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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쟁이가 물 위에서 점프할 수 있는 이유

표면장력이 지배하는 작은 세상

여름철 연못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금쟁이. 이 소금쟁이는 물 위에서 피겨스케이트 선수처럼 유유히 미끄러지듯 다니면서 일생을 보낸다. 소금쟁이는 세 쌍의 기다란 다리를 지니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다리의 끝부분만 살짝 물에 닿은 채 물에 가라앉지 않고 몸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지름이 0.1mm 정도인 소금쟁이 다리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마이크로미터(μm, 1μm= 10-6m) 크기의 털이 가득 덮고 있는데, 더 확대해보면 털 하나하나에 나노미터(nm, 1nm=10-9m) 크기의 홈이 파여 있다. 털은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지닌 왁스로 코팅돼 있다. 게다가 다리의 작은 털 사이에 물이 침투하지 못해 마치 공기쿠션이 다리를 감싸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그 결과 물 위에 다리를 살짝만 얹어도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고, 물 위를 걸어 다닐 때 물의 저항을 매우 적게 받는다. 사실 다리뿐만 아니라 소금쟁이 몸 전체에 이런 털이 뒤덮여 있어서, 자기 몸 크기만 한 빗방울을 맞아도 물에 빠지지 않고 물 표면 위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소금쟁이가 점프하는 과정.


물 표면이 트램펄린인 셈

소금쟁이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다닐 때는 가운데 다리 쌍을 노처럼 저어서, 마치 새가 날 때와 같이, 뒤로 소용돌이를 밀어내면서 추력을 발생시킨다.(소금쟁이 이동에 대해서는 과학동아 2003년 9월호 26쪽 ‘꼬마 소금쟁이가 물 위에서 걷는 비결’ 참조)

그런데 이 소금쟁이가 송장헤엄치게 같은 천적의 공격을 받으면 공중으로 자기 몸길이의 수배나 되는 높이로 뛰어오른다. 사람은 땅 위에서도 자기 키만큼 뛰어오르기 힘든데, 소금쟁이는 물을 힘차게 밀면서 빠지지도 않고 어떻게 높이 뛰어오를 수 있을까? 비밀은 바로 물의 표면장력에 있다.

극성분자인 물 분자는 정전기적 인력으로 서로 끌어당긴다. 물 표면에 있는 분자는 바깥쪽이 기체이기 때문에 같은 물 분자가 있는 안쪽에서만 인력을 받아 항상 안으로 당겨지는데 이 힘을 ‘표면장력’(surface tension)이라고 한다. 물 표면을 눌러주면 마치 스프링처럼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것도 편평해야 표면적이 가장 작기 때문이다. 소금쟁이처럼 작은 동물은 물 표면을 아이들이 뛰어노는 트램펄린처럼 느낀다.

소금쟁이가 물을 너무 세게 누르면 물 표면을 뚫고 들어가 빠져버리겠지만, 적당한 힘으로 눌러주면 사람이 트램펄린에서 뛰어오르는 것처럼 물 위에서 점프할 수 있다. 물론 너무 약하게 눌러주면 물 위에서 진동만 할 뿐 공중으로 뛰어오를 수가 없다. 소금쟁이는 물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뛰어오를 수 있을 만큼 적당한 힘으로 물을 밀어낸다. 너무 높이 뛰면 내려올 때 하강 속도가 빨라서 다시 빠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안 빠질 만큼 적당한 높이로만 뛰어오른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소금쟁이에 해당하는 초소수성 구슬을 만들어 다양한 속도로 물 표면에 충돌시켰을 때(소금쟁이가 물을 밀쳐내는 동작에 해당) 일정한 속도 범위 안에서만 구슬이 튀어오를 수 있음을 입증해 올 초 표면과학 분야의 전문지인 ‘랭뮤어’에 발표했다.

표면장력은 물체 크기가 수 mm 이하일 때만 그 영향을 크게 느낄 수 있다. 크기가 더 커지면 중력의 영향이 훨씬 더 강해진다. 작은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표면장력은 우리에게 먼 얘기가 아니다. 표면장력의 지배를 받는 물리 현상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표면장력을 이용해 먹이를 먹는 새도 있다.


소금쟁이 점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소금쟁이에


1. 충돌 속도가 너무 느리면 되튀지 못하고 물위에서 진동만 한다.
2. 적당한 속도 범위 내에서는 구슬이 튀어 올랐다.
3. 충돌 속도가 너무 빠르면 표면을 뚫고 물속에 빠진다.


