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소행성이면 소행성이고 푸석푸석한 혜성이면 혜성이지.
소행성이 혜성으로 변신한다니?
태양계에서 무슨 둔갑술이라도 부리는 걸까.
태양계에서 작지만 매운 고추가 바로 소행성과 혜성이다. 2억 5000만 년 전 지구의 생명체 80%를 없애 버렸으며 6500만 년 전에는 공룡을 멸종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지름 1km 이상이면 지구 전체에 대재앙을 몰고 올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는 이 같은 크기의 근지구천체(NEO)를 찾아내 감시하고 있다.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의 영역(소행성대)에서 벗어난 소행성이나 상당히 찌그러진 궤도를 가진 혜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NEO가 된다.
1990년대 이래 미국, 유럽, 호주, 한국 같은 나라의 천문학자들이 구경 1m 안팎의 망원경으로 NEO를 발견하기 위해 전 하늘을 뒤져 왔다. 특히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름이 1km보다 큰 NEO 중 90% 이상을 발견하겠다는 ‘우주방위목표’를 세웠다가, 2003년엔 NEO의 크기 기준을 ‘140m 이상’으로 내리며 경계태세 수위를 높였다. 지름 140m면 대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정도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부 최영준 박사는 “더 작고 어두운 천체를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 노력의 부산물로 태양계 외곽에 있는 소천체인 카이퍼벨트천체(KBO)도 많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작은 소행성이나 멀리 있는 KBO나 똑같이 어둡게 보인다. 사실 2006년 행성 자격을 박탈당한 명왕성도 KBO 중 하나다.
카이퍼벨트는 소행성대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해왕성 궤도 바깥으로 폭넓게 위치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암석과 금속으로 구성된 소행성과 달리 KBO는 혜성처럼 얼음과 먼지로 이뤄져 있다. 카이퍼벨트에서 불안정한 궤도를 돌던 천체 중 일부가 200년 이하의 주기로 태양에 가까이 다가왔다 멀어지는 혜성(단주기 혜성)이 된다.
단단한 소행성과 푸석푸석한 혜성. 둘은 이렇게 다른데, 소행성이 어떻게 혜성으로 변신하는 걸까.
소행성도 아니고 KBO도 아니야
사실 멀리서 관측하면 소행성과 혜성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만 혜성이 기체를 내뿜어 핵 주변에 뿌연 코마를 갖거나 꼬리가 길게 뻗어 있다는 특징이 다른 점이다. 흥미롭게도 소행성대와 카이퍼벨트 사이에서 ‘센타우르’(Centaur)라 불리는 소천체가 100여 개나 발견됐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 괴물처럼 센타우르는 소행성도 KBO도 아니다.
최 박사는 “KBO 중 일부가 목성의 영향을 받아 궤도가 교란되면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와 혜성이 된다”며 “센타우르는 KBO와 혜성의 중간 형태”라고 설명했다. 미국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근무하던 최 박사는 2005년 12월 우연히 센타우르의 하나인 에쉐클루스(Echeclus)를 관측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단단한 소행성으로 알려져 있던 이 천체가 뿌옇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에쉐클루스에서 기체가 분출되면서 혜성의 특징인 뿌연 코마가 생긴 것이다. 최 박사는 이 사실을 바로 국제 소행성센터(MPC)에 보고했고 지난해 4월 ‘태평양 천문학회지’(PASP)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에쉐클루스에는 소행성 번호(60558)에 주기 혜성을 뜻하는 기호(P)가 붙여졌다. ‘60558 174P 에쉐클루스’라고. 최 박사는 “에쉐클루스는 소행성이 혜성으로 탈바꿈한 두 번째 사례”라며 “첫 사례는 발견된 지 1년 만에 코마를 보인 카이론(Chiron)”이라고 말했다. 카이론은 기체를 강하게 분출해 혜성처럼 근일점(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의 위치가 계속 바뀐다.
