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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학생과학논술대회 수상작(고등부 대상) - 다윈이 말하는 "사랑하세요"

고등부 대상 - 박영준·상산고 1학년

다윈이 말하는 “사랑하세요”

◆ 주제 : 정보집적형 이기적 개체론의 관점으로 바라본 개체의 이타적 행위 설명.
◆ 참고도서 : 다윈의 식탁,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기적 유전자와 사회생물학,
과학적 발견의 패턴, 인간 본성과 사회 생물학

22000명. 올해 들어 장기기증 신청자들의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누구를 위한 행위이며 무엇을 위한 희생일까? 지난 2월 16일,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선종했고 생전의 서약대로 각막을 기증했다. 그의 죽음은 범국민적인 슬픔이었으나, “감사합니다. 사랑하세요.” 라는 유언은 자기 이익만을 좇아 각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사후(死後) 숭고한 선행에 대한 찬미와 박수갈채를 보내며 따뜻한 마음으로 동참하게 됐다. 이처럼 세상에는 분명 이타심이 존재한다.

… (중략) … 현재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인간의 이타적 행위에 대한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주장은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유전자 선택설이다. 그는 이타적인 행위란 이기적 행위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유전자는 모방자(meme)의 확산 및 보존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취하고, 개체란 그저 모방자의 운반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모든 개체가 이기적 행동을 취할 때, 관용과 협동은 불가능해진다. 즉, 개체는 생물학적 본성으로써 협동적 사회 형성 및 존속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애초부터 사회 형성은 불가능한 행위라는 것이다. 결국, 개체의 발생이란 태고의 첫 생물로서 종결되어지고 현재의 진화된 개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기된 학설이 바로 다수준 선택설로, 이타적인 개체들이 그 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집단의 생존 가능성이 상승, 결국 개체들의 생존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수준 선택설은 사회 질서 유지 및 발전을 효과적으로 풀이할 수 있는 가설로서, 개체의 희생이 더 큰 집단인 종의 보존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단 생존에 유리한 이타적 성향의 개체일지라도 각 개체의 형질이 지나치게 무시되고 집단 내 개체들의 성향이 동질적이라면 사회 발전에 장애가 올 수 있다.

세 번째로 소개하는 주장은 소위 사회화설이다. 이 사회화설은 교육과 대중매체에 의한 후천적 이타심 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사회화가 형성하는 양심이 이타적 행위에 대한 동기 부여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야생동물들에게 이러한 방식의 사회화를 통한 양심의 형성은 그 논리가 빈약하며, 또한 개체의 행동 동기 부여에 있어서 후천적 지식이 개체의 선천적 본성보다 우세할 수 있는 지는 심각히 재고해 봐야 할 문제이다.

결국 지금까지 존재하는 가설들의 공통적인 착오는 바로 선천적 본성과 후천적 교육, 이 둘 중 한 쪽 측면으로만 개체들의 이타적 행위를 설명하려 했음이다. … (중략) … 나는 이러한 문제들의 해답을 ‘정보집적형 이기주의 개체론’으로써 풀이해보고자 한다.

노우드 러셀 핸슨은 ‘과학적 발견의 패턴’에서 “본다(see)라는 것은 물질을 바라봄(look)으로써 끝나는 게 아니라 뇌에서 과거의 기록들을 참고하여 그 사물을 유추해내고 이를 인식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생물체의 자손이 태어났을 때부터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선지식이란 정보로 무장된 수정체가 발생하여 오늘날 ‘본능’이라 명명된 ‘잠재의식’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로 판명된다.

그렇다면 ‘잠재의식’이란 무엇일까? 태고의 첫 생명,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의 이기심이 그 시초가 아닐까? 원시 지구의 개체들은 다른 개체들을 흡수하여 새로운 형질들을 획득하였고 이러한 생존 방법은 새로운 형질의 집적을 가져왔다. 집적된 형질은 변이를 가능케 하여 자연적응도를 높였으며 이는 곧 유리한 형질들의 획득이라는 필사적 이기심으로 생명체가 생명을 영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체는 자연계의 적자로 생존하기 위하여 이기적 행동을 취한다.

이처럼 개체의 이기심은 이타적 행동에 동기를 부여한다. 노란부리까마귀는 300마리 중 겨우 30마리밖에 번식하지 않지만 아귀다툼 대신 결혼을 공동의 축전으로 승화시켜 생존하였고, 아델리·턱끈·젠투 펭귄은 번식지와 먹이를 효과적으로 나누는 평화전략이라는 이타적 행위를 취하여 안정된 생존 및 번식이라는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였다.

인간 사회에서의 숭고한 헌신과 봉사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철로에 몸을 던진 고(故) 김수현 씨 … (중략) … 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이 스스로 획득한 정보를 통한 ‘행복함’, 즉 ‘정신적으로 건강한(sound mind) 삶’의 영위를 추구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선행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개체들에게 정보를 제공, 뇌리에 남게 함으로써 일종의 ‘형질 번식’을 가능케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는 다른 개체들에게 자신이 가진 정보의 광범위한 유전을 가능케 하는 것이며, 이는 곧 이타적 행위의 전파를 의미한다.

이처럼 개체는 개체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이타적 행위를 한다. 이는 비단 선천적 유전형질뿐만 아니라, 후천적 획득 정보에 기초한 최선의 이기적 행동이다. 즉 다윈의 자연선택은 이기적 개체가 이타적 행동을 취함으로써 자연의 적자로 선택되어 무한한 진화-새로운 정보의 획득과 유전-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1

● 심사평 ●●●

주장이 독창적이고 과학성과 논리성이 뛰어난 논술이다. 이는 평소에 독서와 토론을 많이 한 결과로 보인다. 또 독창적인 자기 생각으로 주장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타주의 가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책으로 자신만의 개념(정보집적형 이기주의 개체론)을 주장한 것은 이 논술이 유일했다. 과학성과 논리성도 치밀하다. ‘잠재의식’이 갖는 특성을 분석해 ‘정보집적’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한 것도 다른 논술이 따라가기 힘든 점이었다. 고1의 수준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잘 쓴 논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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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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