연꽃잎에서 먼지 닦이는 원리

물방울이 잘 굴러다니는 표면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연못 위의 연꽃잎을 보자. 비가 와도 연꽃잎은 물에 젖지 않고 잎에 맺힌 물방울이 모두 굴러 떨어진다. 연꽃잎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소금쟁이 다리처럼 μm 크기의 돌기가 있고 그 돌기에 nm 크기의 더 작은 돌기가 나 있다.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물질의 표면에 작은 돌기를 만들면 물을 더 싫어하게 돼 초소수성 표면이 된다. 연꽃잎 위의 물방울이 공처럼 구르면서 잎 표면에 묻어있던 먼지가 같이 떨어져 나가는 이유다.

이런 초소수성을 가진 자연의 표면을 본 따서 인공적으로 초소수성 표면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 초소수성을 가진 방수 옷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섬유 외에 유리를 초소수성으로 만들면 자동차에서 비올 때 쓰는 와이퍼가 필요없고 건물 창문에 빗방울이 안 맺혀서 비오는 날도 밖을 훤히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보통 유리창에는 왜 빗방울이 맺힐까? 물방울이 고체 표면에 놓이면 테두리를 따라서 물방울이 닿은 방향으로 표면장력을 받는다. 수평면에 놓인 물방울은 옆에서 보면 아래쪽이 잘린 구와 같은 모양인데, 표면과 접촉하는 테두리를 따른 표면장력의 수평 성분이 모두 상쇄돼 물방울이 어느 쪽으로도 이동하지 않는다. 만일 유리창같이 수직면에 맺힌 빗방울 모양도 대칭이라면 빗방울에는 중력만 작용해 미끄러져 내려와야 한다. 그러나 수직면에 맺힌 빗방울은 중력 때문에 아래로 처진 모양이 돼 위와 아래의 접촉각이 달라진다.

물방울은 아래쪽으로 흐르므로 아래쪽 접촉각을 전진접촉각, 위쪽 접촉각을 후진접촉각이라고 하고, 이 둘의 차이를 접촉각 히스테리시스(hysteresis)라고 부른다. 유리창같이 히스테리시스 값이 큰 고체면에 지름 2mm 내외의 작은 물방울이 달라붙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표면장력 성분을 합치면 위쪽을 향하기 때문이다. 중력이 물방울 모양을 변형해 아래를 향한 중력을 상쇄시키는 힘(표면장력)을 만든 셈이다.

비가 갠 뒤 빗물이 달라붙은 채로 마르면 창문에 더러운 자국이 남는다. 이는 빗방울 속에 있던 먼지가 창문 표면에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창문 표면이 초소수성이면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므로 먼지가 남지 않고, 연꽃잎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미 창문에 있던 먼지까지 같이 쓸고 내려가 비가 온 뒤 창문이 더 깨끗해 질 수도 있다.

비슷한 예로 커피가 흘러내린 자리를 닦지 않고 두면 마르면서 얼룩의 가장자리에 커피 자국이 진하게 남는다. 왜 얼룩의 가장자리에만 커피 자국이 진하게 남을까? 물방울은 신선한 공기와 가장 많이 접촉할 수 있는 가장자리에서 가장 활발히 증발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해 물방울 가운데에서 가장자리로 물이 움직인다. 그렇지만 증발로 인해 가장자리로 이동한 액체는 모두 공기로 날아가고, 액체 속에 있던 커피 가루만 접촉선 근처에 남아 자국이 생긴다.
 

연꽃잎 위 물방울이 먼지를 씻어내는 원리


1. 소수성이 약한 표면에서는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 표면에 묻어 있는 먼지가 일부 위치만 바뀐 채 남아 있다. 2. 표면의 미세한 돌기로 초소수성을 띠는 연꽃잎 표면에서는 물방울이 빠르게 구르면서 먼지를 떼어낸다. 3. 전자현미경으로 본 연꽃 표면의 미세한 돌기.


고개 안 젖힌 채 물 마시는 깝작도요

최근 미국 MIT의 존 부시 교수팀은 ‘사이언스’ 5월 16일자에 깝작도요라는 물새가 물에 뜬 먹이를 먹을 때 부리 끝의 물방울을 표면장력을 이용해 목구멍까지 이동시킨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깝작도요는 물 위를 뱅글뱅글 돌면서 초당 1.5회라는 빠른 속도로 물 위를 찍듯이 부리를 반복적으로 담그는 행동을 한다. 물을 휘저어 바닥에 있는 작은 갑각류 같은 먹이를 떠오르게 한 뒤 부리로 먹이가 들어있는 지름 약 2mm인 물방울을 집는 과정이다. 보통 새라면 고개를 뒤로 젖혀 물방울을 먹겠지만 깝작도요에는 이 과정이 생략돼 있다.

연구자들은 깝작도요가 물방울을 머금은 뒤, 미용사가 재빨리 가위질을 하듯 정교하게 부리를 여닫는 동작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리를 살짝 벌린 상태에서 들어온 물방울을 부리를 살짝 닫아서 눌러주면 물방울이 눌려 앞뒤로 퍼진다.

