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첫 우주인 배출하다
광주과학고는 1984년에 ‘전남과학고’라는 이름으로 개교했다. 그 뒤 1990년에 광주과학고로 이름을 바꾸고 호남권 과학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광주과학고에서는 재학기간 동안 연구논문을 3편 작성해야 한다. 직접 주제를 선정해 탐구 활동을 하는 R&E와 과제연구 프로그램, 자연탐사 활동의 결과물이 이에 해당한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연구에 대한 책임감과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광주과기원, 전남대, 조선대, 광산업연구소 등이 이들의 열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군은 “R&E 주제로 ‘금속나노구조의 공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실험 결과를 두고 조원들과 의견 대립도 있었고 새벽까지 연구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같은 조를 이뤄 실험에 참여했던 노 양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학생들은 3년 전부터 시작된 자연탐사 활동으로 자연에 대한 친밀감을 키워가고 있다. 각 팀별로 지도교사와 전문가가 실험실습 과정을 지도한다. 정 군은 “수생 생물을 관찰해 분류하는 탐구 활동을 했다”면서 “약 35종의 물속 생물을 눈으로 직접 보니 참 신기했다”고 말했다.
광주과학고는 수학·과학 올림피아드나 과학전람회, See-KAIST,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회 등에 참가해 우수한 실적을 쌓아왔다. 또 매년 졸업생들이 국내외 명문대에 대거 합격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KAIST 28명, 포스텍 4명, 서울대 9명, 연세대 14명 등이 합격해 성과를 높였다. 이런 성과는 다양한 실험실, 전산실, 멀티미디어실, 소집단 학습실 등에서 우수한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질 높은 교육을 진행한 덕분이다.
김우종 교장은 “자연과학은 편하게 빨리빨리 이뤄지는 학문이 아니다”라며 “학생들에게 호시우행(虎視牛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즉 호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사물을 관찰하되 소처럼 긴 시간을 두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인터넷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길 교무부장 교사는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퇴근시간이 오후 9시를 넘기기 일쑤지만 그 과정에서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보통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나면 예상치 않은 성적에 패닉 상태에 빠지는 학생들이 많다”며 “교사들은 학습지도뿐 아니라 진로와 인생 상담까지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노 양은 “외동딸로 외로움을 많이 탔는데 기숙사 생활이 성격 함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에 ‘과학영재학교’를
광주과학고는 지난 10월 말 영재학교 전환 신청서를 냈다. 영재학교는 2003년 설립된 부산에 이어 지난 4월 서울과학고가 확정됐으며 올해 1~2곳이 추가 지정될 예정이다. 광주과학고는 2010년 광주과기원에 학사과정이 신설됨에 따라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11월 한달 동안 심사과정을 걸쳐 12월 중 전환 대상 학교가 최종 선정된다.
영재학교 전환과 별개로 광주과학고는 2010년 3월 광주과기원 인근으로 옮긴다. 이 부근에는 과학관, 생산기술연구원, 광주테크노파크, 광주디자인센터, 광주광산업진흥회 등 20여개 기관이 밀집해 과학기술 인프라의 집산지가 될 전망이다. 김우종 교장은 “과학고와 과기원 간의 연계교육이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며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입시는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의 교과성적이 3학년 2학기까지 반영된다. 특별전형 선발인원은 올림피아드 입상자 8명, 영재교육원 이수자 8명 등 16명 이내로 내신성적으로 전형한다. 일반전형은 1차 전형이 내신성적, 2차 전형은 기초탐구능력검사, 3차 전형은 심층면접으로 실시된다. 선발방법은 1차 전형과 2차 전형의 성적을 합산해 40명을 선발하고, 나머지 인원은 최종 3차 전형의 결과를 합산해 총 64명을 선발한다. 이강길 교무부장 교사는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내신성적의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라며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 문제 출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