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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가 부족한 여학생은 키가 작고 비만인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길대 리처드 크레머 박사팀은 지난해 11월 4일 ‘임상내분비 및 대사학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타민D 결핍이 젊은 여성의 성장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햇빛이 부족한 겨울철, 비타민D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삼한사온(三寒四溫).


한겨울 매서운 추위가 지나가고 날이 풀리면 삼삼오오 모여 벽을 등지고 따뜻한 햇빛을 쬐며 담소를 나누곤 한다.


“너희들 거기서 뭐하니?”


“응. 광합성.”


“니들이 식물이냐, 광합성을 하게?”


물론 엽록소가 없는 사람들이 빛을 쬔다고 포도당을 합성할 수는 없지만 사실 이때 광합성, 즉 햇빛을 이용해 뭔가를 만들기는 한다. 그것도 겨울철에는 부족하기 쉬운 아주 중요한 물질이다. 바로 비타민D. 두꺼운 옷을 입어 얼굴과 손 정도만 빛이 직접 닿지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양도 무시할 수 없다.

비타민의 ‘에이스’(ACE)로 불리는 비타민A와 비타민C, 비타민E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한 비타민D. 그런데 최근 비타민D가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게다가 현대인들이 정적인 생활패턴으로 갈수록 비타민D가 부족해져 이로 인한 질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뼈를 튼튼하게 하고 부족할 경우 구루병을 일으킨다’는 정도로 알고 있는 비타민D의 숨겨진 모습을 들여다보자.



엄밀히 말하면 비타민이 아니라 호르몬


 

비타민이란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스스로 만들 수 없어 음식물로 섭취해야 하는 생리활성물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비타민D 역시 처음 발견된 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뒤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온 몸을 덮고 있는 인체 최대의 기관인 피부가 바로 비타민D 제조공장이다. 그럼에도 이 물질은 여전히 비타민D로 불린다. 한 번 정해진 이름은 바뀌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롭다고만 생각하는 콜레스테롤은 사실 유용한 생체물질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지나치게 많을 경우 문제가 될 뿐이다. 비타민D 합성 역시 콜레스테롤의 대사산물인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에서 출발한다. 피부에서 비타민D가 만들어지는 곳은 표피에 있는 각질형성세포다. 이때 꼭 필요한 게 햇빛에 들어있는 자외선B(UVB).

햇빛은 파장이 380~750nm(나노미터, 1nm=10-9m)인 가시광선이 대부분이지만 750nm보다 긴 적외선과 380nm보다 짧은 자외선도 포함돼 있다. 자외선은 파장별로 자외선A(320~380nm), 자외선B(280~320nm), 자외선C(100~280nm)로 세분된다. 형광등 같이 자외선B가 없는 인공 빛은 쬐여봤자 비타민D를 만들 수 없다.

자외선B는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 분자의 스테로이드 고리를 끊어 프리-비타민D3로 바꾸고 이 분자는 체온의 열기로 다시 비타민D3(이하 D3)로 바뀌는데 D3는 아직 생리활성이 없다. 혈액을 타고 간에 도달한 D3는 효소의 작용으로 25-하이드록시비타민D(이하 25D)로 바뀌는데 25D 역시 활성이 없다. 다시 혈액을 타고 도는 25D는 신장에서 활성이 있는 1,25-디하이드록시비타민D(이하 1,25D)로 바뀌어야 비로소 활성을 띤다.

 


겨울엔 비타민제 섭취 권장


북위 30~40°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햇빛 양의 차이가 크다. 낮이 짧고 햇빛이 약한 겨울철은 피부가 비타민D를 만드는데 필요한 빛을 충분히 얻기 어렵다. 날이 추워 대부분 실내에서 지내는데다 외출해서도 빛이 통하지 않는 두터운 옷감으로 온 몸을 덮고 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피부노화’를 막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그나마 노출이 된 얼굴에도 자외선차단제가 들어있는 화장품을 발라 자외선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결국 이렇게 철통방어를 하게 되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D 대부분을 음식물을 통해서 얻을 수밖에 없게 된다. 말 그대로 ‘비타민’이 되는 셈.

안타깝게도 다른 비타민류와 달리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은 흔치 않다. 가장 고농도로 들어있는 음식은 간유로 한 찻술(15ml)에 1360 IU 나 들어있다. 하지만 간유는 우리 요리에 쓰이지 않을뿐더러, 설사 구한다 하더라도 한 숟가락 먹기가 꽤나 고역이라고 한다. 비타민D는 해산물에 풍부한데 청어 85g에 1383IU, 연어 85g에 360IU, 참치 85g에 200IU가 들어있다. 달걀에는 20IU 정도 들어 있다.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비타민D 권장섭취량은 남녀 모두 하루 200IU. 임신이나 수유를 할 경우는 두 배인 400IU로 정해져 있다. 한편 나이가 듦에 따라 피부에서 D3를 만드는 효율이나 간에서 D3를 25D로 바꿔주는 효소와 신장에서 25D를 1,25D로 바꾸는 효소의 활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권장섭취량보다 더 많은 비타민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음식과 골밀도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연숙 교수는 “음식으로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기는 어렵다”며 “한여름 해수욕장에 있을 때가 아니라면 햇빛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의대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우유나 과자에 비타민D가 보강돼 있다”며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햇빛이 약한 겨울엔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D 다룬 논문 급증


비타민D는 장이 음식에 들어 있는 칼슘을 흡수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무리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도 비타민D가 부족하다면 별 소용이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 뼈엉성증(골다공증) 환자가 급증하는 배경에도 비타민D 결핍이 한몫한다. 요즘 정형외과에는 빙판길에서 넘어져 뼈가 부러진 환자들이 많은데 겨울에는 비타민D 결핍이 심해져 뼈가 더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타민D는 어떻게 작용해 이런 효과를 낼까.

