술 떠받치는 기둥, 철강

토목공학, 미래를 엽니다!

“더 길고 더 높은 구조물을 만드는 게 요즘 추세입니다. 강재(鋼材)가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죠.”

대한토목학회 강구조위원회 위원장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강구조연구소 신재료활용기술연구단 윤태양 단장은 철강 예찬론자다. 돌과 나무가 주재료였던 토목분야에서 강재와 콘크리트의 등장은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철이 토목재료로 이용되기 시작한 건 19세기 초반 철에 함유된 탄소를 줄인 철강(steel)이 등장하고 나서입니다. 철강은 강도가 높으면서도 잘 깨지지 않아 토목재료로 이상적이죠.”

19세기 중반에는 철근 콘크리트가 등장하더니 웬만한 구조물은 값싸고 튼튼한 콘크리트가 장악했다. 오늘날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에서나 콘크리트를 쉽게 볼 수 있다. 도시를 콘크리트 숲이라고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다시 철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녹으로 녹을 막는 내후성 철강

“콘크리트는 저렴하긴 하지만 강도가 철강보다 약합니다. 따라서 콘크리트만으로는 장대교량 같은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 수 없죠.”

철골은 같은 무게일 경우 철근 콘크리트보다 3배 이상 강하다. 다리를 콘크리트로 놓을 경우 교각 사이 거리는 50m를 넘을 수 없지만 철골일 경우 150m도 가능하다. 케이블이
상판을 들어줘 교각 사이 길이가 1km도 가능한 현수교나 사장교 역시 상판무게 때문에 철골구조로 제작되고 있다.

“최근에는 교각 사이가 더 멀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강한 재질의 철강을 만드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연구자들은 철강 합금에 넣는 니켈이나 크롬 같은 금속의 함량을 달리하거나 쇠를 가열했다 식히는 속도, 모양을 만들 때 두드리는 방식이나 횟수 등을 바꿔가며 좀 더 강한 재
질을 얻는다.

강구조연구소 김진국 책임연구원은 “보통 구조물에는 인장강도(양쪽에서 당겼을 때 견디는 능력)가 520MPa(메가파스칼, 1MPa=106Pa, 1MPa은 약 9.9기압)이나 570MPa인 철강이면 충분하지만, 초장대교량이나 초고층빌딩에는 인장강도가 800MPa인 철강을 쓴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있는 실험동 안에는 다양한 철강구조물의 강도를 테스트할 수 있는 거대한 장치들이 여럿 설치돼 있다. 실험동 한편에는 길이 1m에 두께가 10cm나 되는 쇳덩어리 수십 개가 나열돼 있는데, 이것들은 합금조성이나 가공법을 달리한 시료들로 당겨보고 눌러보고 휘어보고 또한 반복해 휘어보는 물성 테스트를 기다리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최적의 물성을 갖는 철강을 찾는다.

한편 철의 가장 큰 단점인 부식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철강 표면에 페인트를 칠해(도장) 녹스는 걸 방지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페인트가 벗겨지므로 약 20년마다 다시 칠해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다시 칠을 할 때는 이전의 칠을 완전히 벗겨내는 작업을 해야 하므로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한 철강이 바로 내후성강으로 칠을 안해도 된다고 해서 ‘무도장강(無塗裝鋼)’이라고도 부른다.

“니켈이나 크롬의 함량을 조금 높여주면 철강 표면이 녹슬 때 얇은 막이 만들어져 내부가 더 이상 녹슬지 않습니다. 반면 보통 철강은 녹이 슬면 미세한 구멍이 생겨 자꾸 안으
로 파고들지요.”

윤태양 단장은 내후성강이 쓰인 대표적인 구조물로 경기 남양주시와 양평군을 잇는 양수대교를 든다. 양수대교는 한강의 상수도보호지역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다시 도장을 할 경우 수질오염이 우려된다. 따라서 아예 도장이 필요 없는 내후성강을 쓴 것. 얼핏 보면 시뻘건 갈색이지만 이는 색을 칠했기 때문이 아니라 녹슬었기 때문. 물론 녹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구조물에서 무도장강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채 1%가 안 된다.

“양수대교를 놓을 때도 ‘녹슨 철강으로 다리를 짓는다’는 비난이 많았습니다. 또 처음 녹이 슬 때 속도가 달라 얼룩덜룩한데, 이걸 보고 오해를 많이 하죠. 그러다 보니 건설업자들이 기피하는 것 같아요.”



미국 같은 선진국은 내후성강의 비율이 60~70%라며 윤단장은 안타까워했다. 사실 철강이 다시 재조명받는 이유도 환경오염 때문이다. 지금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철근 콘크리트는 구조물을 폐기할 때가 문제다. 콘크리트 속의 철근을 빼내기도 어렵고 콘크리트 자체를 재활용할 용도도 마땅치 않다. 그러나 철골은 해체해 그냥 녹여 쓰면 되는 ‘친환
경’ 재료다.

물론 철골도 단점은 있다. 양끝으로 당기는 힘은 잘 버티는데, 양쪽에서 누르는 힘에는 약하다. 콘크리트에 비해 두께가 훨씬 얇아 쉽게 휘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철골에 콘크리트를 대 이런 약점을 보완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철강 구조물을 자원으로 보고 1인당 축적량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처음 건설할 때 비용만 생각하지 말고 긴 시간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한 때입니다.”
윤 단장은 우리나라가 앞선 철강기술을 잘 활용하면 21세기 토목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화성=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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