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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원 교사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논술교육길라잡이’집필진에 참여하고 있다. 안재익 교사는 서울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마포고에서 공통과학과 물리 과목을 지도하고 있으며 통합교과 과학논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천재는 타고 나는 것인가 아니면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가? 어떤 문제에 대해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 봐도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뜻밖에 그 문제를 전혀 엉뚱한 영감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있는데, 꿈에서 본 뱀을 통해 벤젠 고리 가설을 추론한 프리드리히 케큘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학사를 보면 우연에 의한 발견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케큘레에서 보듯 과학사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는 자신에게 찾아 온 우연을 노력으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화려한 열매를 맺었다. 이번 호에서는 영감에 대해 생각해보고 영감을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하는 문제에 대해 짚어보자.

Q
다음 제시문을 참조해 자신이 에디슨이 됐다고 가정하고,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그 의도를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라.

(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토마스 에디슨의 명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흔히 이 명언을 천재적인 1% 아이디어보다는 99% 노력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명언의 속뜻에는 오히려 1%의 영감이 중요하다는 의미 또한 포함돼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에디슨은 1929년 2월 11일 자신의 82세 생일날에 후버 차기 대통령과 동석한 기자회견장에서 이 명언을 했다. 기자단은 에디슨에게 후버 신 정권의 경제와 군사 정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퍼부었다. 옆에 앉아 있는 차기 대통령의 코멘트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이것으로 인해 에디슨과 후버 모두 화가 나 있었고 에디슨은 대부분의 질문을 무시했다.

에디슨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 챈 한 기자가 “지금까지 한 발명 가운데 가장 멋진 영감의 결과는 어느 것이냐?”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에디슨은 “그것은 아기의 두뇌 속에서 천재성을 발견했던 일이다. 갓 태어난 두뇌만큼 천재성이 살기 좋은 장소는 없다. 그러니까 나이가 어릴수록 자기의 뇌에 살고 있는 천재성의 목소리에 솔직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어른이 된 뒤에 자신의 천재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 있으면 불가능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장소에 있던 기자들은 에디슨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영감만으로는 천재가 될 수 없고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해석해 기사화했다. 그래서 에디슨은 나중에 “발상의 원점인 천재성 즉 1%의 영감이 중요한데 모두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의 영감이 없다면 99%의 노력은 헛수고에 불과할 뿐이라는 뜻이다. 과연 1%의 영감과 99%의 노력 중 어느 것이 중요할까? 대부분의 사람에게 99%의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에디슨 같이 진짜 세계를 바꾸는 건 1%의 영감이 아닐까?
-http://cafe.naver.com/pcuspe/61227

(나) 화학자인 케쿨레는 1895년 벤젠 분자의 원자 배열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꿈에 벤젠의 원자들이 마치 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연결된 상태로 춤을 추다가 갑자기 머리를 돌려 자기 꼬리를 무는 광경을 보았다. 케쿨레는 이에 영감을 얻어 벤젠의 분자구조가 고리 모양으로 돼 있음을 밝혔다. 유기화합물의 성질, 화학작용, 제법을 고찰해 나가는 실험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여러 과학자의 꿈 활용 사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아이작 뉴턴은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의 해답을 자면서 얻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1869년에 발표한 논문에 실린 유명한 원소주기율표 전체를 꿈에서 완성했다.

● 노벨상 수상자인 오토 로위 또한 꿈을 통해 신경의 신호 전달이 화학물질로 이뤄진다는 이론을 완성했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꿈에서 자신이 씨름하는 문제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으면 그것을 기록하려고 침대 곁에 늘 펜과 노트를 두고 자는 습관이 있었다.

● 닐스 보어는 꿈에서 진기한 태양계의 모습을 보았다. 이후 태양계 모습을 본 딴 보어의 원자구조 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기초가 됐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과학지식이 우연하게 발견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발견이 결코 우연히 일어난 것만은 아니다. 한 연구를 끈질기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현상이 나타났고, 과학자는 이를 예리한 관찰과 탐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으로 태동시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저히 준비된 과정에서 발견이 이뤄진 것이다.
-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최경희 교수의 강연 일부

(다) 우연은 과학의 적으로 여겨진다. 인과의 고리에 맞는 인식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정밀함과 경험을 중시하는 과학에서는 흔히 우연의 결과를 통계학의 실수로 여기고 이를 관찰 대상에서 제외시켜버리곤 한다. 행운의 발견을 뜻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우연을 지식 획득과 관련시켜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다. 다양한 종류의 우연들이 과학의 발견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우연을 통해 새로운 인식에 도달한 연구자들의 공을 깎아 내리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특별한 재능이요, 업적으로 볼 수 있다. 방해가 되는 많은 우연 속에서 정보가 될 만한 어떤 것을 식별해 낼 수 있다면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견 없이 새로운 시각으로 결과에 접근하고 이미 인식된 사고의 방향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는 이를 ‘기회는 준비된 정신에게만 찾아온다’는 말로 표현했다.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게오르그 리히텐베르크는 “모든 발견은 그것이 결과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 멀리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우연에 속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성이 있는 사람들이 편지를 쓰듯 그냥 앉아서도 발견이나 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과학사의 유쾌한 반란’, 하인리히 친클 지음

