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에 붙어사는 해면은 매일 엄청난 양의 영양분을 흡수하면서도 몸집은 커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불어난 세포를 바로 떼어내 버리는 빠른 신진대사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험생물학’ 12월호에 실렸다.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의 생물학자 야스퍼 데후에이 박사는 해면의 한 종류(Halisarca caerulea)를 살아 있는 상태로 수집해 세포분열을 관찰했다.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유기물을 먹는 이 동물은 계산대로라면 3일마다 몸집이 2배로 커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커지지 않았다.
관찰 결과 이 해면은 세포분열 주기가 5.4시간으로 매우 빨랐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과정에서 죽은 세포는 거의 없었다. 분열된 세포가 사멸하지 않는다면 해면의 크기는 증가해야 한다.
이 모순된 상황은 세포 분열이 일어나는 동시에 세포의 일부가 본체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탈피현상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탈피가 이뤄지는 부분은 바닷물을 빨아들이고 미세물질을 걸러내는 깃세포 부분.
데후에이 박사는 “해면은 다량의 바닷물을 흡수한 뒤 그 안에 있는 미생물을 걸러먹기 때문에 독소나 병원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체내에 독소를 남기기 않기 위해 깃세포를 빠르게 증식시키는 동시에 떼어내 버리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해면 전체의 일반적인 현상인지, 특정 종만 보이는 특이한 현상인지를 밝히는 연구를 계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