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영재학교가 2003학년도에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것을 시작으로 2009학년도에는 서울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됐다. 2010학년도에는 경기과학고도 과학영재학교의 대열에 합류한다. 이처럼 과학영재학교의 수가 늘어나면서 높은 벽으로만 여겨졌던 과학영재학교로의 진학이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전해볼 만한 목표가 되고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학교는 어디일까. 한국과학영재학교,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의 입시 선발과정을 알아보고 기출 문제를 통해 세 학교의 시험 유형을 살펴보자.
▶1단계전형 : 경기, 서류우수자 3, 4단계로 직행
공통적으로 세 학교 모두 1단계전형에서 서류 평가를 실시한다.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이나 시·도 또는 전국 수학·과학경시대회 수상 실적이 있으면 무난하게 1단계전형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수상 실적이 없는 경우에는 교내 수학·과학의 교과 성적, 학교 선생님이나 과학영재원 선생님의 추천서, 영재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실적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경기과학고에서는 서류가 우수한 학생들에게 2단계전형을 면제해주고 3, 4단계전형 대상자로 바로 선정하는 ‘오버패스제’를 시행한다. 수상실적 등 서류가 우수하지만 2단계인 영재기초평가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이 제도를 염두에 두고 경기과학고를 시도해볼 만하다.
▶2단계전형 : 서울·경기, 빠른 문제풀이가 중요
서울과학고의 2단계전형은 영재성검사와 수학능력평가로 이뤄진다. 영재성검사는 언어논리와 수리논리에 대한 평가로서 교과 내용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전형적인 지능지수검사에 가깝다. 수학능력평가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기초학력평가로, 2009학년도에는 수학영역과 과학Ⅰ(물리, 지구과학) 영역, 과학Ⅱ(화학, 생물) 영역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문제는 5지선다형 객관식과 단답형 주관식의 형태였고 답안은 OMR카드에 작성했다. 단답형 주관식도 OMR카드에서 답에 해당하는 수치를 마킹했다. 3단계나 4단계의 문제에 비해 어렵진 않았지만 주어진 시간이 짧아 빠른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경기과학고의 2단계전형인 영재기초평가는 올해 처음 실시되기 때문에 문제 유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울과학고의 2단계전형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2단계전형인 창의적문제해결력검사는 수학과 과학Ⅰ, 과학Ⅱ의 세 과목으로 구성돼, 과목당 2시간씩 총 6시간 동안 치러진다. 이 단계에서 바로 최종전형 단계로 갈 합격자(최종합격 정원의 1.5배수)가 선발되기 때문에 2단계전형은 최종 합격으로 가는 가장 큰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영역은 개교 초창기에는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한 영재유형의 문제가 출제됐으나 최근에는 경시유형이나 해석유형의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경시유형은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차 시험 수준이며 특히 기하나 정수론, 조합론에 대한 학습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수학적 정의에 얼마나 충실한가를 묻는 해석영역의 문제가 출제됐는데, 미처 접해보지 못한 기호들로 인해 학생들이 상당히 당황해 했다.
2009학년도 물리영역은 중학교 교과에서 다루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수학적 배경지식과 물리Ⅰ·Ⅱ의 내용을 학습해야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됐다. 화학영역은 내신에서는 다루지 않는 현상을 제시하고 문제마다 소문제를 넣어 사고의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창의력과 논리력을 묻는 형식으로 출제해 단순 암기 위주로 학습한 학생들은 답안을 작성하기 어려웠다.
생물은 화학이나 물리와 통합된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이 크다. 지구과학은 중학교 교과과정인 지질, 대기, 천문과 관련된 문제가 고루 출제됐으나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 지구과학Ⅰ·Ⅱ를 심도 깊게 공부해야 접근할 수 있었다.
▶3단계전형 : 한국과학영재고, 캠프에서 영재성 평가
서울과학고의 3단계전형인 창의적문제해결력평가에서는 2단계전형에 합격한 600명의 학생 중 4단계전형 대상자 180명을 선발한다. 당락을 실질적으로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인 것이다. 창의적문제해결평가는 수학영역과 과학Ⅰ· Ⅱ영역, 다르게 글쓰기 영역으로 이뤄진다.
수학 영역은 KMO 1차 시험을 준비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수준이지만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난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또 영재유형의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평소에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다룬 학생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 3단계전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10-가를 비롯해 수학Ⅰ의 수열, 순열조합 또는 경시의 조합 영역을 선행 학습해둘 필요가 있다.