(라) 단번에 법칙을 발견하는 능력이나 사고행동방법을 이를 때 행동심리학 용어로 세렌디피티라고 한다. 천재들은 예외 없이 세렌디피티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천재들이 가진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가 강한 집념으로 보통 사람의 몇 배나 노력했다는 점이다. 에디슨의 말처럼 모든 위대한 발견에 있어서 영감이 1%라면 기울인 노력은 99%에 이른다. 천재들은 늘 문제의식을 갖고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어 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례를 통해 볼 때 천재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첫째,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마치 사냥꾼처럼 우연한 사실을 찾아 방황한다. 둘째, 우연한 사실을 사냥하는 관찰력을 갖고 있다. 셋째, 우연한 사실에서 얻은 영감을 기록하고 이를 확고부동한 사실로 만들기 위해 법칙이나 기술을 확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실험하고 계산한다.
- ‘천재 과학자들의 유쾌한 발상’,
야마다 히로타카 지음

배경지식
케쿨레는 엉뚱한 뱀 꿈을 통해 벤젠 구조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케쿨레는 단지 꿈에 뱀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행운을 거머쥔 것이 아니다. 사실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구조는 여러 문화권의 신화에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꿈을 통해 영감을 얻게 한 힘은 끊임없이 벤젠의 구조에 대해 고민하던 케쿨레의 열정이다.

문제 해결이 막혀버린 상태에서 돌연히 떠오르는 1%의 영감은 99%의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번 논제에서는 99%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1%의 영감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에디슨의 입장에서 옹호하는 글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답안
사람들은 내가 남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말은 1%의 영감이 없다 하더라도 99%의 노력만 있으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영감은 비록 천재에게 있어 단 1%만을 구성하지만 그 1%가 매우 중요하다. ① 1%가 없으면 99%가 아닌 100%의 노력이 있어도 천재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천재에게 있어서 1%의 영감이 왜 중요할까? 천재들의 발견은 왜 대부분 우연으로 이뤄지는 걸까? ②천재들은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개척자이기 때문이다. 기존 사고의 틀 안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찾으려면 사고 자체를 확장시켜야 한다. ③하지만 일반적인 노력으로는 사고를 확장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케쿨레가 꿈에서 본 뱀과 벤젠고리가 그 예다.

하지만 이런 엉뚱한 발상(영감)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④평소에 사고의 틀을 깨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이런 능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고정관념이 머릿속을 뒤덮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능력이 나오기 어렵다. 아기의 두뇌 속에서 천재성을 발견했다는 것은 바로 이 뜻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는 학습이 전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머릿속에 고정관념이 박혀있지 않다. 이렇게 고정관념이 박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연구를 하면 반드시 연구에 대한 과정과 결과뿐 아니라 우연에 의해 나온 결과 또한 놓치지 않고 관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연에 의한 결과는 사고의 틀을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변의 현상에 대해 사고를 확장시키다 보면 누구나 놀라운 업적을 쌓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강원일(서울 마포고 3학년)

이 답안에서는 에디슨이 말한 1%의 영감이란 결국 사고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 즉, 토마스 쿤이 말한 패러다임을 깨는 자유로운 사고라는 점을 역설해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다만 1%의 영감이 중요하다는 말이 영감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노력의 중요성을 낮게 말한 것이지 노력 자체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님을 명확하게 했으면 더 좋은 답안이 됐으리라 봅니다.

①번은 강조를 거듭하는 표현으로 과학논술에서는 삭제해야 합니다.
②번에서 패러다임을 직접 언급했으면 더 나은 문장이 됐으리라 봅니다.
③번에서 ‘일반적인 노력’이라고 하면서 지나가기보다는 노력의 중요성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사실 에디슨이 강조한 영감도 대부분 자신이 찾는 결과에 대한 고도의 집중력, 끊임없는 도전이 뒷받침됐기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노력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와 같은 내용으로 고치는 게 좋습니다.
④번과 같이 ‘이런 능력’을 두 번 반복해 서술하는 것보다는 대명사나 ‘고정관념이 머릿속을 뒤덮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와 같은 표현으로 바꿔야 합니다.

생각 거리 1 >>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은 노벨 의학상 시상식장에서 “행운은 여러 길에서 나에게 참으로 친절했고, 나는 연구를 통해 이 행운에 보답하고자 했다”라고 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은 우연을 필연으로 바꾼다. 이와 같이 우연을 필연으로 바꾼 예를 찾아보고, 과학자의 우연이 일반인의 우연과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논의해보자.

생각 거리 2 >> 에디슨의 영감과 같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계발되는 것인가?

생각 거리 3 >> 에디슨은 영감 없는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노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평원 서울 마포고 국어교사, 안재익 서울 마포고 과학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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