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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인구 500만 명, 전체 가구의 약 15%는 애완견과 함께 살고 있고 불황에도 애견용품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그야말로 견공(犬公) 의 ‘전성시대’다.


하지만 저 멀리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들처럼 사람과 개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다는데….
우리집 개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3매주 일요일 SBS에서 방영하는 ‘TV 동물농장-新개과천선’에는 ‘천방지축’ 제멋대로인 애완견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도저히 손 쓸 방법이 없는 말썽쟁이 ‘문제견’도 ‘그분’(이삭 애완견 훈련소 이웅종 소장)만 나타나면 며칠 만에 전혀 다른 개가 된다. 말도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역지사지’(易地思之), 개를 이해하는 첫 걸음


수원에 사는 윤 모씨의 페키니즈 ‘투투’는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짖는다. 윤 씨가 아무리 조용히 하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투투는 낑낑거리며 바짓가랑이를 물어 당기고 윤 씨의 손에 머리를 들이밀며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 윤 씨는 투투 때문에 전화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투투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이 소장은 “애완견이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주인에게 있다”며 “개의 이상행동을 고치려면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투투가 어렸을 때 비슷한 상황에서 주인 윤 씨가 투투의 행동을 귀엽다고 생각해 칭찬했거나 그냥 놔뒀기 때문이다. 즉 투투는 ‘벨이 울릴 때 짖거나 애교를 부리면 주인이 좋아한다’는 식으로 이해했고 이런 경험이 습관이 된 것이다. 개는 주어진 상황에서 주인의 반응과 음성의 높이 등을 종합해 경험적으로 말을 이해한다. 만약 투투의 경우처럼 같은 상황에서 주인의 반응이 달라지면 개는 혼란을 일으킨다.

개의 행동발달 단계는 신생기(태어난 직후~2주), 이행기(2~3주), 사회화기(3~12주), 유년기(12주~6개월)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회화기에 성격이 대부분 결정된다.

 



서울대 수의학과 신남식 교수는 “개도 사회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 시기에 개가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시기에 전화벨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는 개는 전화벨이 울린 뒤 주인이 말하면 그 말을 자신에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습관을 고치려면 집에 전화를 건 뒤 개가 짖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칭찬하고 간식을 주는 훈련을 반복하면 된다. 사회화기를 이용하면 ‘철천지 원수’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좋지 않다. 작은 야생동물을 사냥하던 습성이 개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화기에 친해진 개와 고양이는 커서도 서로를 경계하는 습성이 줄어든다.

개의 품종에 따라서 훈련을 받아들이거나 문제행동을 고치는데 차이가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스텐리 코렌 교수가 개 78종의 IQ를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똑똑한 종은 목장에서 양떼를 몰고 다니는 ‘보더 콜리’다.

보더 콜리는 새로운 명령을 내리더라도 5번 안에 주인의 말을 알아들었고 주어진 명령에 95%이상 복종했다. 반면 IQ가 가장 낮은 종으로 평가된 ‘아프간하운드’는 새로운 명령을 이해하려면 80~100번 이상 같은 명령을 반복해야 했고 주어진 명령에 복종하는 비율도 25% 미만이었다.

그러나 IQ가 낮게 평가됐다고 해서 꼭 말을 안 듣는 것은 아니다. 사단법인 한국애견협회 박애경 사무총장은 “개는 품종이나 처한 상황마다 복종성에 차이가 있다”며 “사냥개인 아프간하운드가 사냥터가 아닌 곳에서 복종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산책하는 모습에 서열이 보인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이 모씨의 미니핀 ‘루루’는 문을 열자마자 뛰어 나간다. 루루는 언제나 산책만 나가면 제멋대로 행동한다. 아무리 불러도 쳐다보지 않고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줄을 끌어당기는 루루 때문에 산책만 나갔다 오면 이 씨는 진땀이 난다.

이런 행동은 주인이 개보다 서열이 낮을 때 발생한다. 사자나 호랑이, 원숭이가 무리에서 서열을 정하듯이 개 또한 본능적으로 서열을 정한다. 서열을 정하는 습성은 개의 조상인 늑대로부터 왔다.

늑대는 서열이 무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크다. 1986년 ‘동물 형태학’ 저널에 실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로버트 웨인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와 늑대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1%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절반씩 물려받는 세포 핵 속의 DNA와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두 모계에서 물려받기 때문에 개와 늑대가 조상이 같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웨인 교수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개와 늑대가 약 10만 년 전에 분리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늑대 무리에서 리더는 번식할 수 있는 권리를 독차지하고 먹이도 반드시 서열 순서대로 먹는다. 하지만 외부에서 공격을 받을 땐 집단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는 역할도 한다. 서열을 정하는 습성은 개에게 일부 그대로 남아 있어 사람과 같이 사는 개는 본능적으로 가족 구성원 사이에 서열을 정한다. 예를 들어 개는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여기는 사람(아버지)이나 낯선 사람이 무리 중에서 리더라고 생각하는 딸(개가 생각하는 주인)에게 가까이 가거나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면 으르렁거리거나 물기도 한다.

