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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먹은 바오밥나무에서 해수욕 즐기는 펭귄까지

아프리카 속 과학 찾기

아프리카는 화려한 색깔의 대륙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푸른 하늘과 손에 잡힐 듯한 구름, 다양한 색깔의 꽃들과 사바나의 야생동물들, 그리고 그들의 흑색 피부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를 등반하는 거점도시인 탄자니아 모시에서 만난 바오밥나무. 수령이 600년이나 돼 어른 10명이 손을 맞잡고 나무를 둘러싸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다.


‘어린왕자’ 속 천덕꾸러기 바오밥나무

아프리카 동남부를 여행하면서 마을 어귀나 우거진 숲속, 세렝게티 사파리에서는 거대한 바오밥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설에 따르면 바오밥나무는 신이 세상을 만들 때 제일 먼저 만든 나무였다. 그 다음으로 늘씬한 야자나무가 생겨났다. 그러자 샘이 난 바오밥나무는 신에게 자기도 야자나무처럼 키가 크게 해달라고 했다. 그 다음에 빨갛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불꽃나무가 생겼다. 그러자 바오밥나무는 이 꽃들도 부러워졌다. 또 옆에 있는 풍만한 무화과나무를 보자 자기에게도 열매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바오밥나무의 이러한 시기심에 화가 난 신은 나무를 뿌리째 뽑아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거꾸로 심어 버렸다. 그래서 바오밥나무는 마치 뿌리가 하늘로 향한 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게 됐다고 한다. 거대한 몸통에 비해 나뭇잎이 거의 없는 가지를 보면 그런 전설이 생긴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바오밥나무는 거대한 몸통만큼이나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단한 껍질에 비해 내부는 물먹은 종이처럼 물렁물렁하다. 사막의 낙타가 등에 있는 혹에 지방을 비축하듯 지독한 가뭄을 견디기 위해 나이테 안에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코끼리들은 물이 부족해지면 바오밥나무에 구멍을 뚫어 수액을 빨아먹기도 한다.

이곳 사람들은 바오밥나무를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 바오밥나무를 해치면 뱀의 저주를 받는다는 전설을 믿으며, 바오밥나무의 씨앗을 갈아 마시면 악어의 공격도 피할 수 있다는 비법도 전해진다. 나무에 구멍을 뚫고 사람이 살거나 시체를 매장하기도 한다. 영화 ‘라이언킹’에서도 주인공 심바(스와힐리어로 ‘사자’라는 뜻)를 도와주는 주술사 라피키(스와힐리어로 ‘친구’라는 뜻)도 바오밥나무에 집을 짓고 살았다.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다 통째로 목재로 쓰면 좋겠다 싶지만 정작 베어 내면 물기가 빠지면서 속이 푸석푸석해져 목재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바오밥나무는 소설 ‘어린왕자’에서 별을 파괴하는 몹쓸 나무로 등장한다. 왕자의 소행성에는 바오밥나무의 씨가 많은데,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 싹이 나온 뒤 바로 제거하지 않으면 작은 소행성은 나무로 뒤덮여 파괴돼 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왕자는 일찌감치 바오밥나무의 싹을 없애려고 애쓴다. 문제는 바오밥나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장미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

필자가 바오밥나무만 보면 드는 의문은 왜 어린왕자가 장미와 바오밥나무를 구별할 수 없었나 하는 거다. 왕자의 말대로 장미나 바오밥나무 둘 다 쌍떡잎식물이라 양쪽으로 가지런하게 나오는 잎은 비슷하다. 게다가 하트처럼 생긴 잎 모양까지 비슷하긴 하다. 그러나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그 싹의 크기는 엄연히 다르다. 손바닥 크기만 하게 튼실한 바오밥나무 떡잎과 가녀린 장미의 싹을 구분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흰개미, 땅 위에 집 짓는 이유

케냐와 탄자니아의 초원을 지나다 보면 곳곳에 사람 키 높이 정도로 솟아 있는 고깔 모양의 붉은 언덕을 볼 수 있다. 흰개미들이 쌓아올린 개미집이다. 언뜻 보기에는 평지에 불쑥 솟아오른 바위덩어리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흰개미 수만 마리가 모여 사는 개미집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부드러운 피부를 갖고 있는 흰개미들은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보통 땅속이나 죽은 나무 안에 산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곳의 흰개미들은 땅 위에 속이 텅 빈 탑 모양의 집을 짓고 산다. 땅속의 집은 낮에 너무 뜨겁고 밤에는 급속히 식어 버리지만, 고깔 모양의 탑은 아프리카 초원의 일교차를 피하기에 제격이다. 타액으로 흙을 뭉친 뒤 운반하고 햇빛에 말려 만든 지상의 개미집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고 습기의 손실도 막아주는 보금자리다.

우리에게 부지런한 개미의 이미지를 굳혀 준 것은 아마 이솝의 ‘개미와 베짱이’ 얘기일 것이다. 동화를 보면 베짱이는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며 놀고 개미는 겨울에 먹을 음식을 마련했다. 또 동화 속에서는 추운 겨울이 돼 베짱이가 개미에게 식량을 얻으러 가지만 자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미가 겨울을 준비한다고 했으니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에 사는 종류라 짐작된다. 그러나 사실 온대지방에 사는 개미는 모두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따로 먹이가 필요 없다. 이솝은 거짓말쟁이!
 

