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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살리는 소금, 천일염의 비밀

고혈압·당뇨 예방 효과, 국산이 월등

인간의 몸은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몇 주 동안 버틸 수 있지만, 물과 소금 없이는 며칠도 버티지 못한다. 그만큼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에도, 세포가 영양소를 흡수할 때도, 체액의 삼투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소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소금 권장량을 5g으로 정해놓고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간장, 된장, 젓갈 같은 전통음식에서 소금을 섭취했다. 이런 음식은 소금이 많이 들어가 짠맛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
었다.

그런데 최근 소금이 건강을 해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금이 든 음식이라면 무조건 멀리하는 사람이 생겼다. 심지어 소금을 너무 적게 섭취해서 문제가 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금을 섭취하지 않으면 혈중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데, 이는 소금이 이것들을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돕기 때문이다.

또 소금을 적게 먹는 사람은 나트륨 재흡수를 촉진해 혈압을 상승시키는 알도스테론 같은 호르몬 분비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강을 해치는 소금은 적게 먹을수록 좋다’는 의견과 ‘적절한 소금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건강한 소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훌륭한 미네랄 공급원

소금은 섭취하는 양도 중요하지만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소금은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정제염이다. 이런 소금은 99.9%가 염화나트륨(NaCl)으로 이뤄져 있다. 반면 염전에서 생산되는 우리나라 전통 소금인 천일염은 염화나트륨 비중이 80~8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수분이 8~12%를, 칼슘이나 칼륨,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4~6%를 차지한다.

20~30년 전만 해도 소금에 든 미네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평소에 먹는 다른 식품을 통해서도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엔 거의 모든 음식에 미네랄이 들어 있지 않은 정제염이나 암염이 쓰인다.

그러다 보니 성인의 80%는 마그네슘 결핍이라는 충격적인 보도가 있을 정도로 현대인들은 만성적인 미네랄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그네슘이 적은 양이라도 장기간 결핍되면 우리 몸은 노화가 촉진된다. 같은 해 2월엔 마그네슘을 꾸준히 섭취하면 몸속에 담석이 발생할 확률이 준다는 연구결과가 미국 ‘위장병학지’에 보고됐다.



다행히 우리나라 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약 1%가 마그네슘일 정도로 마그네슘 함량이 높다. 이는 미네랄 함량이 높다고 알려진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도 2.5배 더 많은 양이다. 한국 사람은 하루에 평균 13.5g의 소금을 섭취한다. 소금을 모두 국산 천일염으로 먹는다면 하루에 135mg의 마그네슘을 섭취하게 된다. 이는 성인 하루 마그네슘 권장량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간혹 미네랄을 균형 있게 섭취하기 위해 부족한 미네랄을 약으로 따로 섭취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네랄은 다른 영양소와 달리 몸이 필요로 하는 농도와 독성을 보이는 농도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복용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미네랄은 서로 경쟁적 관계를 보여 어느 특정 성분을 많이 섭취하면 다른 미네랄은 결핍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약이 국산 천일염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압 낮추고 당뇨 막는 이유

국산 천일염은 몸에 좋은 미네랄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혈압이나 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제염이나 암염, 또는 외국의 대규모 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처럼 미네랄이 거의 없는 소금은 과잉 섭취하면 혈압을 올리고 당뇨를 유발해 건강에 해롭지만, 미네랄이 든 소금은 이런 부정적인 효과를 어느 정도 완화시킨다.

예를 들어 소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염화나트륨은 혈압을 올리는 데 관여하는 앤지오텐신전환효소(ACE)의 활성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같은 양의 염화나트륨을 섭취하더라도 칼륨,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을 함께 섭취하는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필자가 속한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이하 천일염연구소) 연구팀이 소금을 먹으면 혈압 변화가 큰 쥐(소금에 민감한 쥐)에게 정제염과 국산 천일염을 먹이고 관찰한 결과, 천일염을 먹은 쥐가 혈압이 더 낮게 유지되고, 오줌으로 배설되는 나트륨 양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내 미네랄이 어떤 작용을 거쳐 이런 결과를 발생시키는지 정확한 매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천일염에 들어 있는 미네랄 성분이 나트륨 배설을 촉진시켜 혈압을 낮게 유지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근엔 미네랄 구성이 신체와 유사한 천일염을 먹으면 몸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적어서, 일반 소금을 먹었을 때에 비해 혈압이 덜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소금은 당뇨를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점은 이 역시도 일반 정제염과 국산 천일염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다. 당뇨는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인슐린은 혈액에 들어 있는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넣어서 혈중 포도당 농도(혈당량)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의 약 90%를 차지하는 성인당뇨(2형 당뇨)는 체내에 인슐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해서 발병한다. 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세포 내 인슐린 신호전달과정에 장애가 생겼다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가장 일반적인 견해다.

문제는 정제염을 섭취했을 때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정제염을 계속 섭취하면 세포 표면에서 인슐린을 감지하고 세포 내에 인슐린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에 변형이 생긴다. 단백질이 변형되면 인슐린 신호가 세포 안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세포는 인슐린이 있어도 혈중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끌어당기지 않는다. 즉 인슐린에 저항성을 가지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당뇨로 발전할 수 있다.

