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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과학적 지식에 근거했을까

2008년 여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넘쳐나는 정보와 엇갈리는 주장에 혼란스러워했던 대중들은 무엇보다도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판단의 기준을 원했으리라. 그러나 그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자 하는 최소한의 과학지식마저도 여전히 미완이며 불확실한 논란거리일 뿐이고 정치적,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 크게 흔들리는 것이라면?



논란이 가라앉은 2009년 한국 사회에서 광우병은 이미 지나간 얘기로, 관심을 끌기 어려운 주제일까. 아니면 지금이야말로 냉정을 되찾고 차분하게 되짚어 가며 광우병과 관련해 우리가 가진 과학지식의 한계에 대해 반추해볼 때일까.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광우병 파동의 진원지인 영국에서 데이비드 블루어 교수지도로 과학사회학을 전공하고, 발병 메커니즘이 불확실한 퇴행성 뇌질환인 프리온 질병에 대한 의학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가 풀어낸 ‘광우병 논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매력적인 저서임에 틀림없다.

동종교배로 양의 품종을 개량하면서 18세기에는 양과 염소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퇴행성 질환인 스크래피라는 공포스러운 질병이 대두했다. 1950년대에는 파푸아뉴기니에서 포레족의 식인 습관으로 경련, 운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쿠루병이 만연했다. 1979년 새롭게 정권을 잡은 영국 보수당 정부가 육골분 사료 제조공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1980년대에는 광우병이 확산됐다. 1995년에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은 사람이 최초의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해 영국 보수당 정부가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이처럼 일련의 굵직굵직한 사건 속에서 이 희귀하고도 이상한 질병에 대항하는 과학자들의 투쟁 역사를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는 단지 과학자들의 지적인 여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사회적, 경제적 요구에 따라 ‘과학적(혹은 과학적이라고 믿어지는)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며, 편향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학적인 분석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광우병은 대니얼 가이듀섹(1976년)과 스탠리 프루시너(1997년), 두 명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여전히 부검 외에는 확진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고 치료법도 없는 희귀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뇌질환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미지의 질병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의 열정과 명예욕, 때때로 정치적이어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문제 해결방식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찬반논쟁이 얼마나 불확실한 과학적 주장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몇 군데 교열상의 허점과 인간 프리온 유전자 다형성에 대한 설명과 같이 일부분 잘못된 정보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광우병(올해만 논문이 50여 편 출간됐다)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너무 도식적이고 원칙론에만 머물고 있다. 그래서 ‘대중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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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와 문지문화원 ‘사이’(www.saii.or.kr)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책 가운데 매달 한 권을 선정해 서평을 싣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올해 12월에 시상할 ‘올해의 과학책’ 후보가 됩니다.

과학동아에 실릴 책은 6명의 선정위원들이 오랜 시간 난상토론을 벌인 뒤 선정하며
선정일 기준으로 2달 전까지 출간된 신간 중에서 1권을 고릅니다. 선정 기준은 다음 3가지입니다.

첫째, 현재 과학적인 진보를 잘 반영하면서 정확한 정보가 실린 책
둘째, 담긴 내용이 미래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
셋째,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술된 책

선정위원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김호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오동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조사분석실장
전용훈 일본 교토산교대 객원연구원
주일우 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최정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눈길이 머무는 이달의 책

| 이범의 교육특강 |
이범 지음 | 다산에듀 | 288쪽 |1만 3000원


앞으로 몇 년 뒤 대입을 치를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궁금해 할 내용을 담고 있어 대입 제도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학원가의 서태지’ ‘연봉 18억 원 스타강사’로 불린 이 시대 최고의 학원 강사가 교육평론가로 변신한 뒤 내놓은 교육비평서다. 사교육의 중심에 있었던 저자이기에 누구보다 그 병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로 점점 심화되는 대입 선발경쟁,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공교육 등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한다. 그리고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 신설, 어정쩡한 특목고 대책, 입학사정관제 같은 일련의 정책들이 중학생과 초등학생까지 더욱 심한 입시경쟁으로 몰아넣고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그는 현 정부의 임기 중에 교육정책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과 정책을 제안한다. 그리고 좌파와 우파가 한국 교육문제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제시한다.

글 이준덕 기자 cyrix99@donga.com

새책BOOKS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생물들
마크 카워다인 지음 | 윤길순 옮김 | 궁리 | 324쪽 | 3만 5000원


입으로 새끼를 낳는 개구리, 성별을 바꿀 수 있는 물고기, 사람을 기절시킬 정도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꽃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놀랍고도 기이한 동식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사진가인 저자는 지구 곳곳에 숨어 있는 신기한 생물을 찾아낸 뒤 150명의 과학자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완성했다.

심리상식사전
마테오 모테를리니 지음 | 이현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316쪽 | 1만 3800원


로또를 할 때 1, 2, 3, 4, 5처럼 연속된 숫자를 고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눈앞에서 기차를 놓치면 왜 더 억울하게 느껴질까. 인지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일상을 지배하는 다양한 심리를 실험을 통해 설명한다. 구분짓기에서 군중심리, 자아도취, 거울 메커니즘까지 마음이 내가 행동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자.

이공계 연구실 이야기
유영제 지음 | 동아시아 | 236쪽 | 1만 2000원


글로벌시대에 과학도가 갖춰야 할 자격과 조건은 뭘까. 서울대 공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인 저자는 모든 발명과 기술 진보 과정에는 연구자가 있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이공계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명제 아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창의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전한다.



식탁 위의 생명공학
농업생명공학기술바로알기협회 지음 | 푸른길 | 192쪽 | 1만 3000원


몇 해 전부터 GMO식품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퍼지며 생명공학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이 책은 생명공학이 우리가 먹는 음식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지 설명하며 과학기술 그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음을 강조한다. 또한 생명공학으로 탄생한 작물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예시와 활용 현황까지도 다룬다.

과학, 일시정지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지음 | 양철북 | 256쪽 | 1만 1000원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과학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재밌는 과학책이 나왔다. 나노기술에서 유비쿼터스, 유전자 조작,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 탄소배출권 거래, 줄기세포까지.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들어 익숙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는 과학기술이 현대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우화와 콩트로 다룬다.

지구인들은 모르는 우주이야기
필립 플레이트 지음 | 조상호 옮김 | 가람기획 | 320쪽 | 1만 3000원


하늘은 왜 파란색이고 별은 왜 반짝일까. 아폴로 달 착륙은 조작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UFO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 책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천문현상에 대해 가졌을 법한 일상적인 질문에서 UFO나 점성술, 할리우드 영화에 나타난 우주의 모습 등 다소 엉뚱한 궁금증까지 한 번에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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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조세형 경희대 노인성및뇌질환연구소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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