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핵융합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최초의 증거가 나왔다.
미국 해군의 파멜라 모지어-보스 박사팀은 상온핵융합이 일어날 때 생긴 고에너지 중성자가 특수 플라스틱에 남긴 흔적을 발견했다고 지난 3월 23일 미국화학회 237차 모임에서 발표했다.
상온핵융합이란 중수를 이용한 전기분해 과정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으로 지난 1989년 미국의 두 과학자가 발견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게 사실이라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 실험 재현에 실패해 사기꾼 취급을 받았고 상온핵융합 연구도 시들해졌다. 모지어-보스 박사는 염화팔라듐 중수(D2O) 용액에 니켈과 금으로 된 전극을 꽂은 뒤 전기를 흘렸다. 그 결과 중수가 분해되면서 중수소와 산소가 발생했다. 만일 이 과정에서 핵융합이 일어난다면 중수소핵이 융합할 때 고에너지의 중성자가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나온 중성자를 검출하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CR-39라는 특수 플라스틱을 써서 고에너지 중성자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했다.
즉 중성자가 플라스틱 표면을 때려 플라스틱을 이루는 원소가 소립자로 쪼개져 방출되면서 플라스틱에 남긴 흔적을 현미경으로 포착했다. 모지어-보스 박사는 “상온핵융합 결과를 발표하면 사람들은 늘 ‘그런데 중성자는 어디 있느냐?’고 묻곤 했다”며 “여기 그 증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상온핵융합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모임에서는 모지어-보스 박사팀의 결과 외에도 30여 편의 관련 논문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