센타우르가 KBO에서 혜성으로 바뀌는 중간 단계라는 설명에서 아직 해결 안 된 부분이 있다. 혜성은 크기가 10km 안팎인데, 현재 관측된 센타우르는 크기가 100km 안팎이다. 최 박사는 “센타우르가 어떻게 쪼개지는지 설명하려면 큰 망원경으로 더 작은 종류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혜성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혜성을 향해 가고 있는 탐사선이 있다. 바로 유럽우주국(ESA)의 로제타다. 2014년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도착한 뒤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다가 착륙해 구성성분을 분석할 계획이다.
소행성이든, 혜성이든 지구를 위협하는 NEO는 아직 다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팀이 NEO 관측을 시뮬레이션해 지난해 미국 행성천문학회지 ‘이카루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관측시설과 감시방법으로는 크기 1km 이상의 NEO 가운데 90%는 2010~2011년에야 발견할 수 있으며 약 8%는 2016년 이후에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문 박사는 “황도(하늘에 투영된 지구공전궤도) 근처를 집중 관측할 뿐 아니라 지금보다 구경이 큰 전용 망원경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 공군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에서 구경 1.8m의 펜스타즈망원경을 NEO 탐사전용으로 가동하기 시작했고 미국국립광학천문대는 칠레에 구경 6.5m의 광시야 망원경 LSST를 준공해 NEO 탐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 박사는 “중형급 광시야 망원경을 이용하면 수백m급 NEO의 상당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NEO로부터 우리 문명을 지켜낼 방안을 마련할 뿐 아니라 센타우르 같은 태양계 소천체의 탄생과 진화에 얽힌 비밀도 밝혀낼 수 있으리라.
천문학, 책으로 말하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는 아태이론물리센터와 함께 3월 중순부터 중소도시 도서관에서 책 1권을 주제로 저자와 대화하는 행사 ‘천문학, 책으로 말하다’를 개최한다. 시간과 장소는 www.astronomy2009.kr 참조.
병실에서 마음의 별을 찾다
강연, 천체사진전, 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연계해 병원 환자들에게 위안과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3월 중순 대전 을지병원에서 첫 행사를 갖는다.
지구의 밤(The World At Night)
전 세계 천체사진가들의 작품 40점을 엄선한 천체사진 전시회. 3월 1일~22일 서울 청계창작스튜디오 갤러리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는 무료.
소행성이 혜성으로 변신한다니?
태양계에서 무슨 둔갑술이라도 부리는 걸까.
태양계에서 작지만 매운 고추가 바로 소행성과 혜성이다. 2억 5000만 년 전 지구의 생명체 80%를 없애 버렸으며 6500만 년 전에는 공룡을 멸종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지름 1km 이상이면 지구 전체에 대재앙을 몰고 올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는 이 같은 크기의 근지구천체(NEO)를 찾아내 감시하고 있다.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의 영역(소행성대)에서 벗어난 소행성이나 상당히 찌그러진 궤도를 가진 혜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NEO가 된다.
1990년대 이래 미국, 유럽, 호주, 한국 같은 나라의 천문학자들이 구경 1m 안팎의 망원경으로 NEO를 발견하기 위해 전 하늘을 뒤져 왔다. 특히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름이 1km보다 큰 NEO 중 90% 이상을 발견하겠다는 ‘우주방위목표’를 세웠다가, 2003년엔 NEO의 크기 기준을 ‘140m 이상’으로 내리며 경계태세 수위를 높였다. 지름 140m면 대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정도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부 최영준 박사는 “더 작고 어두운 천체를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 노력의 부산물로 태양계 외곽에 있는 소천체인 카이퍼벨트천체(KBO)도 많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작은 소행성이나 멀리 있는 KBO나 똑같이 어둡게 보인다. 사실 2006년 행성 자격을 박탈당한 명왕성도 KBO 중 하나다.
카이퍼벨트는 소행성대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해왕성 궤도 바깥으로 폭넓게 위치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암석과 금속으로 구성된 소행성과 달리 KBO는 혜성처럼 얼음과 먼지로 이뤄져 있다. 카이퍼벨트에서 불안정한 궤도를 돌던 천체 중 일부가 200년 이하의 주기로 태양에 가까이 다가왔다 멀어지는 혜성(단주기 혜성)이 된다.
단단한 소행성과 푸석푸석한 혜성. 둘은 이렇게 다른데, 소행성이 어떻게 혜성으로 변신하는 걸까.
