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1_파마 종류가 왜 이렇게 많아?
세팅 파마, 디지털 파마, 텍스처 파마, 샤기 파마, 볼륨 매직 스트레이트….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도 한참을 고민한다. 요즘 파마는 컬의 모양만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파마는 시간이 짧게 걸리고 어떤 파마는 기계를 쓰기도 한다. 게다가 같은 파마라도 쓰는 약이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니 꼼꼼히 따지지 않고서는 어떤 파마가 나에게 적합한지 알 수 없다. 정말 파마 한 번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파마는 이것저것 종류가 많아 보여도 크게 열(熱) 파마와 일반 파마 두 가지로 나뉜다. 매직 스트레이트나 세팅 파마는 대표적인 열 파마이고, 텍스처 파마나 샤기 파마는 일반 파마에 속한다. 디지털 파마는 열 파마로 보기도 하고 일반 파마로 보기도 한다.
모든 파마는 기본적으로 산화 환원 반응이다. 환원제(1제)가 머리카락의 주성분인 케라틴 단백질에 수소를 공급해 아미노산의 시스틴결합(황화결합)을 깨트리면, 단백질 구조가 느슨해지면서 머리카락이 유연해진다. 이때 원하는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구부린 뒤 산화제(2제)를 사용해 환원제가 공급했던 수소를 빼앗으면 다시 시스틴결합이 생기면서 머리카락이 단단해진다.
열 파마는 일반 파마와 달리 좀 더 강력한 환원제를 사용한다. 일반 환원제가 시스틴결합을 30% 정도 깨트린다면 열 파마의 환원제는 50%를 깰 수 있다. 또한 열 파마는 이렇게 느슨해진 단백질 분자에 고온의 열을 가해, 분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기들끼리 새로운 수소결합을 하도록 유도한다. 한국모발과학학술협회 황인덕 이사는 열 파마의 원리를 “산화과정에 열을 가해 더 단단한 결합을 만드는 것”이라 설명했다.
열 파마는 일반 파마가 낼 수 없는 풍성하고 단단한 컬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게다가 한 번 하고 나면 파마가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열 파마는 다른 파마에 비해 머리카락을 훨씬 심하게 손상시킨다. 60~210℃의 고열을 머리카락에 가하면 단백질 분자가 변형돼 수분을 흡착하는 능력을 잃고 바싹 말라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열 파마는 머리카락이 이미 손상돼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대안으로 등장한 디지털 파마는 열을 가하는 시간이 짧고 머리카락 재질에 따라 열의 온도를 맞출 수 있어서 머릿결의 손상이 적다.
[구준표 : 세팅 파마-굵고 탄력 있는 컬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열 파마.
소이정 : 일반 파마-가벼운 볼륨감과 텍스처 느낌(질감)을 주는 일반 파마. 남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이다.
윤지후 : 염색-매니큐어와는 달리 머리를 감아도 색이 빠지지 않는다.
김준 : 일반 스트레이트-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생머리를 연출하는 일반 스트레이트파마.
금잔디 : 볼륨 매직 스트레이트-깔끔하고 찰랑찰랑한 생머리를 연출하는 열 파마. 일반 매직 스트레이트보다는 볼륨감을 살렸다.]
자료:박승철 미용실
궁금증2_손상된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준다?
살갗이 튼 얼굴에 로션을 바르듯, 푸석푸석하게 손상된 머리카락에도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원리는 바로 이온결합. 머리카락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가운데는 라이신처럼 양이온성 아미노기를 갖는 종류도 있고, 아스파라긴산처럼 음이온성 카르복실기를 갖는 종류도 있다. 건강한 머리카락은 양이온과 음이온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 약한 산성상태(pH 5.5)를 유지하지만 손상된 머리카락은 단백질의 아미노기가 떨어져 나가 전체적으로 음이온의 성질을 띤다.
트리트먼트(머리카락에 영양과 수분을 주는 머리 손질법)에 사용되는 영양성분은 물에 녹아 양이온을 내기 때문에 손상된 머리카락의 음이온과 이온결합을 한다. 4급염이라 불리는 이러한 영양성분은 한쪽은 알킬기, 반대쪽은 아미노기로 이뤄졌다. 양이온 성질을 띠는 아미노기가 머리카락 표면에 붙으면(이온결합) 지방성분인 알킬기가 함께 남아서 머리카락을 매끄럽게 만든다.
매니큐어(색과 윤기가 나도록 머리카락을 ‘화장’하는 일)를 하는 원리도 유사하다. 아황산나트륨을 포함한 염료가 물에 녹으면 나트륨이온(Na+)이 떨어져 나가 음이온(-SO3-)이 발생하므로 머리카락의 양이온 부분과 이온결합 할 수 있다. 매니큐어는 머리카락의 pH가 산성일수록(양이온이 많을수록) 잘 된다.
이온결합은 pH변화에 약하다. 산성비를 맞거나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이온들이 발생해 머리카락의 pH가 변한다. 발생한 이온들은 기존 머리카락 단백질에 붙어 있는 영양물질이나 염료 이온을 떼어 내고 그 자리에 대신 붙는다. 이것이 7~8회 반복되면 트리트먼트나 매니큐어의 효과는 사라져 버린다. 요즘 매니큐어 방식은 염료가 흡착된 머리카락에 실리콘 막을 씌워 머리카락이 되도록 물과 직접 닿지 않게끔 개선됐지만 그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다.
염색은 머리카락 속에 염료를 넣기 때문에 효과가 영구적이지만, 염료가 색을 낼 수 있도록 과산화수소로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의 단백질도 함께 산화돼 머릿결이 상한다.
궁금증3_파마하고 머리 감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파마 하고 하루에서 이틀 머리를 감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저 파마약이 머리카락에 잔류하면서 컬의 모양을 고정시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파마 뒤 머리를 감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머리카락에 남아 있는 알칼리성 물질 때문이다. 파마약(1제)에 들어 있는 알칼리성 물질(암모니아)은 머리카락 단백질을 팽창시켜 환원제가 침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암모니아는 수산화이온(OH-)을 발생시켜 머리카락 내부 결합의 약 30%를 이루고 있는 이온결합을 깨트린다. 하지만 이 물질이 파마가 끝난 뒤에도 남아 있으면 문제가 된다. 알칼리성 물질은 건조한 상태에서는 특별한 작용을 하지 않지만 물이 닿으면 다시 OH-이온을 내면서 이온결합을 깨뜨리고 머리카락 컬의 모양을 흐트러트린다.
따라서 파마가 끝난 뒤에는 남아 있는 알칼리성 물질이 모두 날아갈 때까지 가급적 머리를 감지 말아야 한다. 또한 비오는 날에는 공기 중에 수분이 많으므로 되도록 파마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황인덕 이사는 “알칼리성 물질을 중화하는 별도의 과정을 거친다면 파마 뒤 머리를 감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