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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커스]WHO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선언

결국 인류가 손을 들었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승패는 결정되지 않았다. 바이러스와의 남은 싸움은 정부가 아니라 인류 개개인의 몫이다.

3국내 신종 인플루엔자(H1N1) 감염자가 100명을 넘었다. 지난 5월 2일 첫 번째 감염자가 확인돼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자 발생국임을 보고한 지 50여 일 만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외국에서도 여전히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11일 WHO는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고 전염병 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6단계로 올렸다. 경보 수준 격상 당일까지 총 74개국에서 2만 8774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14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러스 대유행≠치명적 독성

WHO가 말하는 전염병의 대유행은 한 대륙의 최소 2개국에서 발생한 사람 대 사람의 감염이 다른 대륙의 최소 1개국으로 퍼진 상태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의 진원지인 아메리카 대륙 이외의 다른 대륙에서도 사람 대 사람 감염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WHO가 6단계 격상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WHO는 대유행 선언이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지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조치며, 독성이나 심각성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인체에 미치는 위험도는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사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걸려도 감기나 몸살 정도로 앓고 낫는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실제로 감염된 사람의 대부분이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증상이 가볍다는 게 WHO의 판단이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아직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진 않다는 뜻이다. 서울대 의대 오명돈 교수는 “올가을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바이러스가 가을, 겨울을 거치며 맹독성 변종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경험을 토대로 얻은 추측이다.

인플루엔자의 세계 대유행은 지난 500년 동안 19번 일어났다. 20세기 들어 발생한 대유행은 1918년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의 3번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일으키고 난 뒤 다음 겨울에 다시 찾아온 경우가 여러 차례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페인독감도 1918년 봄 잠시 유행했던 바이러스가 그해 겨울 독성이 한층 강해져 다시 찾아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한 번 유행했던 바이러스가 다음에 또 찾아오면 피해가 클 거라는 사실만 경험적으로 추측할 뿐 무엇이 바이러스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지가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여러 사람에게 감염돼 수많은 세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독성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가 얼마나 강력한 독성을 갖는지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 유전자다. 생명체가 갖는 형질 대부분을 유전자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인은 감염자의 면역력이다. 똑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건강한 사람은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나을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치명적인 해를 입을 수 있다. 사람마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이 다르다는 얘기다. 치료방법도 독성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6월 17일 브라질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종이 처음 발견됐다. 이 변종 바이러스가 이미 대유행 단계에 들어선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변종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이미 위험요인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공항 검역만으론 한계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국내 신종 인플루엔자 경보 단계를 지금까지처럼 ‘주의(Yellow)’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음 단계인 ‘경계(Orange)’ 단계로 올리려면 외국에서 유입된 환자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감염자가 발생해야 한다. 국내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 대부분이 해외에서 감염됐거나 해외에 체류하다 국내로 들어온 이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는 과정에서 감염됐기 때문에 아직 다른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공항 검역을 통해 환자 발견과 격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방법만으로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입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명돈 교수는 “감염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부터 이미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시작한다”며 “잠복기가 1주일이기 때문에 입국 날 걸리면 공항 검역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어떤 나라도 완벽한 공항 검역은 불가능하다는 것.

전염병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전염경로를 끊는 것이다. 기침할 때 입을 가리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몸밖에 있던 바이러스를 코나 입 가까이 가져와 몸속에 침입하기 쉽게 만드는 게 바로 손이기 때문이다.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콘돔을 쓰거나 콜레라가 유행할 때 물을 끓여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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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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