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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먹는 버섯이라고 식용은 아니다

소나기 뒤에 나타나는 ‘죽음의 천사’ 독버섯류

 

술을 마시고 먹으면 독성을 일으키는 두엄먹물버섯.


여름철 장대비가 내리고 나면 숲속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종류의 버섯이 고개를 든다. 어디에 숨었다가 돋아나는지 신비스럽기만 하다. 사실 알고 보면 버섯은 땅속이나 낙엽 속에 균사체로 있다가 비가 내린 뒤 촉촉하게 습기가 있을 때 자실체(버섯)를 만들고, 자손(포자)을 멀리 전파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자연산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에서 채취한 다양한 식용버섯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주 5일 근무제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하며 숲속에 자라는 야생 독버섯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가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별할 능력이 없어 독버섯 중독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색깔이 화려하거나 원색이면 독버섯이고 그렇지 않으면 식용버섯이라거나, 곤충이나 벌레가 먹으면 식용버섯이고 그렇지 않으면 독버섯이라거나, 대에 띠가 있거나 세로로 잘 찢어지면 식용버섯이고 그렇지 않으면 독버섯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은수저를 넣었을 때 색이 변하지 않거나 유액이 나오면 식용버섯이라는 것도 오해다.

안타깝게도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없다. 대부분의 독버섯은 그 모양이나 색깔, 크기가 다르다.

뿐만 아니라 함유하고 있는 독성분도 각기 다르다. 독버섯류는 중독증상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독우산광대버섯, 개나리광대버섯처럼 1~2개만 먹어도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버섯류, 환각, 환청, 환시를 일으키는 환각버섯류나 미치광이버섯류, 위나 장을 자극해 주로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싸리버섯류가 있다.

독버섯을 먹고 중독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은 맹독버섯을 구별하는 데 중요하다. 즉 환각버섯류나 싸리버섯류처럼 먹고 2~3시간 이내에 중독증상이 나타나는 버섯은 치명적인 독버섯이 아니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먹고 8시간쯤 뒤에 증상이 나타나는 독우산버섯류는 매우 위험한 독버섯이다. 맹독버섯을 먹었다면 독버섯 중독 치료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

국내에서 중독사고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맹독버섯의 대표가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독우산광대버섯이다. 전체가 흰색이고 갓, 주름살, 대, 턱받이, 대 주머니로 구성돼 있다. 식용버섯인 갓버섯이나 달걀버섯으로 잘못 알고 먹는 경우가 많은데, 먹은 뒤 7~8시간 뒤에 복통, 구토 등이 나타나고 독성분이 간세포까지 침투하면 죽을 수도 있다. 모양이나 크기가 독우산광대버섯과 비슷한 개나리광대버섯도 독우산광대버섯만큼 치명적이다. 다만 갓 표면이 조금 붉은빛을 띠는 누런색이나 황토색이며 대 표면이 엷은 누런색이란 점이 다르다.

독버섯 중에는 모양이 식용 느타리와 비슷한 버섯도 있다. 어두운 밤에 주름살에서 청백색 인광을 내는 화경버섯이다. 대의 밑부분을 자르면 자줏빛을 띤 검은색 반점이 있어 느타리와 구별할 수 있다. 느타리는 주로 포플러나무에 생기지만 화경버섯은 광릉이나 지리산의 서어나무 고사목에 나타난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살충제가 나오기 전까지 파리를 잡는 데 이용한 독버섯도 있다. 그래서 이름도 파리버섯이다. 이 버섯을 밥에 비벼 넣으면 파리가 먹고 밥그릇 안이나 주위에서 죽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두엄먹물버섯처럼 술을 마시고 먹으면 독성을 일으키는 버섯도 있다. 우리 몸속에 알코올이 들어오면 아세트알데히드(숙취 원인 물질)를 거쳐 차례로 분해되는데, 이 버섯에 들어 있는 코프린이란 물질은 아세트알데히드 산화효소의 작용을 막아 알코올이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 상태로 축적되게 만든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고 매스꺼우며 구토가 나는 증상이 3~4일 계속된다. 이 버섯은 술 먹지 않은 상태에서 먹으면 무해하므로, 술을 끊는 데 유용할지 모르겠다.
 

맹독버섯인 개나리광대버섯. 먹은 뒤 7~8시간 뒤에 중독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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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석순자 농업연구사
  • 김양섭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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