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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은 아이디어의 보고(寶庫)

박사과정 시절부터 필자의 주된 관심사는 물질이 nm(나노미터, 1nm=10-9m) 크기로 작아지면 어떤 특성을 갖느냐는 점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nm 크기의 물질을 실생활에 유익하게 쓸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박사과정에서는 유기분자와 나노구조의 물질을 접목해 현재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DRAM(동적접근기억장치)보다 50~100배 집적도가 높은 칩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또 nm 크기 유체관에서 유체가 흐를 때 생기는 특이한 현상도 연구했다.

지금은 나노물질을 이용해 리튬이온전지와 용량이 큰 축전지에 사용할 수 있는 전극물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대학에서의 연구원 생활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특히 이들이 ‘톱스쿨’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데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배우고 있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점은 연구에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경험이 있는 교수들과 과학에 호기심과 열정을 갖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학생들 사이의 끊임없는 토론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오아시스다.

연구 분야 간 담이 없는 분위기는 여기에 시너지를 더한다. 과학 연구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더해져야 한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과학적 현상이나 기술을 의논하다가 서로 접목할 수 있음을 깨닫고 세상을 놀라게 할 연구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수두룩하다.

필자만 하더라도 박사과정 시절 연구한 유기분자 메모리는 유기화학과 물리화학 전문가의 합작품이고, 현재 연구 중인 전극물질은 고체 이온 전달과 나노재료화학 전문가의 노력이 함께 배어있다.

연구를 하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점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연구자라는 것이다. 연구비나 연구시설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열악한 환경은 연구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서 결정적으로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연구자가 얼마나 열린 자세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느냐는 데 있다.

그래서인지 국내 연구 그룹이 발표한 우수한 논문을 이곳에서 접할 때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곳과 비교해 한국은 여러 면에서 상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점이라면 열정과 의지를 불태우는 연구원들뿐이다. 논문으로나마 한국을 만나는 일은 필자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그 열정과 의지를 잃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파이팅!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화학및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 재료공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다. 학부시절 연구에 대한 첫 경험이 지금까지도 호기심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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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장욱 미국 스탠퍼드대 재료공학과 박사후연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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