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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하게 갈라지는 목소리도 매력으로 다가오는 개성시대.
하지만 쉰 목소리는 ‘개성’이 아니라 질환에서 생긴 ‘괴성’이라는데, 괴성을 개성으로 만드는 목소리 성형의 비밀을 파헤쳐보자.

탤런트 송승헌 씨를 닮았다는 말을 듣는 K씨(22)는 오늘도 소개팅을 나갔다가 퇴짜를 맞았다. K씨는 사진으로는 ‘인기짱’이지만, 거칠고 탁한 목소리 때문에 말을 하는 순간 ‘왕비호’로 전락한다. 결국 K씨는 목소리 성형수술을 결심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P씨(25)는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여러 차례 힘든 수술 끝에 여자로 다시 태어난 P씨는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지만 걸걸한 목소리가 고민이었다.
P씨는 성전환 음성 성형을 받고 ‘진정한’ 여성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만 목소리 자체를 고민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의 저서 ‘메시지의 전달 요소’에 따르면 면접이나 소개팅 같은 첫 만남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목소리’다.

메라비언 박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소리가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한다는 의견이 38%인 것에 비해 표정과 태도는 각각 35%와 20%, 대화 내용은 겨우 8%를 차지했다. 특히 전화에서는 목소리의 중요도가 82%까지 올라간다. 남들에게 호감을 얻으려면 거울을 들여다보는 횟수 이상으로 목소리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쌍꺼풀, 콧대, 턱선을 성형하는 미용 성형을 넘어 최근에는 목소리 성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쉰 목소리가 질환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목소리 건강을 위해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다. 탁한 목소리가 콤플렉스인 사람이나 성전환수술 뒤 외모와 정반대인 목소리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은 목소리 성형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목소리 성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 암이 전이돼 성대 신경을 잘라 목소리를 잃었던 테너 배재철 씨는 성대 복원 수술을 받고 무대에 다시 섰다. 또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이었던 가수 백지영 씨는 성대결절을 없앤 뒤 ‘loving you’란 곡의 고음을 부를 정도로 목소리가 맑아지고 높아졌다.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거나 목소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목소리 성형시대’가 열린 것일까.

성대 모양을 바꾸는 ‘목소리 성형’
목소리를 어떻게 수술한다는 말일까. 목소리 성형은 ‘성대의 모양’을 바꾸는 수술을 말한다. 하지만 목소리 성형은 아무 문제없는 목소리를 본인이 원하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음성클리닉 김영모 교수는 “목소리 성형은 사고나 질환으로 성대에 문제가 생겼거나 자기 성별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정상적인 목소리를 찾아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트렌스젠더나 호르몬 작용 이상으로 다른 성별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성전환 음성 성형’으로 외모에 맞는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성대가 길고 두껍기 때문에 여성보다 굵고 낮은 목소리를 낸다. 마치 길고 두꺼운 플루트가 짧고 얇은 피콜로보다 음역대가 한 옥타브 낮은 원리와 같다. 따라서 남성은 성대를 잘라 짧고 가늘게 바꾸면 톤이 높은 여성 목소리가 나오고, 반대로 여성은 성대근육에 보형물을 주입해 성대를 굵게 하면 남성처럼 낮고 굵은 목소리가 나온다.

성대질환으로 목소리가 거칠게 나는 경우에도 목소리를 성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성대에 상처가 주름같이 패인 성대구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는데 자가 지방이나 콜라겐을 주입해 주름을 메울 수 있다. 그 밖에 교통사고로 성대가 찢어지거나 마비가 된 경우, 성대 노화로 성대 근육이 약해진 경우에도 성형으로 목소리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평소 성대가 건강하던 사람도 노래방에서 무리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후두염에 걸리면 성대질환이 생길 수 있다. 목소리가 쉬는 원인으로 가장 흔한 질환이 ‘성대결절’이다. 성대결절은 성대에 굳은살이 생기는 질환으로 말할 때 성대가 제대로 닫히지 않아 탁한 목소리가 나온다.

