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하는 약으로 폐에 생긴 상처도 치료한다? 여드름 치료에 사용하는 항생제가 폐기종 같은 폐질환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폐기종은 폐포가 크게 확장해 폐활량이 감소하면서 숨이 차고 천식과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영국 리드대 해리 로시터 박사팀은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이란 여드름 치료제(사진)가 폐조직의 손상을 막고 일부 폐조직을 재생시키기도 한다는 연구결과를 의학전문지 ‘세포생화학저널’(Journal of Cellular Biochemistry) 5월 15일자에 발표했다.
건강한 폐조직을 유지하려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라는 인체 내 단백질이 꼭 필요하다. 폐에서 VEGF가 늘면 새로운 혈관도 많이 생성된다. 연구팀은 쥐의 폐에서 VEGF를 제거해 폐기종과 유사한 상태를 만든 뒤 쥐에게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했다. 그 결과 곧 폐 손상이 줄어들며 쥐의 폐가 정상으로 회복됐다.
로시터 박사는 “폐기종이 나타나 폐조직이 파괴되는 이유는 단백질 분해효소와 그 억제제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라며 “독시사이클린이 단백질 분해효소의 하나인 MMP-1의 과다발현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독시사이클린이 MMP-1의 발현을 차단하자 세르핀 b5와 같은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의 생성이 증가하며 폐조직이 손상되는 현상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시터 박사는 “이미 폐 조직이 상당히 손상된 상태에서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했을 때도 일부 폐조직이 회복되는 현상을 확인했다”며 “연구가 좀 더 진행되면 폐질환을 완화시키는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