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밤하늘은 용맹스런 사람들의 것이다. 바람에 실려온 초겨울의 추위는 별을 찾는 이들의 대화를 질투한다. 그러나 서리맞은 쑥들도 하얗게 인내하는 동짓달의 한밤을 견뎌내지 못하면 청명한 밤하늘에 울리는 영웅의 포효를 들을 자격이 없다.
한밤의 서늘함 속에서도 페르세우스는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메두사의 머리를 치켜들고 안드로메다를 향해 사랑을 외치고 있다. 메두사는 우글거리는 뱀 머리카락을 지닌채 그의 얼굴을 보는 이는 모두 돌로 만들어 버리는 공포의 괴물이었다. 페르세우스는 괴물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죽인 뒤, 카시오페이아의 딸 안드로메다를 구출하고 이디오피아 왕국의 사위가 됐다. 지혜의 여신 아테네는 페르세우스의 용맹을 기리기 위해 그가 죽은 후 안드로메다와 함께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악마의 머리 알골변광성
페르세우스에서 밝은 별은 미르파크와 알골이다. 메두사의 눈에 박혀있는 베타별 알골은 아라비아어로 ‘악마의 머리’를 의미하는데, 이 별은 고대부터 불길한 별로 여겨졌다. 팔꿈치를 의미하는 알파별 미르파크는 6백20광년 떨어진 1.8등급 별로 태양보다 6천배나 밝은 황백색 초거성이다.
알골은 최초로 발견된 식변광성이다. 어두운 별이 밝은 별 앞을 통과할 때 밝은별이 가려져 밝기가 변한다. 밝기는 2.1에서 3.4등급으로 변한다. 알골의 변광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제미니아노 몬타나리가 1667년에 처음 발견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아라비아인들은 이 별이 변광성이라는 것을 중세부터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별에 악마의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괴물 메두사의 전설 때문이었을 것이다.
밝은 별이 어두운 별을 가릴 때도 광도가 떨어지지만 맨눈으로는 알아챌 수 없다. 밝은 별은 태양보다 1백배나 밝은 청백색의 별이고, 어두운 별은 밝은 별보다 크기는 크지만 어두운 노란색 별이다. 두 별은 너무 가까워 망원경으로도 분리돼 보이지 않는다.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가 존 굿릭은 1783년에 처음으로 이 변광성의 정확한 주기를 측정하고, 변광의 원인이 두 별의 식현상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천문학적으로 증명했다.
페르세우스 Ⅲ 연합
알파별과 델타별 사이를 쌍안경으로 보면 5-10등급의 별들이 60-70여개 흩어져 있다. 이러한 별들의 집단을 페르세우스 Ⅲ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이라 부른다. 어소시에이션은 산개성단에 비해 훨씬 크고, O형과 B형의 젊고 밝은 별로 구성돼 있다. 나이는 수천만년을 넘지 않는다.
NGC1499-캘리포니아 성운
페르세우스의 왼쪽 무릎 아래에 천조각 같은 매우 어두운 발광성운이 캘리포니아 성운이다. 발광 성운은 원래 성운 속에 있는 매우 뜨거운 별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빛을 내지만, 이 성운 속에는 이러한 에너지 원이 없다. 그 대신 성운 바로 아래의 에타별이 그 에너지 원으로 추측된다.
이중성단
페르세우스자리와 카시오페이아자리의 경계에 있는 산개성단으로 밝기와 크기가 거의 같은 두 성단이 나란히 있어 이중성단으로 불린다. 맨눈으로도 뿌연 빛조각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원전부터 알려졌고 히파르코스와 프톨레마이오스도 이 성단을 언급했다. 중심이 더 밀집된 NGC869에는 3백여개, 붉은색의 적색 거성이 많이 보이는 NGC884에는 2백50여개의 별들이 모여 있다. 두 성단은 실제로 서로 4백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M34
베타별 알골과 안드로메다자리 감마별 중간에 위치한 산개성단이다. 밝은 별들이 많고 넓게 퍼져 있어 날씨가 좋으면 맨눈으로도 찾을 수 있다. 보름달만한 공간에 70여개의 8-10등급의 별들이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