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향토음식으로 가자미식해라는 것이 있다. 식혜가 아니라 식해라는 점에 주의하자. 식혜(食醯)는 쌀을 발효시킨 전통음료이고, 식해(食.)는 생선을 발효시킨 염장식품이다. 만드는 원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쌀에 엿기름을 섞으면 쌀의 녹말이 당으로 바뀌며 단맛을 내는 식혜가 된다. 식해를 만들 때는 생선에 조밥, 소금, 고춧가루, 엿기름을 섞는데, 생선이 발효해서 생긴 새콤한 맛이, 조밥의 녹말이 당으로 바뀌면서 생긴 달콤한 맛과 절묘하게 어울려 별미로 탄생한다. 식해의 재료로는 명태, 도루묵, 오징어, 가자미 등 여러 가지가 쓰이지만 역시 가자미로 만든 식해가 가장 유명하다.
가자미식해를 겨울 별미로 즐기다 보면 시나브로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생선이 바로 도다리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도다리가, 가을에는 전어가 맛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국민생선 반열에 들어선 전어에 비해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도다리는 봄 생선의 대표로 부족함이 없다. 도다리는 보통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산란하고 3, 4월이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도다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생선으로 넙치(광어)가 있다. 평소의 도다리라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횟감인 넙치에 비해 한낱 잡어에 불과하지만, 봄이 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양식이 안 되는 도다리는 1년 중 봄에 가장 맛이 좋기 때문. 도다리를 뼈째 잘게 썰어 회로 먹는 속칭 ‘도다리 세꼬시(세꼬시는 뼈째 썰기의 잘못된 말)’는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도다리에 향긋한 어린 쑥을 넣고 끓인 도다리쑥국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쑥국에서 횟감까지
가자미, 도다리, 넙치는 모두 가자미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가자미류는 세계적으로 520여 종이 서식하며 망둑어류 다음으로 많은 종수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연안에도 50종 이상이 살고 있다. 그런데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일까. 가자미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넓적한 물고기란 뜻의 광어(廣魚)로 불리며 횟감으로 사용되는 종은 넙치(Paralichthys olivaceus)다. 도다리는 원래 도다리(Pleuronichthys cornutus) 한 종만 가리키는 이름이지만, 일반인은 참가자미, 문치가자미, 도다리 등 가자미류 몇 종을 모두 도다리라고 부른다.
가자미 하면 넙치, 도다리, 서대류를 제외한 가자미류를 통틀어 일컫는 경우가 많다. 어류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넙치와 도다리 한두 종만 구별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가자미라고 불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눈이 한쪽으로 돌아간 이유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2/W5yQD5JKtG2ndbghxQJ5_86620090227.jpg)
몹시 맞았을 때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몸이 납작해질 정도로 심하게 맞았다는 뜻이다. 부모님들은 자식이 눈을 흘겨보면 “가재미눈깔이 된다”라며 나무란다. 이런 말에서 나타나듯 가자미류의 가장 큰 특징은 납작한 몸과 한쪽으로 쏠려 있는 눈이다.
하지만 가자미류가 처음부터 이런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는 여느 물고기와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자라면서 몸이 납작해지고 눈이 한쪽으로 이동한다. 변화의 이유는 간단하다. 가자미류는 물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저서성 어류이기 때문이다. 바닥에 붙어 다녀야 하니 몸이 납작한 형태가 유리하고, 한쪽 눈이 아랫면에 있어 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눈이 이동하면서 몸의 다른 부분도 변한다. 바닥에 닿는 아래쪽 면은 별다른 무늬 없이 하얀 빛깔을 띠지만 위쪽 면은 바닥의 진흙이나 모래와 잘 어울리도록 짙은 색을 띠고, 눈으로 주위환경을 파악한 뒤 순간적으로 몸 빛깔을 바꾸는 능력이 발달했다. 이러한 위장술은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먹이를 사냥할 때 도움이 된다. 바닥에 있는 먹이를 사냥하다 보니 이빨도 바닥에 붙은 것이 더 크게 발달한다.