소행성도 아니고 KBO도 아니야
사실 멀리서 관측하면 소행성과 혜성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만 혜성이 기체를 내뿜어 핵 주변에 뿌연 코마를 갖거나 꼬리가 길게 뻗어 있다는 특징이 다른 점이다. 흥미롭게도 소행성대와 카이퍼벨트 사이에서 ‘센타우르’(Centaur)라 불리는 소천체가 100여 개나 발견됐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 괴물처럼 센타우르는 소행성도 KBO도 아니다.
최 박사는 “KBO 중 일부가 목성의 영향을 받아 궤도가 교란되면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와 혜성이 된다”며 “센타우르는 KBO와 혜성의 중간 형태”라고 설명했다. 미국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근무하던 최 박사는 2005년 12월 우연히 센타우르의 하나인 에쉐클루스(Echeclus)를 관측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단단한 소행성으로 알려져 있던 이 천체가 뿌옇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에쉐클루스에서 기체가 분출되면서 혜성의 특징인 뿌연 코마가 생긴 것이다. 최 박사는 이 사실을 바로 국제 소행성센터(MPC)에 보고했고 지난해 4월 ‘태평양 천문학회지’(PASP)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에쉐클루스에는 소행성 번호(60558)에 주기 혜성을 뜻하는 기호(P)가 붙여졌다. ‘60558 174P 에쉐클루스’라고. 최 박사는 “에쉐클루스는 소행성이 혜성으로 탈바꿈한 두 번째 사례”라며 “첫 사례는 발견된 지 1년 만에 코마를 보인 카이론(Chiron)”이라고 말했다. 카이론은 기체를 강하게 분출해 혜성처럼 근일점(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의 위치가 계속 바뀐다.
센타우르가 KBO에서 혜성으로 바뀌는 중간 단계라는 설명에서 아직 해결 안 된 부분이 있다. 혜성은 크기가 10km 안팎인데, 현재 관측된 센타우르는 크기가 100km 안팎이다. 최 박사는 “센타우르가 어떻게 쪼개지는지 설명하려면 큰 망원경으로 더 작은 종류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혜성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혜성을 향해 가고 있는 탐사선이 있다. 바로 유럽우주국(ESA)의 로제타다. 2014년 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도착한 뒤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다가 착륙해 구성성분을 분석할 계획이다.
소행성이든, 혜성이든 지구를 위협하는 NEO는 아직 다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팀이 NEO 관측을 시뮬레이션해 지난해 미국 행성천문학회지 ‘이카루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관측시설과 감시방법으로는 크기 1km 이상의 NEO 가운데 90%는 2010~2011년에야 발견할 수 있으며 약 8%는 2016년 이후에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문 박사는 “황도(하늘에 투영된 지구공전궤도) 근처를 집중 관측할 뿐 아니라 지금보다 구경이 큰 전용 망원경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 공군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에서 구경 1.8m의 펜스타즈망원경을 NEO 탐사전용으로 가동하기 시작했고 미국국립광학천문대는 칠레에 구경 6.5m의 광시야 망원경 LSST를 준공해 NEO 탐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 박사는 “중형급 광시야 망원경을 이용하면 수백m급 NEO의 상당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NEO로부터 우리 문명을 지켜낼 방안을 마련할 뿐 아니라 센타우르 같은 태양계 소천체의 탄생과 진화에 얽힌 비밀도 밝혀낼 수 있으리라.
천문학, 책으로 말하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는 아태이론물리센터와 함께 3월 중순부터 중소도시 도서관에서 책 1권을 주제로 저자와 대화하는 행사 ‘천문학, 책으로 말하다’를 개최한다. 시간과 장소는 www.astronomy2009.kr 참조.
병실에서 마음의 별을 찾다
강연, 천체사진전, 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연계해 병원 환자들에게 위안과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3월 중순 대전 을지병원에서 첫 행사를 갖는다.
지구의 밤(The World At Night)
전 세계 천체사진가들의 작품 40점을 엄선한 천체사진 전시회. 3월 1일~22일 서울 청계창작스튜디오 갤러리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