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주인공 해리포터와 론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이동한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은 도로를 나는 듯 달리는 ‘스카이카’가 등장한다. 이처럼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SF영화의 단골손님이다.

주차장과 다름없을 정도로 꽉 막힌 도로에서 꼼짝달싹 할 수 없을 때면 누구나 한 번쯤 영화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고픈 충동을 느낀다. 테라퓨지아사는 2011년 하늘을 나는 자동차 트랜지션을 출시할 전망이다. 상상에서처럼 자동차로 하늘을 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30초 만에 자동차로 변하는 비행기

변화 또는 변이라는 뜻을 가진 트랜지션(transition)은 접었다 펼 수 있는 날개를 가진 2인승 경량스포츠항공기(LSA)다. 외관상 자동차에 날개를 붙인 형태를 한 트랜지션은 자동차 전용도로 폭(약 2.8m)에 맞춰 설계돼 날개를 접으면 마티즈 크기의 소형 자동차가 된다.

테라퓨지아사는 “트랜지션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아니라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비행기’”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트랜지션이 자동차가 아닌 소형항공기로 허가를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랜지션은 미국연방항공청(FAA)이 발급하는 소형비행기 파일럿 자격증 이상의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도로를 달릴 때는 운전면허증도 필요하다.

또한 트랜지션은 FAA의 항공기 엔진 규정(FAR 33)을 맞추기 위해 자동차용 엔진이 아닌 소형비행기에 쓰이는 100마력의 ‘로탁스 912S’ 엔진을 사용했다. 이 엔진은 독일 플라잇디자인사가 출시한 2인승 경량스포츠항공기 ‘CTLS’에 쓰인 엔진과 같다.

지난 3월 시험비행에 성공한 트랜지션은 순항속도 시속 약 180km에, 한 번 급유하면 평양에서 제주도까지 거리인 650km 정도를 날 수 있도록 제작 중이다. 자동차로 전환할 경우를 대비해 엔진에는 항공유가 아닌 자동차용 무연 휘발유를 쓴다. 트랜지션은 날개를 완전히 펴거나 접는 데 약 30초 정도 걸리며 일반 주차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서 별도로 비행기 격납고가 필요하지 않은 장점도 있다.

사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49년 에어로카인터내셔널사도 자동차에 날개와 프로펠러 엔진을 부착한 에어로카(Aerocar)를 선보였다. 하지만 에어로카는 속도가 떨어지고 안전성이 문제돼 6대밖에 생산되지 못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안존 교수는 “그동안 개발하려던 스카이카는 항공역학적인 기본 지식을 간과한 것들이 많았다”며 “그 중에서 트랜지션이 가장 실용화와 가장 가까운 기종”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테라퓨지아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 예약을 받고 있으며 빠르면 2011년에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판매가는 19만 4000달러(한화 2억 4250만 원,
1달러=1250원 기준)에 이른다.

중력 이겨내고 비행기 뜨게 하는 ‘양력’

