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여럿일 때 값을 가장 높이 부르는 사람에게 파는 일을 경매(競賣, auction)라고 부른다. 가끔 유명 화가의 작품이 엄청난 가격에 낙찰돼 화제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기록을 갖고 있는 작품은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라는 유화작품이다. 2004년 5월 5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 오른 이 작품은 1억 416만 8000달러에 팔렸다. 현재 환율로 1200억 원이 넘는 값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경매는 서기 193년에 로마에서 있었다. 전임 황제를 살해한 친위대 군인들은 황제 자리를 경매에 내놓고 부대 안에 숨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용감한(?) 사람 둘이 밤에 부대에 다가가서 경매를 벌였는데, 황제 자리를 산 이는 두 달 만에 쫓겨나고 살해당했다. 그를 죽인 사람은 경매에 참가하지 않고 스스로 황제라고 선언한 헝가리 지방의 군대 사령관이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경매는 간단한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발견한다.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 보는 경매는 더 높은 가격이 더 이상 제시되지 않을 때까지 진행되는 형태다. 나와 남이 부른 가격, 즉 속마음이 공개될 뿐더러 언제 경매가 끝날지 모른다.
경매로 재미 본 사람은 20% 정도
법원에서 사용하는 경매는 자기가 생각하는 가격(price)을 적어 봉투에 넣어 제출하는 방식이다. 경매에 탤런트 이나영의 희귀한 사진이 나왔다고 하자. 만일 그 가치(value)를 500만 원이라고 생각한다면 530만 원을 적어내지는 않는다. 사게 되면 30(=530-500)만 원 손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500만 원 이하의 가격을 적게 되는데, 만일 460만 원을 적어내서 운 좋게 사게 되면 40(=500-460)만 원 이익이지만 남이 461만 원에 사가면 500만 원까지도 적어낼 마음이 있던 나로서는 배가 많이 아프고 어쩌면 꿈에 이나영이 나타나 서운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500만 원을 제시하면 당첨돼 봐야 이익은 0(=500-500)원이어서 한 일이 하나도 없다.
아무튼 이런 방식을 ‘첫째 가격(first price) 경매’라고 부른다. 이 방식은 사진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사진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문제점이 있다. 자신이 생각한 가치와 적어내는 가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경매에 내놓은 사람 역시 가장 소중하게 여겨줄 사람이 새 주인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사람들마다 선호도가 다른 예술품 같은 항목과는 달리 컴퓨터나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누가 사가더라도 새 주인에게 엇비슷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조금 열 받은 누군가가 가격을 너무 비싸게 불러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자주 생겨난다. 이를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부른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찰자가 손해를 보지 않는, 즉 저주를 피해가는 경우가 20% 정도뿐이라고 한다.
승자의 저주가 이처럼 흔한 이유는 물론 경매가를 가장 높게 매긴 사람에게 낙찰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제시한 입찰가의 평균이 정확한 가치를 반영한 값이라면 당연히 이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낙찰자는 가치를 과대평가한 셈이다. 승자의 저주는 입찰자 수가 늘어날수록 심각해진다. 입찰자가 많을수록 그 가운데 경매 품목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의 수도 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둘째 가격 경매’ 발견해 노벨상 받아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둘째 가격(second price) 경매’라는 방식이 생겨났다. 둘째 가격 경매를 발견한 미국 컬럼비아대 윌리엄 빅크리 교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방식에서는 자기가 지불하겠다는 가격이 아니라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그 물건의 가치를 적어낸다. 이때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물건을 사는데, 자기가 적은 금액이 아니라 두 번째로 높은 가치를 제시한 사람의 금액을 가격으로 지불한다. 앞서 나온 이나영의 사진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가치를 매겼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8/sRm6NLwikDvwWsshsw1D_59220090829.JPG)
이 경우 최고의 가치를 제시한 주성이 500만 원에 사가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자기가 매기는 가치보다 비싸게 사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모두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를 정직하게 제출하는 방법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쉽게 증명할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치는 당신이 낙찰받을 경우 지불해야 하는 가격과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경매회사인 이베이(eBay)에서 하는 옥션이 둘째 가격 경매와 본질적으로 같은 방식이다.