좌광우도, 삼삼둘둘
향토색 짙은 서정시를 많이 남긴 백석 시인은 ‘가재미와 넙치’라는 시에서 가자미류의 눈이 한쪽으로 돌아간 이유를 재미있게 풀어 놓고 있다.
심술궂은 용왕이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가자미의 왼쪽 뺨을 후려갈겨 눈이 오른쪽으로 돌아가게 했다는 것이다. 또 이 시의 후반부에는 용왕이 넙치에게 물고기의 일종인 ‘장치’ 삼백 마리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수행하지 못한 넙치의 오른쪽 뺨을 후려갈겨 눈이 왼쪽으로 돌아가게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여기에서 눈이 돌아간 방향을 보면 가자미(오른쪽)와 넙치(왼쪽)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쉽게 기억하기 위한 공식도 있다. ‘좌(左)광우(右)도’는 눈이 몸의 왼쪽에 있는 종류가 광어(넙치), 몸의 오른쪽에 있는 종류는 도다리(가자미)라는 뜻이다. ‘삼삼둘둘’은 오른눈과 도다리(가자미)가 세 글자, 왼눈과 광어(넙치)가 두 글자인 점에 착안한 구별법이다. 물론 실제로는 넙치 외에도 별넙치, 점넙치, 별목탁가자미, 넙치가자미처럼 눈이 왼쪽에 붙은 종류가 있으므로 눈의 위치만으로 가자미류를 정확히 구별할 수는 없다.
가자미류를 한자로 접어(.魚)라고 부른다.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듯 헤엄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접역(.域)이라고 불렀다. 가자미류가 많이 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접역에 살고 있는 민족으로서 최소한의 가자미류 구분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별미 맛보기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가능할까
류시화 시인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에서 전설상의 물고기 ‘비목’을 소재로 해 남녀 간의 깊은 사랑을 노래했다.
비목(比目)이란 눈(目)을 맞대야(比) 헤엄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비목은 몸 반쪽에 눈 하나만 지니고 있어 두 마리가 한데 모여야만 온전한 형태로 헤엄칠 수 있는 물고기다. 목숨을 다해 서로 사랑하는 연인을 항상 붙어 다니는 비목에 비유하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나면 전설 자체가 물고기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목의 정체는 가자미류다. 옛문헌을 살펴보면 가자미류의 별명이 비목이라는 기록이 곳곳에 등장한다. 어떻게 해서 흔하디 흔한 가자미류가 전설상의 물고기 비목이 돼 버린 것일까.
예로부터 중국문화의 중심은 내륙이었다. 내륙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바다에서 나는 산물을 풍문으로만 전해 듣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 바다를 찾더라도 바다 생물을 정확하게 관찰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가자미류를 처음 본 사람은 눈이 몸의 한편에만, 그것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사실에 큰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소문이란 사람의 입을 거칠 때마다 왜곡되고 과장되기 마련이다. 눈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말은 곧 눈이 한쪽에만 있다는 식으로 와전됐을 것이다.
눈이 있는 쪽의 색깔이 짙은 데 비해 반대쪽은 흰색을 띠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을 것이다. 흰 부분은 매끄러운데다 딱딱한 비늘이 없고 근육이 그대로 비쳐 보일 정도여서 이 물고기를 처음 본 사람들에게 나머지 반쪽이 떨어져 나간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으리라. 실제로 넙치 두 마리를 놓고 봤을 때, 배를 마주해 겹쳐 놓은 모양이 정상적인 물고기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가자미류의 특이한 생김새를 관찰한 사람들이 부정확하게 그 내용을 전달하다가 비목이라는 전설상의 물고기를 탄생시킨 셈이다.
몸 반쪽에 눈 하나만 있어 두 마리가 한데 모여야만 온전한 형태로 헤엄칠 수 있다는 비목. 가자미류를 보고 오해해 탄생한 전설상의 물고기다.