그런데 다시 부리를 벌려주면 물방울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리 끝부분의 물 표면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반면 부리 안쪽의 물 표면은 부리 끝쪽으로 거의 밀려나가지 않아서, 전체 물방울은 부리 안쪽으로 이동한다. 부리를 벌렸다 오므리는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하면 물방울을 목구멍까지 밀어 넣을 수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부리 표면이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아래 위 부리가 평행하지 않게 살짝 벌어져만 있어도 부리 표면이 물과 최대의 면적에서 접촉하도록 물방울이 목구멍 쪽으로 스스로 이동한다. 그런데 실제 부리 표면에는 여러 가지 불순물이 묻어 있어 물방울이 잘 이동하지 않고 멈춰있다. 하지만 부리를 벌렸다 오므리는 행동을 반복하면 물방울 표면이 이동할 수 있다.

물방울의 부피가 일정하므로 부리 끝을 벌리면 자연스레 부리와 물방울이 접촉하는 면적이 줄어드는데, 부리 끝 쪽에 있는 물 표면이 안으로 이동하면 물과 부리의 접촉 면적이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부리를 오므리면 자연스레 부리와 접촉하는 면적이 증가하는데, 이때는 부리 안쪽 표면을 목구멍 쪽으로 밀 때 물과 부리의 접촉 면적이 가장 많이 늘어난다.

깝작도요는 해양 원유유출 같은 환경오염에 민감한 조류인데, 부리에 기름이나 세제성분이 묻을 경우 표면장력을 이용해 먹이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표면장력이 지배하는 자연현상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이 찾아 볼 수 있고, 우리들의 실제 생활에도 깊숙이 관련돼 있다. 비누나 샴푸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의 원리나 잉크젯 프린터가 잉크 방울을 만드는 원리, 와인 잔 주위에 눈물 모양의 물결이 생기는 원리도 모두 표면장력과 관련이 있다.

물 없이 살 수 없는 생물, 특히 크기가 mm단위 이하인 곤충들은 물방울이 자기 몸만큼 크기 때문에 표면장력을 잘 이용하는 것이 생존에 직결되는 경우도 많다. 비가 오는 날, 곤충에게는 빗방울이 쓰나미 같이 무서운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주위의 작은 생명체에게 애정어린 눈길을 보내보자.
 

유리창 빗방울이 흘러내리지 않는 이유

창에 부딪힌 빗물은 흘러내리다 어느 크기보다 작아지면 멈춘다. 1. 수평면 위의 물방울은 좌우대칭으로 모든 지점에서 접촉각(θ)이 같다. 수직면에서는 중력으로 물방울 아래쪽이 불룩해져 전진접촉각(θa)이 후진접촉각(θr)보다 커져 표면장력의 합은 위쪽을 향한다. 그 결과 중력을 상쇄해 물방울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유리와 양초 위 물방울 모양이 다른 이유

표면장력 때문에 일어나는 다양한 물리 현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적심성’(wettability)이란 개념을 살펴보자. 물방울을 유리와 양초 표면 위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해보자. 유리 위에서 납작하게 퍼지는 물방울이 양초면 위에서는 동그란 모양으로 맺히는데, 이것은 고체들이 서로 다른 적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체표면이 공기보다 물을 더 좋아하면 물을 납작하게 펼쳐서 물과 접촉하는 면을 늘리려고 하는데 이를 친수성이라고 한다. 반대로 물을 싫어하는 표면은 물방울이 많이 퍼지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를 소수성이라고 한다.

소금쟁이 다리는 물을 너무나 싫어해서 초소수성을 가진다고 한다. 고체의 적심성은 물방울이 고체면과 이루는 각도 즉 접촉각(contact angle)으로 나타내는데, 90˚ 보다 작으면 친수성, 90˚ 보다 크면 소수성을 가진다고 부른다. 초소수성 표면은 접촉각이 180˚에 가까운데, 그 위에서 물방울이 너무 잘 굴러다녀서 가만히 올려놓기도 힘들다.


유리창 빗방울이 흘러내리지 않는 이유


표면 재질에 따라 물방울 모양에 큰 차이가 난다. 1. 이산화규소가 주성분인 유리는 극성물질로 공기보다 물과 더 친하다. 따라서 물방울이 납작해지고 접촉각(θ)은 10°가 안 된다. 보통 유리에 묻은 물방이 더 동그란 이유는 유리에 불순물이 묻었기 때문이다. 2. 공기를 더 좋아하는 양초 표면에서 물방울이 상당히 동그랗고 접촉각도 90°가 넘는다. 3. 물을 아주 싫어하는 초소수성 표면에서 구에 가까운 물방울이 생긴다. 접촉각도 180°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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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강지연
  • 김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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