천일염연구소 연구팀이 올해 진행한 연구 결과, 미네랄이 많은 국산 천일염을 먹으면 정제염을 먹었을 때보다 인슐린 신호전달 단백질의 변형이 적었다.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를 생각할 때 좋은 소금을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저나트륨소금은 웰빙소금인가

소금에 든 나트륨 이온이 혈압을 높이고 당뇨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나트륨 함량이 낮은 저나트륨 소금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저나트륨소금이란 나트륨 대신 칼륨을 넣은 소금인데, 나트륨 함량은 낮으면서짠맛을 낼 수 있어 ‘웰빙소금’ 대접을 받는다. 국내에서 팔리는 저나트륨소금은 회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28~62%의 염화칼륨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엔 균형이 중요하듯, 소금도 어떤 특정 성분만 많이 섭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칼륨을 많이 함유한 소금도 마찬가지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칼륨을 많이 섭취하면 그만큼 많이 배출해야 한다. 이 과정을 담당하는 기관은 신장이다. 건강한 사람은 칼륨의 양이 갑자기 많아져도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 속에 칼륨 농도가 점점 높아지는 ‘고칼륨혈증’을 일으킨다. 고칼륨혈증은 근육마비, 심장마비같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기능이 비교적 약한 사람에겐 이런 저나트륨(고칼륨)소금이 정상인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대한신장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 35세 이상 성인의 13.8%가 만성 신장병 환자이고 이 중 63%에겐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의 50%도 만성 신장병 환자인 것으로 밝혀져 저나트륨소금의 판매와 섭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 대중들에겐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6년에도 일부 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은 이를 보도한 적이 있지만 저나트륨소금은 포장에 아무런 경고문구 없이 웰빙소금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엔 저나트륨소금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정제염과 별 차이가 없다는 힘 빠지는 결과도 발표돼서 일부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 수입한 유명 천일염이라고 해서 맹신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백화점에 진열된 외국의 유명 소금은 가격이 국산 소금의 60배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팔린다. 필자는 국내에 수입된 외국 유명 소금과 아직 수입되진 않았지만 제품명이 잘 알려진 소금을 수집해 성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놀랍게도 대부분의 소금은 미네랄 함량이 거의 없고 염화나트륨 함량이 98% 이상이었다. 이는 거의 암염, 정제염과 마찬가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장에는 ‘바다 소금(Sea Salt)’, ‘미네랄 소금(Mineral Salt)’이라고 쓰여 있었다.

약 40가지의 외국산 천일염을 분석해봤지만 국산 천일염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천일염은 없었다. 다만 두 종류가 국산 천일염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게 나왔다. 이것들은 햇빛과 바람으로 결정을 만든 엄밀한 의미의 천일염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바닷물을 공중에서 분사시켜 만든 소금이었다.



항산화 능력 가진 열처리 소금

우리 조상들은 천일염을 그냥 먹기도 했지만 볶아 먹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에 와서야 이렇게 볶은 소금에 항산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항산화 능력이란 인간의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분해하는 능력이다. 활성산소는 평소엔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스트레스나 다른 요인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독성을 띠면서 세포를 공격한다. 공격에 의해 세포가 산화되면 세포의 노화가 진행되고, 당뇨나 동맥경화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세포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세포 분열이 과도하게 일어나 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필자는 소금의 종류에 따라 이런 산화 스트레스가 다른지를 알아보기 위해 9개월 동안 쥐에게 정제염, 천일염, 구운 소금, 죽염을 먹이면서 지방이 산화되는 정도를 측정했다. 지방은 생체성분 증 산화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하다. 그 결과 정제염을 먹인 쥐의 지방이 가장 많이 산화돼 체내에 과산화 지질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 천일염, 구운 소금, 죽염을 먹인 쥐의 순서대로 체내에 과산화 지질이 많이 발생했다. 특히 천일염을 대나무 통에 넣고 가마에서 9번 구운 죽염을 먹은 쥐는 체내에 과산화 지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죽염이 항산화 효과가 가장 크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단백질이 산화되는 정도를 측정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로부터 미네랄이 없는 소금은 우리 몸에 산화 스트레스를 많이 준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천일염을 그냥 먹지 않고 볶아서 먹은 우리 조상의 슬기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현재 연구 수준에서는 천일염에 열을 가했을 때 항산화물질이 발생하는 이유를 완벽히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소금의 종류나 가열하는 온도, 가열 방법에 따라 항산화 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죽염에서 사용한 대나무와 같은 보조물질이 소금의 항산화 특성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소금이 점점 더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소금을 많이 먹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므로 안 먹을 수 없으니 이왕 먹는 것이라면 건강한 소금을 먹자는 얘기다.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음식에 넣어 먹는 소금은 좋은 소금을 쓰려고 신경 쓰는데, 라면이나 과자 같은 가공식품에는 어떤 소금을 쓰는지 관심이 없다. 우리가 섭취하는 소금의 80%는 가공식품에 들어 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정제염이다. 정말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금까지 신경 써야 할 때다.
 
 
천일염의 이유 있는 변신

염화나트륨 함량은 적으면서 몸에 좋은 미네랄이 가득한 천일염. 최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면서 마트에서도 다양한 천일염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보통 천일염이 아니라 가공 천일염이다.

사실 일반 천일염은 생활에서 그대로 사용하기엔 조금 어려운 소금이다. 수분을 흡수해 녹아 버리는 성질(조해성)이 커서 보관이 어렵고, 입자가 고운 소금을 만들려고 해도 쉽게 으스러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천일염의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부각시킨 가공 천일염이 등장하고 있다. 함초나 녹차, 해초에서 추출한 물질을 넣어 영양을 업그레이드시킨 소금과, 스프레이 진공건조방법으로 고운 입자 결정을 만들어낸 소금이 대표적인 예다.


함경식 소장은 미국 조지아대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부터 목포대 식품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관심을 못 받아왔던 천일염에 대한 연구를 2003년부터 시작해 지금은 국산 천일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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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함경식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 소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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