사는 사람은 그렇다 치고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을 채택해야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을까. 첫째 가격 방식이나 둘째 가격 방식에 상관없이 똑같은 기대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첫째 가격 경매의 경우 최고가로 낙찰되지만 적어내는 값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조금 낮아 둘째 가격 경매에서 낙찰자가 지불하는 가격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수학적인 해석이다. 종종 불합리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하는 일인 실제 경매에서는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상근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 KAIST에 부임했다. 정수론과 그 응용인 암호학, 정보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1992년 조선시대 수학자 최석정의 저서 ‘구수략’을 접하고 이듬해 ‘최석정과 그의 마방진’이라는 논문을 써 최석정이 조합론 분야의 원조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경매는 서기 193년에 로마에서 있었다. 전임 황제를 살해한 친위대 군인들은 황제 자리를 경매에 내놓고 부대 안에 숨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용감한(?) 사람 둘이 밤에 부대에 다가가서 경매를 벌였는데, 황제 자리를 산 이는 두 달 만에 쫓겨나고 살해당했다. 그를 죽인 사람은 경매에 참가하지 않고 스스로 황제라고 선언한 헝가리 지방의 군대 사령관이었다.
경매로 재미 본 사람은 20% 정도
법원에서 사용하는 경매는 자기가 생각하는 가격(price)을 적어 봉투에 넣어 제출하는 방식이다. 경매에 탤런트 이나영의 희귀한 사진이 나왔다고 하자. 만일 그 가치(value)를 500만 원이라고 생각한다면 530만 원을 적어내지는 않는다. 사게 되면 30(=530-500)만 원 손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500만 원 이하의 가격을 적게 되는데, 만일 460만 원을 적어내서 운 좋게 사게 되면 40(=500-460)만 원 이익이지만 남이 461만 원에 사가면 500만 원까지도 적어낼 마음이 있던 나로서는 배가 많이 아프고 어쩌면 꿈에 이나영이 나타나 서운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500만 원을 제시하면 당첨돼 봐야 이익은 0(=500-500)원이어서 한 일이 하나도 없다.
아무튼 이런 방식을 ‘첫째 가격(first price) 경매’라고 부른다. 이 방식은 사진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사진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문제점이 있다. 자신이 생각한 가치와 적어내는 가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경매에 내놓은 사람 역시 가장 소중하게 여겨줄 사람이 새 주인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사람들마다 선호도가 다른 예술품 같은 항목과는 달리 컴퓨터나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누가 사가더라도 새 주인에게 엇비슷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조금 열 받은 누군가가 가격을 너무 비싸게 불러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자주 생겨난다. 이를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부른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찰자가 손해를 보지 않는, 즉 저주를 피해가는 경우가 20% 정도뿐이라고 한다.
승자의 저주가 이처럼 흔한 이유는 물론 경매가를 가장 높게 매긴 사람에게 낙찰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제시한 입찰가의 평균이 정확한 가치를 반영한 값이라면 당연히 이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낙찰자는 가치를 과대평가한 셈이다. 승자의 저주는 입찰자 수가 늘어날수록 심각해진다. 입찰자가 많을수록 그 가운데 경매 품목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의 수도 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둘째 가격 경매’ 발견해 노벨상 받아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둘째 가격(second price) 경매’라는 방식이 생겨났다. 둘째 가격 경매를 발견한 미국 컬럼비아대 윌리엄 빅크리 교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방식에서는 자기가 지불하겠다는 가격이 아니라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그 물건의 가치를 적어낸다. 이때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물건을 사는데, 자기가 적은 금액이 아니라 두 번째로 높은 가치를 제시한 사람의 금액을 가격으로 지불한다. 앞서 나온 이나영의 사진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가치를 매겼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최고의 가치를 제시한 주성이 500만 원에 사가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자기가 매기는 가치보다 비싸게 사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모두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를 정직하게 제출하는 방법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쉽게 증명할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치는 당신이 낙찰받을 경우 지불해야 하는 가격과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경매회사인 이베이(eBay)에서 하는 옥션이 둘째 가격 경매와 본질적으로 같은 방식이다.
사는 사람은 그렇다 치고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을 채택해야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을까. 첫째 가격 방식이나 둘째 가격 방식에 상관없이 똑같은 기대수익을 예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첫째 가격 경매의 경우 최고가로 낙찰되지만 적어내는 값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조금 낮아 둘째 가격 경매에서 낙찰자가 지불하는 가격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수학적인 해석이다. 종종 불합리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하는 일인 실제 경매에서는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상근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 KAIST에 부임했다. 정수론과 그 응용인 암호학, 정보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1992년 조선시대 수학자 최석정의 저서 ‘구수략’을 접하고 이듬해 ‘최석정과 그의 마방진’이라는 논문을 써 최석정이 조합론 분야의 원조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