수술로 굳은살을 제거하면 성대가 자유롭게 열리고 닫혀 깨끗한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 성대결절이 생기면 목소리는 탁해져도 결절 자체에 통증이 없기 때문에 가볍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차적으로 다른 성대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목소리 운동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찾자!
아름다운 목소리란 자신의 발성 기관에서 가장 편안하고 풍부하게 나오는 소리다. 하지만 목소리 질이 나쁘다고 모두 수술할 필요는 없다. 질이 나쁜 목소리는 특별한 성대질환이 없이 잘못된 발성 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자신에게 알맞은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는 ‘발성 훈련’이 필요하다. 심각한 성대질환이나 성전환으로 목소리 성형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발성 훈련’으로 자기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어려서부터 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자기 목소리가 특이할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선천적인 성대질환이 있거나 습관적으로 잘못된 발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잘못된 발성 습관으로 목소리가 쉰 사람은 별다른 통증이 없어 심각하게 느끼지 않지만 그냥 놔두면 성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성 습관을 교정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기 목소리’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기가 낼 수 있는 최저음에서 1~2도 정도 높은 음이 ‘자기 목소리’로 말하기도 편하고 듣기에도 부담이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낼 수 있는 목소리 높낮이 범위는 남성이 100~150Hz, 여성이 200~250Hz다. 100Hz는 성대가 1초에 100번 진동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최저음이 ‘라(100Hz)’음인 사람은 ‘시’ (123Hz)나 ‘도’(132Hz) 높이에서 말하기가 편하고, 듣는 사람에게도 깨끗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로 들린다.

잘못된 발성 습관을 지닌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등이 굽어있고 턱이 앞으로 나온 나쁜 자세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쁜 자세는 잘못된 호흡 방법을 유도해 말의 속도나 음량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김 교수는 “건강한 목소리는 바른 자세에서 나온다”며 “어깨와 가슴을 펴고 턱을 내린 바른 자세에서 복식호흡으로 발성 훈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식호흡을 하면 숨을 깊이 쉬는 편안한 자세가 되기 때문이다.

발성 훈련은 자기 목소리에 익숙해지는 연습으로,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는 2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처음부터 목에 힘을 줘 크게 소리를 지르면 안 되고, 소리를 배에서부터 서서히 끌어올려 머릿속에서 공명시켜 내보낸다는 느낌으로 연습한다.

헬스를 하면 근육이 단단해지고 몸이 건강해지듯이 발성 훈련을 하면 성대 근육이 단련되기 때문에 목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꾸준한 운동이 지방흡입술보다 다이어트에 더 탁월한 효과를 주듯이 목소리도 꾸준한 운동으로 예쁘게 만들 수 있다”며 “인위적인 수술보다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편제’ 명창은 성대결절?
영화 ‘서편제’에서 명창이 꿈인 여주인공은 ‘피나는 노력’ 끝에 득음을 한다. 실제로 명창들은 득음을 위해 일부러 ‘목을 버린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명창들을 ‘성대결절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일반 성대결절은 굳은살 모양이 제멋대로 잡히기 때문에 성대가 닫히지 않고 틈이 생겨 바람 새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득음한 사람은 성대 한 쪽엔 굳은살이, 반대쪽엔 모양이 똑같은 홈이 생긴다. 즉 명창은 굳은살과 홈이 퍼즐처럼 정확하게 맞아 성대가 완전히 닫히기 때문에 목이 쉬더라도 청명한 소리가 난다.

의학용어로 ‘볼과 소켓’이라고 하는 이 굳은살은 걸쭉하고 탁한 목소리와 강하고 청명한 고음을 내는 ‘득음의 결정체’다. 명창들은 굳은살로 단련된 성대 덕분에 몇 시간동안 판소리를 해도 목이 아프지 않으며 오히려 목이 트이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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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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