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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단백질 구조 밝힌다

단백질 생명정보학 연구실

두통이 있거나 열이 날 때 먹는 아스피린은 1899년 독일의 바이엘사가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82년 영국 과학자 존 베인이 아스피린의 원리를 밝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아스피린이 어떻게 통증을 없애고 열을 내리는지 알려진 사실이 없었다. 대부분 새로운 약물은 연구자들이 실험을 반복하며 시행착오로 얻거나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은 신약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모델링으로 새로운 단백질 설계한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 뒤 모델링 방법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약물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졌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김동섭 교수가 이끄는 단백질 생명정보학 연구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고 약물의 독성이나 부작용을 알아낸다.

새로운 약물을 설계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아미노산을 배열해 만들 수 있는 모든 단백질을 직접 합성해 실험으로 기능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가령 아미노산 30개로 이뤄진 짧은 단백질을 만든다고 하자. 아미노산은 메티오닌, 루이신, 발린 등 20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아미노산으로 만들 수 있는 단백질은 모두 2030가지나 된다. 김 교수는 “이렇게 많은 단백질 기능을 모두 분석해 원하는 단백질을 찾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할까. 김 교수팀은 기존 단백질의 뼈대에 핵심 부위만 바꾸는 방식으로 새로운 단백질을 만든다. 핵심 부위를 찾기 위해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단백질의 구조와 아미노산 서열을 분석한다. 그 뒤 단백질이 원하는 기능을 가지려면 핵심 부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결정해 모델을 설계한다. 마지막으로 설계한 단백질을 실제로 만들어 기능을 확인한다.

연구팀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예를 들어 질병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발견됐다고 하자. 이 단백질을 제어하는 약물을 개발하려면 활성부위를 찾아 활성을 막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알아야 한다.

김 교수는 “구조를 모르는 단백질이라도 아미노산 서열만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단백질과 염기서열을 비교해서 가장 비슷한 구조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입력된 아미노산 서열과 비슷한 단백질을 찾은 뒤 두 단백질의 염기서열을 비교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다. 그 뒤 각 아미노산의 위치나 움직임 등을 분석하는 ‘분자동역학’ 같은 에너지 계산 과정을 거쳐 본래 단백질에 더 가까운 구조를 찾는다.

기존 단백질의 구조를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다르지만 한국어라는 근본은 같은 것처럼 아미노산 서열이 조금 달라도 단백질 전체 구조는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미노산 서열의 유사도가 30% 미만으로 낮은 경우에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연구팀은 최근 인공지능에 쓰이는 기계학습 방법을 활용해 염기서열의 구조를 예측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프로그래밍이나 모델링으로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다루는 만큼 연구팀에는 생물학, 생물정보학, 전산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이 모였다. 그러다 보니 학부 때 전산학을 전공한 일부 연구원은 일반생물학 이외에는 수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연구실 석사과정 정찬석 씨는 “학부에서 프로그래밍만 공부해 처음에는 생물학 지식이 부족해 고생했다”며 “1년 동안 혼자 생화학을 공부한 뒤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서로 다른 영역을 공부하며 힘든 점도 있지만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이 모였기 때문에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융복합 학문 시대를 이끌 연구원들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편집자 주
‘21세기 과학기술의 산실’은 이번 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21세기 과학기술의 산실’을 지켜봐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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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이준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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