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를 나부끼며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신비로운 혜성! 화려하고 볼만한 혜성이 나타나는 것은 10년에 한번 꼴이다. 올해 봄하늘은 바로 그 신비한 혜성이 밤하늘을 장식한다. 그것도 두개가 한꺼번에.
2001년 8월 24일, 지구 근접 소행성을 발견하고 추적하는 임무를 맞고 있던 니트(NEAT, Near Earth Astroid Tracking) 산하의 팔로마산 천문대 슈미트카메라에 19등급의 어두운 혜성이 잡혔다. 당시 혜성은 남쪽 하늘의 화로자리에 머물러 있었으며 태양에서 무려 10.1AU(1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거리) 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거리는 다른 혜성들보다 약 2배 이상이나 먼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혜성 발견의 새로운 기록이었다. 이것은 이 혜성이 그만큼 거대함을 뜻한다. 이 혜성에는 니트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2004년 봄, 드디어 관측 가시권에 들어와 그 화려한 모습을 선보인다.
동시에 나타나는 두 혜성
한편 비슷한 임무를 띤 리니어(LINEAR, LIncoln Near-Earth Astroid Research) 산하의 뉴멕시코주소재 구경 1m 반사망원경에 지난 2002년 10월 14일 황소자리와 쌍둥이자리 경계 부근에서 17등급의 혜성이 포착됐다. 이 혜성은 리니어로 명명됐는데, 역시 이번 봄에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밝은 혜성이 나타나는 것은 지난 1997년 헤일-밥혜성 이후 7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서 밤하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두 혜성은 일생동안 오직 한번만 태양에 접근하는 비주기혜성이다. 혜성은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꼬리가 길어지고 밝아지므로 최상의 관측 시기는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일점을 전후한 때다. 리니어혜성의 근일점 통과일은 4월 23일로서, 이때 지구 궤도 안쪽인 태양에서 0.6AU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혜성이 태양빛에 가려져서 관측 조건이 그리 좋지 않다.
근일점 통과 직후인 4월 하순, 리니어혜성은 첫번째 관측 기회를 제공한다. 이 무렵 리니어혜성은 춘분점이 있는 물고기자리를 배회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혜성의 밝기는 3등급대로 예상되는데 사실상 이번 회귀 중 가장 밝은 때다.
이 시기엔 혜성의 꼬리가 육안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운이 좋다면 새벽 4시 30분 경, 동쪽하늘에서 지평선 위로 뻗은 작은 꼬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혜성은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하는 천문박명시각에 고도가 10。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동쪽 지평선 부근에서 관측해야 한다. 관측 가능 시간은 약 20분 정도로 해뜨기 1시간 전까지다.
5월 초순이 지나면 리니어혜성은 새벽 동쪽하늘에서 사라지며 한동안 태양에 가려 볼 수 없는 기간이 지속된다. 이 혜성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는 시기는 5월 하순부터이며 이번에는 초저녁 서쪽하늘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기간 동안 혜성은 고물자리에서 바다뱀자리로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동시에 서쪽하늘에서 급속도로 고도가 높아지므로 관측 조건은 나날이 좋아진다. 5월말 혜성의 밝기는 4등급대로 4월말에 비해 다소 어두워져 있을 것이다.
우주공간에서 혜성의 이동을 살펴보면, 4월 하순 태양에 근접한 혜성은 점차 지구로 접근해 5월 19일 무렵 지구에 가장 가까운 0.27AU까지 접근한다. 이후 지구에서 다시 멀어지기 시작하지만, 5월 하순까지 지구와의 거리는 0.5AU 정도로 상당히 가까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리니어혜성의 행보가 상당히 어지러운데 반해 니트혜성의 움직임은 단순하다. 4월까지는 니트혜성을 볼 수 없지만, 봄이 무르익는 5월초가 되면 서쪽하늘 지평선 위로 그 모습이 드러난다. 니트혜성의 근일점 통과일은 5월 15일이며 다행스럽게도 이 무렵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혜성을 관측할 수 있다. 한편 이 혜성의 근지점 통과일은 5월 6일이며 0.32AU 만큼 가까워진다. 이 거리는 가장 가까울 때의 지구와 금성의 거리 정도라고 보면 된다.
니트혜성은 5월이 시작되면서 큰개자리에서 나타나 이후 급속도로 북상한다. 5월 10일 경에는 외뿔소자리를 지나 작은개자리에 다다르며 이후 게자리로 그 위치를 옮긴다. 니트혜성의 근일점 통과일인 5월 중순, 혜성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때 혜성의 밝기는 2등급대에 달하며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또한 혜성의 꼬리는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이 혜성은 급속도로 어두워지기 시작해 4등급대가 된다. 그러므로 니트혜성의 최고 관측 적기는 서쪽하늘에 달이 없거나 달빛 영향이 거의 없는 5월 8일부터 22일 사이다.
6월에 접어들면 리니어혜성과 니트혜성 모두 다소 어두워지지만, 동시에 두 혜성이 나란히 서쪽하늘에 떠 있게 된다. 그러므로 이 두 혜성에 대한 관심은 6월까지 계속될 것이다.
어두운 곳이라야 꼬리 관측 가능
혜성을 보려면 무엇보다 주위가 어두운 관측장소를 찾아야만 한다. 도심에서도 혜성의 존재가 확인되겠지만 꼬리를 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두 혜성은 2등급에서 3등급대의 밝은 혜성이므로 야외에서는 육안으로도 꼬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맨눈에 보이는 혜성의 꼬리는 전성기 무렵 10˚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혜성은 날마다 별자리를 조금씩 이동하므로 혜성의 움직임을 성도상에 그려가며 추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측법이 될 것이다.
소형쌍안경에서는 두 혜성의 꼬리를 좀더 명확히 볼 수 있고, 또 혜성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코마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흐릿하지만, 혜성의 코마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 꼬리가 어디를 향하고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다.
망원경으로는 코마 내부를 상세히 볼 수 있다. 코마 내부에는 빛나는 별같이 보이는 밝은 점이 보이며 여기서 물질들이 솟아오르는 제트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큰 혜성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광경이므로 주의 깊게 관측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