물리 영역은 역학, 전기, 파동에서 출제됐다. 이 파트에서는 정답을 수치적으로 정확히 구하고 현상으로부터 물리적 공식을 오류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리적 이론은 중학교 교과뿐만 아니라 고교과정인 물리Ⅰ의 내용도 다루고 있다. 화학영역은 물리에 비해 중학교 교과과정을 상대적으로 많이 다뤘다. 문제는 암기식이 아닌 정확한 개념을 이해를 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생물은 영역별로 생식과 발생, 광합성, 유전, 순환이 각각 출제됐다. 학생들의 실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실험 상황을 주고 가정을 세워 실험을 계획하라는 내용이 출제됐다. 지구과학영역은 지질, 대기, 해양, 천문과 관련된 주제에서 고루 출제됐다. 중학교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지구과학Ⅰ에 준하는 심화학습을 한 학생이라면 무난히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지구과학 분야를 대비하려면 중학교 교과과정을 심화 학습하고 지구과학Ⅰ 수준의 과학법칙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해당 법칙을 심층적으로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사고학습을 해둬야 한다. 또한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과학 현상과 교과 지식을 결합하는 문제가 다수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과학동아 같은 잡지를 평소에 읽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최종합격생을 선발하기 위한 한국과학영재학교의 3단계전형, 과학캠프·심층면접은 4일 동안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치러진다. 과학캠프·심층면접은 매년 평가방식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학·과학구술평가(심층면접), 과학실험평가, 자료해석능력평가의 3가지 형식으로 구성된다.
수리영역은 2단계전형이 경시 수준이라면, 3단계전형 과학캠프에서는 학생들의 수학영재성을 평가한다. 이러한 경향은 2009학년도 입시에서도 변함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수리영역은 문제를 풀고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거나 논리전개 과정을 직접 제시하는 심층면접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접관 앞에서 논리의 비약 없이 문제 해결과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면접관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발표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과학영역은 주어진 자료를 이용해 문제접근법을 알아내는 자료해석능력평가, 효과적인 실험을 하기 위한 실험 설계, 실험 진행 및 실험 자료 분석으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과학실험평가, 그리고 발표형식의 심층면접 평가로 구성된다.
▶4단계전형 : 경기, 오버패스 통과자 과학캠프 참여
서울과학고의 4단계전형인 과제수행능력 평가 및 심층면접과 경기과학고의 과학캠프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달리 2박 3일간 진행된다.
서울과학고는 지난해 수학영역은 평소에 얼마나 수학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를 확인하는 전형적인 지능지수 측정식의 문제가 출제됐다. 이런 유형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선생님이나 본인이 만든 풀이 외에 다른 풀이가 없는지, 좀 더 간단한 방법, 좀 더 복잡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물리영역의 과제수행능력 평가에서는 물을 이용한 시소문제가 출제됐다. 사이펀 현상과 위치에너지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이와 관련해 유사 영구기관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였다. 이런 문제에서는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안하는지가 중요하다. 심층면접에서는 역학과 전자기 유도현상을 복합적으로 묻는 문제가 출제돼 고교 물리를 심도 있게 공부한 학생만이 답할 수 있었다. 화학영역은 저울을 이용해 질량을 측정할 때 대기 조성과 오차의 관계를 묻는 문제와 주어진 자료를 이용해 헬륨 풍선이 받는 부력을 계산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생물영역은 주로 세포에 관련된 문제가 많았다. 생물이 작은 세포들의 집합으로 이뤄진 이유를 수학적으로 찾는 문제였는데, 세포에 대한 기본 개념을 넘어 세포의 입체적인 형태까지도 이해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지구과학은 천문분야에서 학생들이 평소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내용과 응용을 다뤘다. 일식과 관련된 문제는 평소 과학 시사에 관심을 갖고 중학 교과와 지구과학Ⅰ 수준의 기본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풀 수 있었다.
나에게 맞는 과학영재학교를 찾아라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그리고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그 선발 방식에 차이가 있으므로 어떤 평가 방식이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기에 유리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먼저 총 4단계로 구성되는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는 평가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사하고 총 3단계로 구성되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는 차이가 있다. 서울과학고나 경기과학고는 각 단계별 전형에서 주어진 시간이 한국과학영재학교에 비해 짧고 평가 문제의 유형에 있어서도 중등교과의 내용을 심도 있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이 두 학교는 평소 교과 내용을 꼼꼼히 학습하고 학교 내신 평가에서도 실수 없이 정확한 답을 얻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즉 시험시간이 짧아도 사고의 속도가 빨라서 많은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하는 능력을 보유한 학생들에게 서울과학고나 경기과학고 입시경향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서울과학고나 경기과학고에 비해 과목당 평가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평가 문제 또한 단순히 이해하고 있는가 뿐만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 현상을 제대로 해석하고 응용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따라서 평소에 학교 교과뿐만 아니라 과학잡지를 읽으며 학교 교과 외적으로도 꾸준히 학습하는 습관을 가진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그리고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신입생 선발방식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세 학교 모두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은 과학자로서의 종합적인 연구능력을 갖출 수 있는 인재다.
따라서 과학영재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런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학교 교과를 기본으로 학습하면서 왜 그런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습관, 교과외 수준까지의 답을 얻기 위해 문헌 조사를 하거나 과학자의 논문을 찾는 방식의 능동적인 학습 습관,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글 김민하·파인만심층연구소 소장
KAIST에서 공학석사를 받은 뒤 교육기업인 (주)파인만에서 수학올림피아드(KMO), 과학영재학교 입시 수리영역, 과학고 구술수학, 그리고 민사고 수학경시 영역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특목고 입시전략 및 프로그램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