아프리카대륙의 끝인 케이프반도‘볼더스 비치’(자갈해변)에 사는 자카스 펭귄. 키가 어른 무릎 높이 정도인 작은 펭귄으로 2000여 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


당나귀처럼 우는 꼬마펭귄

‘썰렁하다’는 핀잔의 대명사가 돼 버린 귀여운 펭귄을 놀랍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변에서 만났다. 남극에서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펭귄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아프리카 해변에서 해수욕과 모래찜질을 즐기고 있다니, 눈앞에 두고도 믿기지 않는다.

남아프리카 케이프반도의 동쪽 해안도시인 사이먼스타운 중심부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자갈해변이란 뜻의 ‘볼더스 비치’가 있다. 관광객들은 아프리카에 사는 펭귄을 보기 위해 이 작은 해변을 찾는다. 이곳의 펭귄은 황제펭귄처럼 큰 놈들이 아니라 키가 어른 무릎 높이 정도로 작은 녀석들이다. 울음소리가 당나귀와 비슷해 ‘자카스 펭귄’이라 부르는데, 똑같은 소리로 우는 남미에 사는 펭귄과 구분하기 위해 ‘아프리카 펭귄’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다 쪽으로 향한 산책로를 따라가니 백사장에 귀엽고 앙증맞은 펭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너무 귀여워 인형으로 착각할 정도다. 녀석들은 바위 위에 서서 하염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뒤뚱거리며 모래 해변을 걷기도 한다. 관광객은 정해진 산책로를 벗어날 수 없는데, 오히려 녀석들이 가까이 다가와 빤히 쳐다보고 있다.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고 피하지 않아 이놈들과 눈을 마주치면 마치 눈싸움 하는 것 같다. 펭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행동은 상대를 위협하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한다. 귀엽다고 가까이 다가가면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 부리가 날카롭고 힘이 세기 때문에 물리면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다.

보통 펭귄 하면 얼어붙은 남극의 바다를 연상하지만, 그동안 종에 따라 자신이 살기 편한 장소를 찾아 한류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 연안 외에도 호주 남부, 칠레와 페루 연안에도 펭귄이 살고 있다. 남극에서 이곳 아프리카까지 왔지만 녀석들이 적도를 넘어 북반구까지 이동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펭귄은 차가운 한류에 의지해 생활하기 때문에 열기와 난류가 흐르는 적도 부근을 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힘으로 펭귄들을 북극으로 옮겨 놓는다면? 전문가들은 기후와 먹이가 펭귄에게 적합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예측한다.
 

나미비아 나미브사막의 소서스 플라이에서 만난 카멜손(낙타가시)나무. 말라비틀어져 만지면 숯처럼 부서진다.


사막에 웬 홍수?

나미비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바로 위에 붙어 있지만 우리에겐 매우 낯선 나라다. 북쪽으로 앙골라, 동쪽으로 보츠와나와 접하고 있으며 국경선은 식민지의 역사를 보여주듯 자로 대고 그은 것처럼 반듯한 일직선이다. 국토는 우리나라보다 8배나 넓지만 서쪽으로 나미브사막이, 동쪽으로는 칼라하리사막이 자리한 척박한 땅이다. 나미비아가 적도의 더운 공기가 상층에서 남북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고압대 지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고압대 지역에서는 구름이 생기지 않아 일사량이 많고 강수량도 현저히 적어 건조한 기후가 된다. 세계 대부분의 사막이 남·북위 30° 지점에 위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미브사막의 모래언덕(사구)은 원색에 가까운 하늘 덕분에 붉은색이 더욱 두드러지고 선명해 보이며, 바람에 의해 절묘하게 휘어진 모습은 칼날처럼 보인다. 매끈해 보이는 모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마뱀과 작은 곤충의 규칙적인 발자국이 보인다. 한쪽에서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 한 딱정벌레가 열심히 모래 굴을 파고 있는데, 이 딱정벌레의 사는 법이 기막히다. 이 딱정벌레는 사막의 극심한 일교차와 안개를 이용한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운 벵겔라해류를 만나 두텁고 축축한 안개를 만들어 사막을 덮는다. 그나마도 안개가 바람과 같이 사라져 버려 땅에 이슬을 맺지 못한다. 딱정벌레는 해가 뜨기 전 모래 밖으로 나와 경사면에 얼굴을 아래로 향한 채 엎드리는데, 차가운 등에 닿은 안개는 물방울이 된 뒤 등을 타고 내려와 입에 도달한다. 물이 없는 사막에서 딱정벌레가 생수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사막을 달리던 투어버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어제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 때문이었다. 사막에 웬 홍수? 놀랍게도 주변은 여전히 사막 그대로인데, 거짓말처럼 골짜기의 물이 허리 높이까지 넘쳐 길을 막고 있었다. 수심도 문제려니와 물살이 세서 더 이상 차가 전진할 수 없었다. 날이 어두워져 텐트를 쳤다.

다음날 아침 붉은 모래언덕을 돌아서니 지금은 말라버린 강바닥인 ‘소서스 플라이’가 나타났다. 플라이는 아프리칸스어로 물웅덩이란 뜻이다. 갈라진 바닥에 카멜손(Camelthorn, 낙타가시라는 뜻)나무가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 쓰러져 있다. 소서스 플라이에도 비는 내리지만, 뜨거운 모래언덕으로 둘러싸여 있어 흐르기는커녕 웅덩이처럼 물이 괼 뿐이다. 모래언덕은 대서양 해안까지 이어지는데, 소서스 플라이도 언젠가는 모래언덕으로 완전히 덮일 것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곳은 강물의 흔적을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사막이 될지 모른다.

200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조수영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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