주인과 개의 서열관계는 산책할 때도 잘 나타난다. 주인보다 앞 서 걷는 개는 서열에 혼란이 생겨 자신이 우두머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산책할 때 주인 옆에 붙어서 걷는 개들은 주인이 자신의 서열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인의 통제에 잘 따르고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

주인보다 심하게 뒤처져 걷는 개는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짖고 만지려고 하면 물기도 한다. 이웅종 소장은 “주인보다 뒤처져 걷는 개는 성격이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아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짖거나 심할 경우 사람을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개 사이의 통역기, 목줄과 견인줄


개의 이상행동을 바로잡을 때 가장 좋은 도구는 목줄과 견인줄이다. 견인줄은 산책할 때 개 목에 채우는 목줄과 연결된 줄인데, 목줄과 견인줄은 주인과 개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이 된다. 이 소장은 “개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안돼’라고 말하며 가볍게 견인줄을 당기면 개의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목줄 대신 ‘하네스’라고 부르는 어깨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들이 목줄을 채우면 개가 답답해하거나 통증을 느낄 것 같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어깨끈은 개가 주인의 명령에 따라 통제가 될 때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깨끈은 개의 행동에 자유를 부여하기 때문에 경찰견에게 짖는 교육을 시킬 때나 특정 물건을 무는 교육을 시킬 때, 발자국을 따라가는 추적 훈련을 시킬 때 사용한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나 썰매견도 어깨끈을 사용해 훈련한다.



개의 행동을 제재할 때 목줄을 사용하는 이유는 적은 힘으로도 개를 쉽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훈련할 때 사용하는 목줄인 ‘초크 체인’은 개의 목을 죄어 숨쉬기 어렵게 해 고통을 준다. 개는 싸울 때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습성이 있어 목에 위협이 가해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목줄은 훈련할 때 개의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목줄을 사용하면 주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의 시선을 유도하기 때문에 훈련 효과가 높다.

개를 훈련시킬 때 가장 효과적인 시기는 언제일까. 사회화기가 지난 뒤인 생후 5개월에서 1년 정도일 때 훈련하는 편이 효과가 높다. 일반적으로 개들은 이 시기에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왕성하고 관찰력이 높아 더 빨리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이보다 빠른 사회화기에는 아직 사물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훈련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비견이나 맹인안내견, 마약탐지견처럼 훈련 목적이 뚜렷한 개의 경우 사물에 대한 인지능력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생긴 생후 1년 뒤에 훈련을 시작한다.



살아있는 야성, 영역 표시


개는 배설물과 항문낭액의 냄새를 이용해 영역을 표시한다. 배변 훈련을 받은 개도 때때로 화장실이 아닌 집안 이곳저곳에 소변을 묻히거나 엉덩이를 문지르고 다닌다. 이런 행동은 개가 야생에서 살 때 자신의 영역을 표기하기 위해서 생긴 습성이 아직까지 남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컷보다는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강한 수컷이 더 영역 표시를 자주한다. 항문낭액은 항문과 괄약근 사이에 있는 항문낭에서 분비되며 악취가 나는 인톨, 스카톨, 황화수소 같은 성분이 있다.

 


서열 관계를 바로잡으려면?

개는 본능적으로 서열을 정하지만 서열이 정해지면 우두머리에게 복종하는 습성도 있다. 그래서 서열을 바로잡으면 개의 문제 행동 중 많은 부분을 고칠 수 있다. 우선 밥상이나 식탁에서 개와 같이 밥을 먹거나 잠자리를 같이 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신 교수는 “반드시 주인이 음식을 먹은 뒤 개에게 먹이를 주고 게임을 할 때도 주인이 개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산책을 하면서 목줄을 끌어도 개가 오지 않으려고 버틸 경우에도 주인이 개 옆으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이리와’라고 말하며 가볍게 목줄을 당겨 개가 주인 곁으로 오도록 훈련시키면 서열을 바로잡을 수 있다.

 


‘상근이 아빠’ 이웅종 소장의 개와 함께 사는 법


KBS ‘1박 2일’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상근이’(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의 실제 주인은 바로 이웅종 소장이다. 몸무게가 성인 여성과 맞먹는 48kg인 상근이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지만 사람을 잘 따르고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 이 소장은 “상근이가 성격이 온순한 이유는 생후 7개월 뒤부터 약 6개월 동안 가정견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5살이 되는 상근이는 방송활동을 시작하기 전인 3살 때부터 ‘동물매개치료활동’도 다녔기 때문에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나 낯선 환경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동물매개치료활동은 장애우나 홀로 사는 노인,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동물과 어울리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심리치료 활동이다.

‘천방지축’ 문제견도 훈련만 받으면 상근이처럼 될 수 있을까. 이 소장은 “체계적인 훈련을 반복하면 개의 잘못된 행동을 대부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개가 사람의 말을 이해할 때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화기가 지나 습관이나 고집이 생긴 개는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군대생활을 하면서 사람의 말을 척척 알아듣는 군견에 매력을 느낀 뒤 애견 훈련사의 길을 시작했다는 이 소장은 올해로 애견 훈련만 20년을 한 베테랑이다. 이 소장은 공인 1급 훈련사로 ‘한국종합훈련경기대회’에서 최우수상 17회, 최우수 지도수상을 12회를 비롯해 국제 ‘인터내셔널 도그쇼’에서 최우수 핸들러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이 소장은 현재 천안 연암대 애완동물훈련학과 교수를 맡고 있으며 길거리에 버려져 돌아다니는 개들이 안타깝고 불쌍해 유기견 보호 및 발생 방지 캠페인도 벌인다.

이 소장은 “그저 개를 예뻐할 줄만 아는 주인 때문에 문제견이 생기고 문제견이 다시 유기견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형편이 어려워 키우던 개를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시끄럽게 짖거나 사람을 물고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기 때문에 개를 버리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 소장은 “처음부터 문제를 일으키는 개는 없다”며 “맹목적인 애정보다는 적절한 ‘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삭 애완견 훈련소장 이웅종
1997 애견훈련경기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수상
1999 인터내셔널 도그쇼
‘최우수 핸들러상’ 수상
2001 추계 애견훈련경기대회 최우수상 외 다수 수상
2004~현재 천안 연암대 애완동물훈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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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준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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