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1년 물리학계를 들뜨게한 「회전물체 무게감소 논쟁」은 해프닝으로 결론지어질 듯하다.
지난 한해 동안 상온핵융합논쟁과 함께 세계의 물리학계를 들뜨게 했던 '회전물체 무게감소 논쟁'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결론은 '해프닝'쪽에 가깝다.
89년 말 일본 도호쿠(東北) 대학 하야사카 박사는 "진공 속에서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물체는 무게가 감소한다"고 미국의 학술권위지인 피지컬리뷰(Physical Review)지에 실험결과를 발표했다(과학동아 90년4월, 5월호). 그 이후 1년 동안 일본 미국의 물리학자들은 이 실험을 재현해봤다. 그 결과 물리학계를 당혹시켰던 하야사카 박사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하야사카가 옳았다면 우리는 3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뉴턴의 사과나무'를 다시 심어야 했을지 모른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인 '중력이론'조차 위협했던 이 사건은 과연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가.
지난2월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팔러 박사팀이 추가실험을 한 결과(무게 감소 없음, 좌회전 우회전 차이 없음)를 발표할 때만해도 하야사카 박사는 기세등등했다. "우리 실험에서도 진공이 아니었다면 결코 무게 감소는 없었을 것이다." 하야사카팀이 진공속에서 전기력으로 자이로스코프를 회전시킨 반면에 팔러 팀은 질소가스를 분사해 회전시켰기 때문이다.
일본 오카야마현의 한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던 고사카 교사는 TV에 발표되는 하야사카의 실험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아 실험을 재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론 물리학자인 다모에 박사를 끌어들여, 만약 우회전 물체의 무게가 감소되려면 어떤 이론이 필요한가를 생각해보게 하고, 자신은 실험에 몰두했다.
고사카 교사는 하야사카 박사와 똑같이 전기를 사용해 자이로스코프를 회전시켰고 2백g의 질량을 갖는 물체를 0.1㎖까지 측정하는 전자천칭으로 측정했다. 물론 진공의 조건을 만들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른쪽으로 회전시켜도 왼쪽으로 회전시켜도 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한편 일본에서 무게 측정의 표준을 담당하고 있는 공업기술원 계량연구소에서는 '하야사카 효과'를 검증해내기 위해 팀을 구성했다. 이 팀에서는 금년 3월 미국 팔러 팀의 발표가 있은 직후 하야사카를 직접 면담하고 하야사카 실험과 완벽하게 똑같은 조건을 만들고 똑같은 실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연구소의 천칭은 대기오염 계측용. 대기 속의 미량가스도 검증해낼만큼 정밀한 눈금을 갖고 있다. 자이로스코프는 메이커측에 의뢰해 제작했다. 로터의 회전수도 외부에서 모니터할 수 있게끔 완벽하게 시스템을 구성하고 6월부터 측정을 시작했다. 중간에 천칭쟁반의 용수철의 부러지는 사고가 세번이나 일어난후 7월말에 '하야사카 효과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도쿄(東京)대학 원자핵연구소에서는 직접실험을 해보지 않고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수작업을 통해 결점이 없는 회전체를 만든 후 가을부터 실험에 들어갔다. 1백30g의 회전체를 진공용기속으로 들여보내 전자천칭으로 측정했지만 무게의 변화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하야사카 박사는 현재 연구실에서 두문불출. 동료교수인 나카바치 박사는 "추가실험을 위해 연구비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 하야사카는 이론적인 예상하에 실험을 했고 그 이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논문을 투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야사카 박사는 수년동안 '회전물체 무게 감소'에 매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인슈타인도 가능성을 예측했던 이 테마는 분명 물리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