신장에서 만들어진 활성화된 비타민D(1,25D)는 비타민D결합단백질(VDBP)이라는 운반체에 실려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돈다. 그러다 장이나 뼈에 있는 세포에 들어가 세포핵에 있는 비타민D수용체(VDR)에 결합하면 칼슘을 운반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그 결과 세포는 음식물의 칼슘을 흡수하거나 주변의 칼슘을 뼈 안으로 끌어들인다.



 

흥미롭게도 비타민D수용체는 장이나 뼈 뿐 아니라 뇌, 심장, 피부, 전립선, 유방 등 신체기관 대부분에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타민D의 영향을 받는 유전자가 1000여개에 이른다. 골밀도 유지는 비타민D가 하는 일의 한 가지일 뿐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실제로 비타민D가 뼈 건강을 유지하는 일 뿐 아니라 암이나 당뇨병 같은 다양한 질병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최근 매일 한편씩 비타민D 논문이 나올 정도로 관련 연구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같이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는 한 나라 안에서도 뉴욕 같은 북동부와 로스엔젤레스 같은 남서부가 위도와 날씨 차이로 연중 햇빛의 양에 큰 차이가 난다. 그런데 대장암이나 유방암의 발병률이 햇빛의 양과 반비례해 남서부는 북동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나타났다. 같은 인종일 경우 저위도에 살 때 만드는 비타민D 양이 고위도의 3.4~4.8배에 이른다.

비타민D가 암을 억제하는 이유는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암세포에도 비타민D수용체가 있기 때문에 암세포로 침투한 비타민D가 암세포의 성장과 분화, 사멸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의 발현패턴을 변화시킨다. 하루 비타민D섭취량이 1000IU 늘 때마다 대장암 발생률이 50%, 유방암과 난소암은 30%가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캐나다암학회는 자국의 성인들에게 햇빛이 부족한 가을과 겨울철엔 매일 1000IU의 비타민D 보조제를 섭취하라고 권장수치를 대폭 높였다.

 


자외선, 그렇게 두려운 존재인가


피부가 비타민D를 만드는데 자외선이 필요하다지만 사실 자외선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우리의 경우 백인들처럼 피부암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는 않지만 ‘외모’를 중시하는 요즘 세태에 피부노화의 주범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외선의 유해함은 특히 자외선 차단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과장한 측면이 많다. 비타민D와 골밀도의 관계를 연구해온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연숙 교수는 “햇볕이 약한 겨울에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건 넌센스”라고 말했다.

비타민D가 몸에서 만들어지는 메커니즘과 그 역할에 대한 중요한 발견을 해온 미국 보스턴대 마이클 홀릭 박사는 2004년 펴낸 책 ‘자외선의 이점’(The UV Advantage)에서 “햇빛을 적절히 쬐는 건 건강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자외선차단지수(SPF)가 8인 약한 자외선차단제도 인체가 비타민D를 만드는 능력의 95%를 무력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자외선은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연세원주의대 피부과 최응호 교수팀은 저용량의 자외선B가 표피의 비타민D 시스템을 활성화시켜서 지질합성과 항균펩티드의 발현을 증가시켜 피부장벽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미국피부연구학회지’에 보고했다. 최 교수는 “이는 피부장벽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고 피부감염에 취약한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왜 자외선B의 조사가 증상을 호전시키는 지를 설명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겨울철엔 어떻게 햇빛을 쬐면 좋을까? 아주 추운 날이 아니라면 볕이 드는 거실에서 셔츠와 바지를 걷고 햇빛을 충분히 쬐는게 좋다. 이때 창을 열어 빛을 직접 받아야 한다. 유리창은 가시광선 대부분을 통과시키지만 자외선B는 90% 이상 차단하기 때문이다. 비타민D(25D)의 반감기(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는 20~29일이나 되므로 주말에 한번이라도 햇빛을 충분이 쬐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실내생활 증가와 자외선 공포로 진짜 비타민이 돼버린 비타민D에게 이제는 호르몬의 지위를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IU


약학 분야에서 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국제단위’(International Unit)로 비타민D의 경우 0.025㎍이 1IU다. 우리나라의 비타민D 1일 권장섭취량은 200IU로 5㎍에 해당한다.

“미국 같은 경우 우유나 과자에 비타민D가 보강돼 있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햇빛이 약한 겨울엔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


-연세대 의대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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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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