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1세기 녹색성장 이끄는 생태공학

토목공학, 미래를 엽니다!

“전 세계 도시들이 수십 년 전 상업용지와 도로를 만들기 위해 복개한 하천에 ‘햇빛’을 돌려주는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는데, 청계천 복원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7월 17일자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친환경 하천 복원의 상징인 청계천의 현재 모습을 자세히 조망한 기사를 실었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할아버지와
청계천을 찾은 아이가 물을 튀기며 놀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인상적이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청계천 일대는 고가도로 밑에 상가가 밀집해 있어 서울에서도 가장 복잡한 곳이었다. 당시 청계천 복원 계획이 발표될 때만 해도 ‘또 뭘 하려고 저러나?’하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토목공사’ 하면‘기존의 환경, 즉 자연을 파괴하고 거대한 인공구조물을 짓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모습을 드러낸 청계천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전 세계에서 ‘친환경 토목공사’의 상징이 됐다. 화이트, 블루, 그린 네트워크“이제는 토목분야에서도 ‘복원’이나 ‘생태’라는 말이 없으면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최근 ‘생태공학’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죠.”

양권열 대한토목학회 생태공학위원회 위원은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용어조차 생소했던 생태공학이 토목분야의 화두가 된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의 결과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많은 동식물이 사라지면서 이러다가 사람도 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토목공사에서 생태를 중시하는 움직임은 10여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경우가 많았죠.”예를 들어 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놓을 경우 육상 동물이 제대로 이동하지 못해 생태계가 도로를 경계로 단절돼 섬처럼 고립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의 이동통로를 마련해줬지만 길이 동물이 다니는 환경이 아니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대한토목학회에서 2005년 생태공학분과를 신설한 이유도 토목공학자와 생태학자가 함께 논의해 자연과 공존할 수있는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입니다.”양권열 위원은 원래 생태학도였는데, 대학원에서는 생태공학을 전공했다. 생태공학(ecological engineering)이란‘인간과 자연의 상호이익을 위해 생태계를 디자인하는 학문’이다.

토목공사에 따르는 조경이라는 분야가 어느 정도 이런 역할을 하지만 주변 생물의 삶의 질보다는 사람 눈에 보기 좋은 경관을 꾸미는 게 주목적이다. 그러나 생태공학은 인류와 공존하는 생물들의 특징을 잘 파악해 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이 있다.

“도시를 설계할 때도 생태계의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게 배려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군 용산기지를 공원으로 재창조하는 이유죠. 옛날 같으면 아파트 단지가 됐을 것입니다.”

서울을 예로 들면 북한산과 도봉산, 남산은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즉 유전자원이 풍부한 저장소(sink)다. 만일 이 사이가 생물의 이동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생태계가 고립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청계천이나 용산공원처럼 중간 규모의 생태계가 도심에 여럿 있으면 생태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최근 아파트 단지 건설에 불고 있는‘3 네트워크’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즉 바람 길을 막지 않게 건물을 배치하는 화이트 네트워크, 단지 안에 물을 흐르게 하는 블루 네트워크, 주차장을 지하에 짓고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그린 네트워크다.

대형 토목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계 교란 현상을 해결하는 데도 생태공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건설 토목사업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양 위원은 2002~2004년 부산신항 북컨테이너부두 공사를 할 때 준설토 투기장에 청둥오리를 풀어 곤충의 이상번식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항만을 만들기 위해 파낸 흙인 준설토에는 영양분이 풍부해 깔따구 같은 곤충들이 대량 발생하기 쉽다.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맡은 다른 준설토 투기장에서는 청둥오리법이 안 먹혔고 대안으로 곤충성장억제제를 87억 원어치나 뿌렸지만 역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2007년 7월 해양수산부는 곤충 대량 번식을 일으킨 책임을 지고 인근 주민들에게 1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양 위원은 “생태공학적 접근을 했는지에 따라 청둥오리를 이용한 방제의 성패가 갈렸다”며 “야생조류가 은신할 수 있는 갈대 같은 식생이 있는지, 투기장의 수심은 적당한지, 사람이나 천적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지가 야생조류를 끌어 들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즉 투기장이 들어설 자리를 정할 때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다.

과거 건설의 주자재였던 흙(土)과 나무(木)를 붙여 만든 용어인 토목(土木)은 이후 주자재가 시멘트와 철골, 철근으로 바뀌었을 뿐, 인간을 위해 무생물 재료들을 공간에 효율
적으로 배치하는 일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녹색성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21세기에는 토목공학 역시 관점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바로 생태공학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 진로 추천

  • 토목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도시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