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크기의과학


| 크기의 과학 | 존타일러 보너 지음 | 김소정 옮김 | 이끌리오| 189쪽 | 1만 2000원

PROLOGUE

인식을 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사물의 크기와 그 변화를 측정하는 행위는 인류의 본성이기 때문에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원래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 사회를 풍자한 소설인데 동화로 각색돼 이제 원작은 거의 읽히지 않게 돼 버렸다. ‘걸리버 여행기’가 아이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거인국과 소인국 이야기 때문. 걸리버 키의 12분의 1밖에 안 되는 소인들이 걸리버가 자고 있는 사이 온 몸에 밧줄을 칭칭 감아 놓은 삽화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이들이 공룡, 특히 티라노사우루스에 열광하는 이유도 거대한 몸집과 이빨 때문이다.

어찌 아이들뿐이랴. 그물에 걸려 올라온 몸길이가 10m가 넘는 거대오징어 사진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고 최홍만은 2m를 훌쩍 넘는 ‘덩치’가 최고의 흥행요소다. 때로는 크기에 대단히 민감하기도 하다. 키가 168cm인 아가씨는 ‘늘씬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불과 10cm 작은 158cm인 친구는 ‘아담 사이즈’가 된다.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 및 진화 생물학 명예 교수인 존 타일러 보너는 60년이 넘는 연구 결과 ‘크기야 말로 오늘날 생명체가 있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일반 독자를 위해 이 책을 썼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박테리아에서 100m가 넘게 자라는 세쿼이아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크기인 지구상 생명체들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을 지니게 됐을까.

저자는 먼저 ‘걸리버 여행기’의 삽화처럼 전체적인 모습은 그대로 유지한 채 크기만 커졌다 작아졌다 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즉 소인국 사람들은 다리가 젓가락처럼 얇아야 하고 거인국 사람들은 통나무처럼 굵어야 한다는 것. 왜 그럴까. 몸무게는 키의 3제곱으로 늘어나지만 힘은 제곱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공상만화에서 사람만한 개미가 여전히 ‘개미다리’로 걸어 다니는 건 엉터리란 얘기다. 만일 그랬다간 일어서지도 못할 것이다.

몸의 크기와 세포의 가지 수 사이의 관계도 흥미롭다. ‘유도리나’라는 조류(藻類)는 세포 16개로 이뤄졌을 때는 1가지 세포지만 32개일 때는 2가지로 나뉜다. 세포 수십조개로 이뤄진 사람은 200여 가지 세포가 있어 인체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분업을 한다. 도시 인구가 많아질수록 직업 종류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일 사람이 생쥐만 했다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을까. 저자에 따르면 그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생쥐같이 조그만 동물이 생명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먹어대야 하기 때문이다. 세포의 물질대사가 그만큼 활발하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시간은 먹거나 먹이를 찾는데 보내야 하니 추상적 사고를 할 시간이 있겠는가.

저자는 “크기의 영향을 받는 모든 요소들을 한데 모아보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이 책에는 크기와 연관해서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동물의 수명은 뇌의 크기와 비례하고 이것이 인간이 비슷한 크기의 다른 동물보다 오래 사는 이유라는 식이다.

존 타일러 보너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 및 진화 생물학 명예 교수. 크기와 모양은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통찰을 한 뒤 생물의 크기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를 조사해 이 책을 썼다. ‘한 생물학자의 인생: 비범한 과학시대의 모험담’ ‘동물계의 문명 진화’ 등 10여 권의 책을 편집하거나 집필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도시·지역·지리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