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발명 노트
발명인의 필수품. 아무리 엉뚱하고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생각나는 즉시 메모해둔다.
이 안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발명품으로 탄생되길 기다리고 있다.
B. 수분량을 보여주는 화분 투명한 화분
외벽에 습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실리카겔을 채웠다. 화분에 물을 언제 줘야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C. 서랍식 스낵홀더
극장에 가면 팔걸이에 음료수를 두는 컵홀더만 있어 팝콘이나 오징어는 무릎 위에 두거나 들고 먹어야 했다. 팔걸이에 서랍식 스낵홀더를 넣어두면 어떨까.
D. 접시가 필요 없는 케이크 상자
케이크를 나눠 먹을 때 항상 접시가 필요하다는 편견은 버리자. 케이크 받침을 미리 잘라 놔 접시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E. 이불 걸게 장롱 모형
매일 아침 이불 개기 귀찮은 사람은 장롱 안에 박힌 기다란 봉에 이불을 그냥 걸어두자.
“핸드백 안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으려면 어두워서 한참을 뒤적여야 하잖아. 그래서 핸드백 안에 작은 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달면 어떨까 생각했어.”
5월 6일.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오후 5시. 숙명여대 학생회관 5층 모퉁이에 있는 좁은 동아리 방에서 여대생 7명의 ‘엉뚱한’ 회의가 시작됐다. 국내 유일의 여자대학 발명 동아리 ‘엉뚱한 사람들’의 정기 아이디어 회의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동아리방에 모여 일주일 동안 쌓아뒀던 발명 아이디어를 쏟아놓는다. 주로 생활에서 겪었던 불편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다. 언뜻 들으면 여대생들의 왁자지껄한 수다 같지만 아무리 사소하고 엉뚱한 생각일지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송민경(08학번) 씨는 학교 앞에서 파는 간식거리인 닭꼬치를 사 먹다가 ‘나무로 만든 꼬치까지 전부 먹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스크림콘이 과자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탄생한 것처럼 닭꼬치에 ‘빼빼로’를 꽂아 보자는 아이디어가 즉석에서 더해졌다.
박명숙(08학번) 씨는 담배를 피는 사람들 옆에 있다가 간접흡연을 막는 필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 필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직접 자신의 양쪽 콧구멍에 넣는 필터다. 생각이 하도 엉뚱해서 기자가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동아리의 ‘고참’ 김민경 (05학번) 씨가 기자에게 한 수 가르침을 줬다.
“이런 생각들이 지금은 우스울지 모르지만 몇 년 뒤 기자님 코에 ‘간접흡연 방지 필터’가 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발명의 시작은 대부분 엉뚱한 생각에서 나오거든요.”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발명 노트’에 모두 꼼꼼히 적어둔다. 그리고 생각을 발전시켜 실제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이렇게 탄생한 발명품이 발명 대회 수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박혜미(07학번) 씨는 이런 아이디어 회의 덕을 톡톡히 봤다. 박 양은 화분에 언제 얼만큼 물을 줘야 하는지 알지 못해 답답했던 경험을 아이디어 회의에 내놨고 이들은 함께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투명한 화분 외벽에 습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실리카겔을 채워 흙에 수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화분을 만들었다.
박 양은 이 발명품을 2007년 제6회 전국대학생발명대회에 출품해 은상을 받았다.
‘엉뚱한 사람들’은 해마다 각종 발명대회에서 수상자를 5~6명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7년에는 전국대학발명동아리연합회에서 주는 ‘올해의 동아리’ 상도 받았다. 동아리 부회장 이유선(07학번) 씨는 “앞으로는 발명대회 출품뿐만 아니라 발명 아이템을 실제로 특허출원해 제품화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