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바다 생태계가 심상찮다. 열대 해역에 사는 대형 해파리가 매년 급증해 수산자원에 해를 입히고 있다. 또한 제주 앞바다에서는 열대해역에나 사는 참치가 잡히기 시작했다. 맛 좋은 ‘국산’ 참치회를 즐길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지만, 바다 환경이 급속히 변하는 것 같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바다 환경 변화의 핵심 원인은 바다의 수온 상승이다.
한반도 근해로 흘러드는 따뜻한 바닷물의 원류는 필리핀 근처의 따뜻한 물덩어리(웜풀)다. 웜풀에서 시작한 쿠로시오 난류가 우리나라의 해양환경과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해류는 대한해협을 지나는데, 한국해양연구원 대양열대해역연구사업단이 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일명 ‘포세이돈’(POSEIDON) 프로젝트. 대양열대해역연구사업단의 김웅서 박사는 “영문 프로젝트 이름의 단어 앞글자를 따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영향 더 받는 한반도
우리 바다의 수온은 앞으로 얼마나 높아질까. 2007년에 발표된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4차 보고서는 북태평양 해수의 온도가 200년 뒤 약 2~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태평양같이 넓은 해역의 대략적인 수온 변화를 제시했기 때문에 한반도 근해의 미세한 수온 변화까지는 구체적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대한해협까지의 수온변화와 해류를 관측해 한반도 근해의 온도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IPCC 보고서의 ‘해상도’를 높여 한반도 근해를 ‘선명하게’ 보는 셈. 지난 2년 동안 해양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년 뒤 한반도 근해의 수온이 3℃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김 박사는 “북태평양 중에서도 우리 나라 주변 바다의 수온 상승이 큰 편”이라고 전했다. 서해와 동해가 대륙에 막혀 있기 때문에 해수의 순환이 외해보다 자유롭지 못하고 대륙의 영향으로 기상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다른 나라보다 한반도 주변바다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량 낮아지고, CO2 농도 높아져
수온이 올라가면 우리 바다가 ‘척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7년 10월 우리나라 주변 바다(제주도 남부)의 일차생산력(식물플랑크톤이 하루에 1㎡ 면적의 물기둥에서 만들어낸 포도당에 포함된 탄소 양)은 웜풀해역보다 약 4배 높았다. 그만큼 우리 바다의 생물자원이 풍부하단 뜻. ‘쿠로’는 ‘검다’란 뜻인데, 검은색 바닷물은 플랑크톤 같은 생물의 양이 적음을 의미한다. 김 박사는 “온난화가 지속되면 우리 바다도 생물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미래 해양자원부족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수온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도 변한다. 물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이산화탄소의 용해도가 낮아진다. 연구팀은 저위도와 아열대 해역에서는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우리 바다에서는 바닷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리 바다에 풍부한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년 뒤 동해의 수온이 3℃ 높아지면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낮아질 것이다. 결국 이산화탄소를 내뿜을 수준에 다다르면 산업시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당하지 못해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될 수 있다. 이는 우리 나라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에 따라 분담해야 할 금액이 더 커질 수도 있음을 뜻한다.
김 박사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미래를 점치는 점술가라도 된 기분”이라며 “미래에 닥칠 가능성을 알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예측한 미래 해양환경은 핑크빛이 아니다. 그러나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했다.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