넙치의 일생
알에서 막 깨어난 가자미류 새끼는 보통 물고기와 같은 모습이지만, 자라면서 몸이 납작해지고 눈이 한쪽으로 이동한다. 넙치의 경우는 두 눈이 몸의 왼쪽으로 몰린다.
이태원 교사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세포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우리나라 전통 문헌에 나타난 과학 관련 내용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기행문식으로 정리한 ‘현산어보를 찾아서1~5’(청어람미디어) 등이 있다.
가자미식해를 겨울 별미로 즐기다 보면 시나브로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생선이 바로 도다리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도다리가, 가을에는 전어가 맛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국민생선 반열에 들어선 전어에 비해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도다리는 봄 생선의 대표로 부족함이 없다. 도다리는 보통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산란하고 3, 4월이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도다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생선으로 넙치(광어)가 있다. 평소의 도다리라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횟감인 넙치에 비해 한낱 잡어에 불과하지만, 봄이 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양식이 안 되는 도다리는 1년 중 봄에 가장 맛이 좋기 때문. 도다리를 뼈째 잘게 썰어 회로 먹는 속칭 ‘도다리 세꼬시(세꼬시는 뼈째 썰기의 잘못된 말)’는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도다리에 향긋한 어린 쑥을 넣고 끓인 도다리쑥국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쑥국에서 횟감까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2/y4jdVEiC3GTeBdKa7yXb_20320090227.jpg)
흔히 넓적한 물고기란 뜻의 광어(廣魚)로 불리며 횟감으로 사용되는 종은 넙치(Paralichthys olivaceus)다. 도다리는 원래 도다리(Pleuronichthys cornutus) 한 종만 가리키는 이름이지만, 일반인은 참가자미, 문치가자미, 도다리 등 가자미류 몇 종을 모두 도다리라고 부른다.
가자미 하면 넙치, 도다리, 서대류를 제외한 가자미류를 통틀어 일컫는 경우가 많다. 어류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넙치와 도다리 한두 종만 구별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가자미라고 불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눈이 한쪽으로 돌아간 이유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2/W5yQD5JKtG2ndbghxQJ5_86620090227.jpg)
몹시 맞았을 때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몸이 납작해질 정도로 심하게 맞았다는 뜻이다. 부모님들은 자식이 눈을 흘겨보면 “가재미눈깔이 된다”라며 나무란다. 이런 말에서 나타나듯 가자미류의 가장 큰 특징은 납작한 몸과 한쪽으로 쏠려 있는 눈이다.
하지만 가자미류가 처음부터 이런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는 여느 물고기와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자라면서 몸이 납작해지고 눈이 한쪽으로 이동한다. 변화의 이유는 간단하다. 가자미류는 물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저서성 어류이기 때문이다. 바닥에 붙어 다녀야 하니 몸이 납작한 형태가 유리하고, 한쪽 눈이 아랫면에 있어 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눈이 이동하면서 몸의 다른 부분도 변한다. 바닥에 닿는 아래쪽 면은 별다른 무늬 없이 하얀 빛깔을 띠지만 위쪽 면은 바닥의 진흙이나 모래와 잘 어울리도록 짙은 색을 띠고, 눈으로 주위환경을 파악한 뒤 순간적으로 몸 빛깔을 바꾸는 능력이 발달했다. 이러한 위장술은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먹이를 사냥할 때 도움이 된다. 바닥에 있는 먹이를 사냥하다 보니 이빨도 바닥에 붙은 것이 더 크게 발달한다.