트랜지션을 날게 하는 힘은 뭘까.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처럼 마법은 아니다. 경량스포츠비행기를 지향하는 트랜지션이 하늘을 나는 원리는 보통의 비행기와 같다. 하늘을 나는 동안 비행기에는 중력과 양력, 항력 , 그리고 추진력 의 네 가지 힘이 작용한다. 양력은 달리는 차에서 창밖으로 손바닥을 약간 기울여서 내밀 때 손바닥을 위로 밀어 올리는 것과 같은 힘으로, 비행기에서는 날개의 독특한 모양 때문에 생긴다.
일반적으로 비행기 날개의 위쪽은 위로 볼록한 유선형을 이루고 있지만 아랫면은 비교적 평평한 형태다. 안존 교수는 “날개 윗면에서는 공기가 곡면을 따라 선회한 뒤 빠져나가므로, 날개 아랫면에 비해 압력이 낮고 공기흐름 속도도 빠르게 된다”며 “이와 같은 날개 윗면과 아랫면의 압력 차이 때문에 날개를 위쪽으로 밀어 올리는 힘(양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트랜지션은 일반적인 비행기와 달리 프로펠러가 뒤에 있는 방식(Pusher Propeller)을 택했다. 이런 방식은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은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심 주변을 날아야 할 트랜지션은 소음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존 교수는 “프로펠러가 앞에 달린 방식은 프로펠러에 의해 속도가 빨라진 공기의 일부가 비행기 기체나 날개와 부딪히며 저항을 증가시키고 소음을 많이 발생시킨다”며 “트랜지션은 프로펠러 좌우에 수직 꼬리날개를 배치해 지상에 전달되는 소음을 줄임과 동시에 자동차로 사용할 때 안전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랜지션처럼 프로펠러가 뒤에 있는 비행기는 엔진이 뒤에 있어 무게중심이 뒤로 쏠린다. 이럴 경우 안정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갑자기 기체 아랫방향에서 돌풍이 불 경우 상대적으로 가벼운 기체의 앞부분이 위로 들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막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트랜지션은 주날개에 양력이 작용하는 지점인 ‘공력중심’을 무게중심보다 뒤쪽에 위치시켰다.

또한 앞 범퍼 위치에 작은 수평날개인 커나드(canard)를 달아서 평형을 잡기 쉽도록 설계했다. 비행기의 날개와 공기가 만나는 각도인 ‘받음각’이 지나치게 높을 때 날개에 양력이 갑자기 감소하는 스톨( stall ) 현상이 발생하는데, 트랜지션은 커나드가 먼저 스톨 상태에 들어가도록 돼 있다. 커나드가 스톨 현상을 일으키면 기체의 앞부분은 양력을 잃고 기체를 숙이게 되고 주날개의 받음각이 줄어들어 기체 전체는 스톨 현상에 빠지지 않는다.

안전성 높이고 항공운항 관련 법규 마련 필요해

자동차와 비행기, 두 얼굴의 트랜지션은 태생적으로 자동차와 항공기 모든 면에서 불완전한 형태일 수밖에 없다. 트랜지션은 자동차에 접을 수 있는 날개를 붙였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유선형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동급의 경량스포츠항공기인 CTLS의 경우 최고속도가 시속 약 270km에 순항속도는 시속 약 210km인 점을 감안하면 트랜지션의 경우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안존 교수는 “비슷한 규모의 경량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 효율면에서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도로를 달리려면 엔진에서 발생시킨 동력을 바퀴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이 추가로 들어가며 무게가 늘 수밖에 없는 단점도 있다. 안존 교수는 “만약 트랜지션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안전계수 를 낮춰 설계할 경우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자동차 안전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 안전계수에 1.2~1.3을 곱한 값에 맞춰 설계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충돌에서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계수에 2~3을 곱한 값으로 설계해야 한다. 최소 안전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해도 충격흡수 범퍼, 크럼플존 , 에어백과 같은 안전장비가 부족한 트랜지션 운전자는 사고가 났을 때 일반 자동차보다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헬리콥터처럼 수직이착륙 할 수 없는 트랜지션은 이륙하기 위해서 일반 항공기와 같이 활주로가 필요하다. 차가 막힌다고 길 한가운데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단 뜻이다. 트랜지션은 자동차에서 비행기로 전환하기 위해서 가까운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도착지에서도 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한 뒤 다시 운전해 목적지로 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도시 인근에 소형 민간공항이 여럿 있어 도시와의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민간공항이 많지 않은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고 모든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자동차로 직접 이동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 주행과 안전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우리나라처럼 도로가 울퉁불퉁하고 언덕이 많은 곳에서는 기체가 손상되기 쉽다. 하늘을 맘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구삼옥 박사는 “보이진 않지만 하늘에는 항공기마다 항로가 모두 정해져 있다”며 “항공기는 절대로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공중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관제시스템을 정비하고 관련 법규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1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 진로 추천

  • 항공·우주공학
  • 기계공학
  • 전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