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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에 꼬리 달거나 돌기 있는 이유

희귀종 하늘방귀버섯을 만나다

호기심을 안고 숲속으로 새로운 버섯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 늘 마음이 설렌다. 지난해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오대산의 전나무숲길에서 전에 보지 못한 뜻밖의 버섯을 만났다. 갈색 숲속에서 계절을 잊은 듯 푸른빛이 감도는 버섯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제법 긴 목을 자랑하는 방귀버섯속의 국내 미기록종인 하늘방귀버섯이었다. 버섯은 보통 광합성을 하지 않아 푸른빛을 띠지 않지만, 이 버섯은 특이하게도 푸른빛을 띤다.

방귀버섯은 성장하면 자실체(버섯) 표면이 별처럼 갈라져 영어이름이 ‘true earthstar’라고 붙었다. 초기에 자실체는 구형이나 계란형이고, 대가 없이 땅에서 자란다. 대부분 3개의 막으로 싸여 있으며, 거칠고 굵은 털이 난 겉껍질 막은 자라면 4가닥에서 12가닥까지 갈라져 별 모양을 이룬다. 구형인 속껍질 막은 일반적으로 백색, 크림색이지만 하늘방귀버섯처럼 특이하게 아름다운 회청색(잿빛을 띤 푸른색)을 띠기도 한다.

속껍질 막 내부에는 밀가루 같은 포자가 덩어리를 만들고, 윗부분에는 새 주둥이 모양의 입구에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며, 포자가 성숙하면 이 구멍에서 나온다. 국내에서 자라는 방귀버섯은 대부분 속껍질 막과 중간껍질 막 사이에 지지대가 없으나 오대산에서 만난 하늘방귀버섯은 긴 목 같은 지지대가 있다. 이 특징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희귀종으로 기록된 이유다.

하늘방귀버섯은 포자주머니를 모두 비워야만 생을 마감하는 복균류 버섯이다. 복균류는 어릴 때부터 성숙할 때까지 알 형태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데, 어린 시기부터 포자를 만들어 알(또는 주머니) 형태인 여러 겹의 막으로 싸고 있다. 복균류(Gasteromycetes)는 사람의 위(gastero)와 같은 형태라는 뜻을 지닌다.

화경버섯이나 뽕나무버섯은 포자를 날릴 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주름살에서 인광이 나오고, 땅에서 자라는 버섯은 포자를 날릴 때 대를 만들기도 한다. 이들과 달리 복균류는 포자를 스스로 퍼뜨릴 수 없어 바람이나 빗물의 힘을 빌린다. 하늘방귀버섯도 낙엽이 진 나무 사이로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을 기다린 듯하다.

복균류는 포자 생성 기관인 담자기를 지닌 담자균류에 속하나, 복균류의 담자기는 포자를 만들면 빨리 사라지는 형태로 진화해왔다. 수많은 작은 포자는 점액성 물질 속에 싸여 덩어리를 이룬다. 이 덕분에 복균류의 포자는 바람 또는 빗물에 실리거나 냄새를 풍겨 곤충 또는 동물에게 옮겨지기 쉽다.

자실체가 찻잔이나 새집, 또는 항아리나 알 모양인 복균류. 이들의 포자는 어떻게 퍼질까. 찻잔버섯은 포자가 대포알처럼 튕기는가 하면, 어린시기부터 성숙할 때까지 알 형태를 유지하는 어리알버섯은 포자에 꼬리가 있어 바람을 잘 탈 수 있거나 포자 표면에 돌기가 있어 사람이나 동물에 잘 들러붙을 수 있다.

초기에 알 형태이다가 윗부분이 터져 나와 말뚝 모양을 이루는 말뚝버섯은 포자를 만든 뒤 2시간 안에 대가 밖으로 솟아오른다. 포자 덩어리는 대 상단부에 있고 곤충이 좋아하는 냄새를 풍기는 게 특징이다.

황녹색 주머니 모양인 모래밭버섯은 잘라 보면 마치 모래알이 모여 있는 것처럼 포자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이들은 흙속에서 황색 뿌리 모양의 균사다발을 뻗어 소나무 뿌리와 공생한다. 즉 척박한 토양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나무에게 양분을 모아주거나 어린 소나무묘목이 성장할 때 양분을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자손을 퍼뜨리는 방법이 모양만큼이나 다양한 복균류. 척박한 땅에서 양분을 모아 나무에게 주고 양분이 부족하면 다른 생물종이 나타날 때까지 텃밭을 일구는 버섯. 이렇듯 버섯이 전하는 감동스토리 덕분에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의 버섯을 찾아 떠나는 길이 힘들지 않다.

편집자 주
‘별난 버섯 이야기’는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석순자 연구사 >
전남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식품·생명공학과에서 버섯분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여 년간 전국을 누비며 흰비단털버섯, 대추씨말똥버섯을 비롯한 200여 종의 신종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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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석순자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응용미생물학과 농업연구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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