좌광우도, 삼삼둘둘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2/quKe6ft1QsB10fLbzhux_02320090227.jpg)
심술궂은 용왕이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가자미의 왼쪽 뺨을 후려갈겨 눈이 오른쪽으로 돌아가게 했다는 것이다. 또 이 시의 후반부에는 용왕이 넙치에게 물고기의 일종인 ‘장치’ 삼백 마리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수행하지 못한 넙치의 오른쪽 뺨을 후려갈겨 눈이 왼쪽으로 돌아가게 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여기에서 눈이 돌아간 방향을 보면 가자미(오른쪽)와 넙치(왼쪽)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쉽게 기억하기 위한 공식도 있다. ‘좌(左)광우(右)도’는 눈이 몸의 왼쪽에 있는 종류가 광어(넙치), 몸의 오른쪽에 있는 종류는 도다리(가자미)라는 뜻이다. ‘삼삼둘둘’은 오른눈과 도다리(가자미)가 세 글자, 왼눈과 광어(넙치)가 두 글자인 점에 착안한 구별법이다. 물론 실제로는 넙치 외에도 별넙치, 점넙치, 별목탁가자미, 넙치가자미처럼 눈이 왼쪽에 붙은 종류가 있으므로 눈의 위치만으로 가자미류를 정확히 구별할 수는 없다.
가자미류를 한자로 접어(.魚)라고 부른다.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듯 헤엄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접역(.域)이라고 불렀다. 가자미류가 많이 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접역에 살고 있는 민족으로서 최소한의 가자미류 구분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별미 맛보기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가능할까
류시화 시인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에서 전설상의 물고기 ‘비목’을 소재로 해 남녀 간의 깊은 사랑을 노래했다.
비목(比目)이란 눈(目)을 맞대야(比) 헤엄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비목은 몸 반쪽에 눈 하나만 지니고 있어 두 마리가 한데 모여야만 온전한 형태로 헤엄칠 수 있는 물고기다. 목숨을 다해 서로 사랑하는 연인을 항상 붙어 다니는 비목에 비유하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나면 전설 자체가 물고기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목의 정체는 가자미류다. 옛문헌을 살펴보면 가자미류의 별명이 비목이라는 기록이 곳곳에 등장한다. 어떻게 해서 흔하디 흔한 가자미류가 전설상의 물고기 비목이 돼 버린 것일까.
예로부터 중국문화의 중심은 내륙이었다. 내륙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바다에서 나는 산물을 풍문으로만 전해 듣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 바다를 찾더라도 바다 생물을 정확하게 관찰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가자미류를 처음 본 사람은 눈이 몸의 한편에만, 그것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사실에 큰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소문이란 사람의 입을 거칠 때마다 왜곡되고 과장되기 마련이다. 눈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말은 곧 눈이 한쪽에만 있다는 식으로 와전됐을 것이다.
눈이 있는 쪽의 색깔이 짙은 데 비해 반대쪽은 흰색을 띠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을 것이다. 흰 부분은 매끄러운데다 딱딱한 비늘이 없고 근육이 그대로 비쳐 보일 정도여서 이 물고기를 처음 본 사람들에게 나머지 반쪽이 떨어져 나간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으리라. 실제로 넙치 두 마리를 놓고 봤을 때, 배를 마주해 겹쳐 놓은 모양이 정상적인 물고기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가자미류의 특이한 생김새를 관찰한 사람들이 부정확하게 그 내용을 전달하다가 비목이라는 전설상의 물고기를 탄생시킨 셈이다.
몸 반쪽에 눈 하나만 있어 두 마리가 한데 모여야만 온전한 형태로 헤엄칠 수 있다는 비목. 가자미류를 보고 오해해 탄생한 전설상의 물고기다.
넙치의 일생
알에서 막 깨어난 가자미류 새끼는 보통 물고기와 같은 모습이지만, 자라면서 몸이 납작해지고 눈이 한쪽으로 이동한다. 넙치의 경우는 두 눈이 몸의 왼쪽으로 몰린다.
이태원 교사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세포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우리나라 전통 문헌에 나타난 과학 관련 내용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의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기행문식으로 정리한 ‘현산어보를 찾아서1~5’(청어람미디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